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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 기술 쏟아지지만 기후변화는 계속된다…기술이 정말 지구 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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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 기술 쏟아지지만 기후변화는 계속된다…기술이 정말 지구 구할까

2020.04.24 06:00
캐나다 스타트업 ′카본 엔지니어링′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바로 땅속에 저장하기 위해 계획 중인 대규모 이산화탄소 포집기의 상상도다. 기후변화를 막을 기술은 아직 상용화에 접어들지 못했음에도 전 세계와 각국의 배출 감축 목표에 포함되고 있다. 카본 엔지니어링 제공
캐나다 스타트업 '카본 엔지니어링'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바로 땅속에 저장하기 위해 계획 중인 대규모 이산화탄소 포집기의 상상도다. 기후변화를 막을 기술은 아직 상용화에 접어들지 못했음에도 전 세계와 각국의 배출 감축 목표에 포함되고 있다. 카본 엔지니어링 제공

1970년 4월 22일 지구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지구의 날'이 제정된 후 인류는 기후변화를 막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진행했다. 지난 1992년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회의에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UNFCCC)'을 체결했고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협약'으로 이어졌다. 이들 협약이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전세계 의지를 담았다면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도구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됐다. 이산화탄소 포집기술(CCS)과 바이오에너지 기술, 지구공학 기술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지구를 지키려는 국제적인 노력과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와 지구 환경 파괴는 걷잡을 수 없는 실정이다. 독일 함부르크대 막스플랑크 기상연구소를 비롯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2050년 북극에서 여름철 해빙이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지난 2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그린란드 빙하가 녹는 속도가 1990년대보다 7배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기술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인류의 낙관적 믿음이 오히려 더 강력한 대응과 실천을 미루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따끔한 경고가 나왔다.

 

● 기후변화 정책, 새 기술 나올 때마다 다섯 단계로 진화

 

던컨 매클라렌 영국 랭커스터대 환경센터 교수 연구팀은 이달 20일(현지시간) 기후변화 정책과 기술 발전이 함께 이뤄진 결과 기후변화를 막는 강력한 실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 정책이 새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다섯 단계로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가장 앞서 열린 리우회의에서는 기후변화를 완화할 기술적 방안으로 원자력 발전과 에너지 효율 개선이 제시됐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각국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인 탄소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합의과 전략 마련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뒤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이산화탄소 포집기술(CCS)'이 나오자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은 2012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배출량보다 평균 5.2% 줄이자는 정책 방향을 명시했다.  CCS는 산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모은 뒤 높은 압력으로 액체로 만들어 땅 속에 묻는 기술이다.

 

CCS는 다시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기술(BECCS)' 기술로 거듭났다. BECCS는 이산화탄소를 잘 빨아들이는 나무를 키워 바이오매스로 태워 에너지를 얻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CCS 기술로 저장하는 기술이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회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15)에서 BECCS가 소개되며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ppm(100만분의 1)으로 낮추는 계획이 제시됐다. 협약은 결국 무산됐지만 이산화탄소 농도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개념이 출현했다.

 

지난 2012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는 지구가 지금까지 배출한 탄소 전체를 관리하자는 ‘탄소예산’이 등장했다. 지구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누적배출량을 2900Gt(기가톤·2조9000억t)으로 억제하자는 내용이다.  2011년까지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1900Gt로 추산됐다. 탄소예산이 등장한 배경에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위해 제안된 다양한 기술들이 있었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땅에 뭍는 기술과 식물을 심어 이산화탄소 저장량을 늘리는 방안, 나무를 가열해 만든 ‘바이오 숯’으로 탄소를 대량 흡착하는 기술들이 무더기로 등장했다.

 

지난 2014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내놓은 5차 종합보고서에는 '지구공학'이라는 기술이 처음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지구공학은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기온 등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기술이다. 당시 보고서는 여러 지구공학기술 가운데 태양복사관리(SRM)에 주목했다. 데이비드 키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팀이 제안한 대기에 에어로졸 입자를 뿌려 햇빛을 차단하는 기술이 대표기술로 손꼽힌다.

 

● 강력한 실천 유예시키는 '기술 착시 효과'

 

문제는 이들 기술이 제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는데도 IPCC보고서나 각국 기후정책에 무분별하게 예상 배출 감축량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기술 착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기후변화 대응기술로 손꼽히는 CCS만 해도 여전히 '유망주'에 머물고 있다. 각국은 아직 CCS의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상용화에 성공한 국가는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6년 발간한 보고서는 CCS가 이산화탄소 감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일기술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 보고서조차 2050년에서야 총 감축량 중 14%를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클라렌 교수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아직 효과가 나타난 기술이 없음에도 예측치 분석이나 정책시나리오 모델에 계속 포함되면서 각국이 기후변화 관련 강력한 실행 조치를 미루는 상황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에만 탄소 배출 감축 의무를 부여하고 기후변화를 되돌리기엔 목표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코펜하겐과 도하에서 열린 회의에서도 각국은 기후변화 대응 기술 도입에 따른 부담을 빌미로 새 합의를 차일피일 미뤘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정부가 2016년 파리협약 이행을 위해 제시한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보면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기술(CCUS)을 통해 온실가스 2820만t을 감축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CCUS는 이산화탄소 포집과 이를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을 아우르는 용어다. 하지만 2018년 발표된 새 로드맵에서는 감축분은 1030만t으로 줄었다. 하향된 목표치마저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30년까지 추진하는 ‘ECC2030’ 사업이 지난해 예비타당성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며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매클라렌 교수는 “기후변화라는 말이 자주 언급된 최근 40년간 기술은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해 왔다”며 “새 기술이 기존 기술들과 경쟁하며 효율을 떨어트릴 뿐 아니라 상황이 긴박하다는 의식마저 희석해 의미 있는 대응을 지연시켜 왔다”고 말했다. 매클라렌 교수는 "신기술에만 희망을 거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며 “실질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정치, 사회, 문화의 변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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