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18세가 되면 자립정착금과 함께 사회로 나오는 보호종료아동. 매년 약 2,600여명이 정부의 보호조치를 벗어난다. 자립정착금과 수당 등 지원 정책이야 있지만 당사자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설에서 지냈던 아동들은 단체 생활을 하다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적응하기 어렵다. 최근 김정숙 여사가 보호종료아동 주거복지 현장을 방문하고, 배우 박시은·진태현 부부가 보호종료아동을 입양했다는 게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관심이 모였다. 주요 TV프로그램에서도 보호종료아동 이슈를 심층적으로 기획해 다루기 시작했다. 이로운넷은 당사자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어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한다.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인 스틸컷./사진제공=아름다운재단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살다가 벗어나면 어떨까. 당장은 ‘자유’에 기쁨을 느끼겠지만, 생활 전반의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보호종료아동들도 마찬가지다. 사회로 나온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을 돕기위해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남 ▲전남 ▲경북 ▲부산 ▲제주 등 지역에서 총 10개소 자립지원전담기관이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주거, 진학, 취업 등 살아가는데 시급한 지원이 우선이다. 빨래, 요리 등 가사일부터 휴대폰, 집 계약 등은 혼자 해결 해야한다. 

고민을 털어놓거나 조언받을 어른이 없다보니 금전 등을 노리는 범죄의 타깃이 되거나, 정서적으로 불안정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보호종료아동의 성공적인 자립을 방해하는 사회적요인은 ①정서적 문제 ②경제적 문제 크게 두가지다.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받지 않아야”

보호종료아동들은 타인에 의한 시선으로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긍정, 부정) 시선과는 별개로 보호종료아동을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전제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보호종료아동들은 상처 받는다.

"‘고아’라는 단어에 익숙해 지길 바라죠"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

보호종료아동 당사자인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는 '고아'라는 단어는 사회에서 계속 접할 수밖에 없는 말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우리회사(브라더스키퍼)에서 진행하는 보호종료아동 자립캠프에서는 계속해서 ‘고아’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사회에 나가면 계속 들을 말이기 때문에 상처받지 않도록 미리 훈련 하는 것이다. 그렇게 이틀정도 지나면 자연스러워 진다”고 말했다.

긍정의 말이 전부 힘이되는 것은 아니다. "잘 자랐다"는 식의 격려는 이미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차별적 생각이 삽입됐다는게 보호종료아동 당사자들의 설명이다. 2013년 보호종료된 김준형(27세) 씨는 “이전 직장에서 상사에게 ‘너 열심히 살았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고 회상했다. 김준형 씨는 “그 말을 듣고 대한민국에 ‘잘 사는건 이거에요’라는 기준이 있는것도 아닌데, ‘잘 살았네’라는 말 자체가 ‘니 인생은 힘들었을거야’라고 단정짓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물론 그분이 좋은 뜻으로 한 말인 것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보호종료아동 박지애(20세), 김지희(21세) 씨.

지원금 노린 범죄 만연…경제관념 없어 탕진하기도

“건강상 이유로 병원에 (길게)입원해야 해서 17세에 조기 퇴소했어요. 당시 디딤씨앗통장에 후원금과 정부매칭으로 1400만원이 있었는데, 사기를 여러번 당해 많이 날렸죠” -박지애(20세) 씨

지애 씨는 사기 당한 경험만 수십번이라고 했다. 지금도 지인에게 휴대폰 명의를 빌려줬는데, 자신(명의자)도 모르게 소액결제를 해 수십만원을 손해 봤다. 지애 씨는 “사람을 안믿는다”고 했다.

이처럼 경제관념이 제대로 서지 않은 보호종료아동을 대상으로 범죄가 발생되기도 한다. 어린나이, 보호자가 없는 점을 이용해 금전을 갈취하는 것이다.

