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ey Liste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이그라운드 Jun 26. 2020

"할머니들이 만든 제품, 브랜드가 되다"

RVFIN 신봉국 대표 인터뷰

Hey Listen은 성수동 체인지메이커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헤이그라운드팀의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Hey Listen 인터뷰는 팟캐스트와 그를 요약한 텍스트로 발행됩니다. 생생한 목소리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글 아래의 링크를 누르시면 풀버전 청취가 가능합니다.


이번 주 헤이리슨에서는 RVFIN의 대표 신봉국님을 만났습니다. 교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든 이야기, 처음 상주의 할머니들을 만났던 이야기, 그리고 소셜 벤처 생태계 내에서는 흔치 않은 인수합병 이야기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회 문제를 해결해 가고자 하는 RVFIN과 신봉국님의 이야기, 많이 듣고 읽어 주세요!



할머니들이 만든 제품, 브랜드가 되다

RVFIN 신봉국 대표

*신봉국님의 자세한 프로필이 궁금하다면? 문제적 프로필 듣기

사진 어도러블 플레이스


알브이핀(RVFIN), 쉽게 의미가 떠오르는 이름은 아닙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Real Value Finder를 줄인 말이에요. 진정한 가치를 찾아가고 싶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굉장히 빠르고 바쁘게 돌아가죠. 그래서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는 영역이 많아요. 먼지가 뿌옇게 껴 있는 것처럼요. 빛을 발해야 하는데 숨겨져 있는 가치들이 많죠.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그 먼지를 걷어내고 진짜 가치들이 더 빛나게 하고 싶어요. 알브이핀은 그걸 ‘브랜드'라는 매개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해 나가려고 합니다.


왜 브랜드인가요?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려면 캠페인이나 프로젝트가 아니라 브랜드여야 한다고 봤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브랜드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정체성과 차별점이 뚜렷한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도 큽니다.


알브이핀의 여러 브랜드 중 마르코로호 이야기를 먼저 해 보려 합니다. 마르코로호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마르코로호는 할머니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는 브랜드입니다. 할머니들이 가지고 계신 물건들을 보면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옛날 물건들이 많다 보니 당연합니다. 그런데 주의 깊게 잘 살펴보다 보면 그중 보물 같은 것들이 있어요. 저희는 ‘예쁜 촌스러움'이라고 부르는데요. 그걸 젊은 분들도 쓰고 싶은 제품으로 재해석해서 제공하고 있어요. 처음엔 수공예 팔찌로 시작했어요. 할머니들께서 직접 만드시면서 임금 소득도 생기고, 판매 수익의 일부도 소득으로 돌아갑니다. 더 많은 할머니들이 참여하실 수 있도록 난이도가 더 낮은 반지로도 확장을 했고, 지금은 생활 제품군까지 키워가고 있어요. 할머니들이 사회의 주변부로 자꾸만 내몰리지 않고, 중심부로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함께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왜 할머니였습니까? 언제 처음 이 문제를 접했나요?

군대에서였어요. 초등학교 교사로 1년 일하다 좀 늦게 입대한 케이스인데요. 내무반에서 TV 뉴스를 보는데 한국이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1위라는 뉴스가 나오더라고요. 사회에 있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군대에선 생각할 시간이 워낙 많잖아요. (웃음) 골똘히 생각했는데 무언가 물음표가 남아 해소되지 않더라고요. 그러면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들여다보니 노인 중에서도 여성 노인 문제가 월등히 크더군요. 자살률도 높고 우울증도 많고요. 할머니들에게 집중해 보기로 했습니다.


할머니들이 팔찌와 반지를 만드시는 모습 - 사진 마르코로호


마르코로호 프로젝트를 경북 상주에서 시작했습니다. 처음 할머니들을 만났을 땐 어땠나요?

상주는 노인 비율이 굉장히 높은 도시예요. 직접 만나 뵙기 전에는 ‘빈곤'이라는 키워드에 많이 집중했어요. 그런데 만나 뵙고 활동하다 보니 정작 그분들이 더 필요로 하는 것은 ‘교류'였어요. 사회적 교류. 수입이 생기면 당연히 평소 드시고 싶던 것, 사고 싶던 것 사기 바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월급을 받으시면 저희 먹으라고 사탕도 사다 주시고, 새벽부터 줄 서야 살 수 있는 떡집에서 떡도 사다 주시더라고요. 어쩌면 관심과 교류를 더 원하셨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요. 노인정에 가 보면 TV를 틀어 두고 멍하니 계신 할머니들이 정말 많아요. 마르코로호가 한창 리브랜딩 중인데, 더 알게 된 부분을 잘 녹여내는 방향으로 가려고 합니다.