스스로 돈을 탕진하는 경우도 있다. 2018년 시설을 퇴소했다는 김지희(21세) 씨는 자립정착금(500만원)과 디딤씨앗통장(1600만원) 등 적지않은 자립지원금을 수령했다. 근로수익도 있었다. 하지만 여행, 학원비 등으로 대부분을 탕진했다. 지희 씨는 “통장을 해지해 돈을 쓰기 시작하니 금방 쓰게됐다. 퇴소 후 3천만원은 쓴 것 같다”면서 “지금은 다시 돈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보호종료아동을위한 커뮤니티케어 센터 활동 모습./사진=보호종료아동을위한 커뮤니티케어 센터 홈페이지

선후배·동료와 지원정보 공유 모임…생활에 실질적 도움

보호종료아동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잘 사는 방법은 없을까. 당사자들은 답을 ‘관계’에서 찾았다. 서로 모여 자신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먼저 경험한 문제의 해결법이나, 정부지원 외에 재단 등 혜택받을 수 있는 사업 등에 대한 정보도 공유한다.  대표적으로 ▲바람개비 서포터즈 ▲보호종료아동을위한 커뮤니티케어센터 ▲고아권익연대 ▲소이프 ▲브라더스키퍼 등이 있다.

"모임(바람개비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같이 식사를 하면서 정보를 교류하는 등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었어요" (바람개비 서포터즈 신선 씨)

"바람개비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현대차정몽구재단 자립역량강화사업 정보를 공유받아 신청했고, 현재 지원 받고 있어요" (바람개비 서포터즈 김준형 씨)

바람개비 서포터즈는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이뤄진다. 자립한 선배가 후배에게 자립교육을 진행하는게 주요 활동이다. 그 외에도 ▲활동기획 및 홍보 ▲봉사활동 ▲자립멘토(강사) 양성교육 등을 한다.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보호종료아동을위한 커뮤니티케어 센터(이하 센터)는 함께 축구를 하기 위해 만난 보호종료아동 모임이다. 보호종료아동의 물리적·의지적·사회적 자립을 위한 사회봉사(베이비 박스, 유기견보호소, 사회복지시설, 그룹홈 교육봉사)와 ▲체육 활동 ▲체험(만들기, 여행) ▲플리마켓 ▲가정체험 ▲후원자들과의 만남을 진행한다. 스스로의 삶을 적극적으로 설계하는 의지적 자립을 이룰 수 있는 활동이다.

고아권익연대는 인권관련 활동에 포커스를 맞췄다. 보호종료아동 인권을 위해 ▲아동복지관련법 및 정책연구로 실질적 정책 및 대안 제시 ▲가출고아 및 보육원퇴소자 인권상담 및 구제활동 ▲경찰서 및 교도소 수감중인 고아 및 보육원퇴소자 가족적 면회 및 인권보호 ▲고아 및 보육원퇴소자에 대한 인식개선 캠페인 등을 진행한다.

사회적기업들도 힘을 보탰다. 소이프는 허들링(Huddling)커뮤니티를 통해 매달 요리, 경제, 주거 등 다양한 주제로 교육과 멘토링을 진행한다. 브라더스키퍼는 보호종료아동 모임활동으로 음식 만들기, 독서교육, 금융교육 등을 생활 전반에 필요한 교육과 명절에는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어 먹는 시간도 갖는다.

허들링 커뮤니티 교육생들이 자취요리를 배우는 모습./이로운넷 자료사진, 사진제공=소이프

정보교류·정서적 지지에 도움 받기도

“센터 활동이 정말 많이 도움 되죠. 저는 광주에 있다가 최근에 서울로 올라왔는데, 광주에는 이런 모임이 없어요.” -박지애 씨

보호종료아동들은 서로 돕고 목소리를 내는 연대조직이 정서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았다. ‘고아’라는 차별적 시선 없이 생각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지애 씨는 수도권 외 다른지역에도 보호종료아동들이 모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신선 씨는 “보호종료아동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곳이 없다. 부당한 대우에도 불쌍한 시선 때문에 출신을 숨겨야 한다”면서 “하지만 커뮤니티에서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나 역시 보호종료아동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내면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자립전담요원 김진하(가명) 씨도 가장 가까이에서 보호종료(예정)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커뮤니티활동이 보호종료아동에게 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진하 씨는 “만약 커뮤니티가 보호종료아동에 관심이 있는 성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면, 정서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어른’이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운넷은 '리폰'과 함께 장롱폰 기부 캠페인을 통해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응원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캠페인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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