마르코로호는 세대 간 교류를 강조합니다. 세대 간 단절은 어떤 문제를 가져옵니까?

많은 문제들이 단절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오해가 생기고 거기서부터 간극이 벌어집니다. 마르코로호를 처음 시작하던 때에, 노인분들을 지칭하는 혐오표현이 특히 많이 쓰였어요. 그들을 회피하고 경멸하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거죠. 마르코로호가 그 인식을 바꾸어나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젊은 사람들이 할머니들의 따뜻한 감성을 경험하면 좋겠습니다. 마르코로호가 왜 이런 일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공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더 능동적인 참여가 가능해진다고 믿어요.


연초에 인수합병을 통해 여러 브랜드가 추가됐습니다. 그중 크래프트링크라는 브랜드 먼저 소개 부탁드려요.

크래프트링크라는 이름에도 드러나지만 ‘수공예'가 핵심 키워드인 브랜드입니다. 수공예를 통해 ‘연결'을 만드는 것이 미션이에요. 과테말라에 있는 여성분들, 국내의 미혼모 분들이 손으로 만든 액세서리를 판매하여 그분들이 소득을 만들도록 돕습니다. 

중남미의 경우 50% 이상이 UN이 선정한 절대빈곤층입니다. 여행 가보면 거리에 가판대가 정말 많아요. 보통 여성들이 직접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데, 그러면 아이들을 케어할 수 없어 옆에 나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에 못 가는 거죠. 크래프트링크에 납품을 하는 분들을 파트너라고 부르는데, 파트너 분들 자녀 등교율을 중요한 수치로 보고 확인합니다.

국내 미혼모 분들의 경우 생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많지만 자립이나 성장에 관한 지원은 부족하다고 봐요. 이러한 저희의 파트너 분들과 소비자들을 연결하고자 하는 것이 크래프트 링크입니다. 이 모델은 확장성도 아주 크다고 생각해요.


사진 크래프트링크


알브이핀이 커즈앤컴퍼니(크래프트링크, 슬라부, 마리스파인애플 운영사)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저희 헤이그라운드팀 내부에서 참 반겼습니다. 입주사들 간의 시너지는 저희가 늘 고민하는 주제니까요.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나요?

차 한 잔에서 시작됐어요. 저희가 서울숲점 4층을 함께 쓰고 있었는데요. 둘 다 수공예품을 다루니까 그냥 가볍게 얘기나 나눌 겸 차 한 잔 한 거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지향점이 너무 비슷했어요. 그 후로 여러 번 만나면서 이야기를 나눴죠. 그러다 자연스럽게 저희가 커즈앤컴퍼니의 세 브랜드를 모두 인수 합병하는 데까지 진전이 됐어요. 이 과정에서 누군가 슬퍼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고, 그래서 천천히 진행했습니다. 커즈앤컴퍼니의 모든 직원분들과, 함께 하고 계신 파트너들까지 모두 그대로 이어받았고요.


함께 인수한 다른 브랜드들도 소개해 주세요.

슬라부는 환경을 키워드로 한 브랜드입니다. 그중 특히 플라스틱 문제에 집중해요. 다회용 컵을 대여해 주는 서비스가 주력 서비스인데요. 한국은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 1위 국가입니다. 일회용 컵을 연간 240억 개 사용해요. 행사가 열릴 때 일회용 컵 대신 슬라부의 다회용 컵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매출 중 일부는 바닷속 플라스틱을 꺼내오는 활동에 씁니다.

마리스 파인애플은 동물권이 키워드예요. 대체 가죽을 제안함으로써 동물 가죽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합니다. 파인애플의 부산물을 가죽화해서 가방이나 패션 소품을 만들어요. 

두 브랜드 모두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힘을 쓸 예정입니다.


조직이 큰 규모라고 보긴 어려운데 브랜드가 많습니다. 관리가 어렵진 않나요?

프롭이라는 이름으로 인하우스 브랜딩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팀이 있어요. 운영은 각 브랜드에 소속된 구성원들이 하지만 브랜딩이나 마케팅은 하나의 팀에서 잘할 수 있게 노하우를 쌓아가는 중입니다. 프롭의 경우는 외부에서 의뢰도 많이 들어오는데요. 저희가 마르코로호를 잘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1-2개 회사를 파일럿으로 진행해 봤는데 성과가 있었어요. 그런데 진행하다 보면 저희 리소스를 예상보다 많이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아, 외부 의뢰의 경우는 저희가 정말 성공을 응원할 수 있는 소셜벤처 위주로만 진행하고 있어요.

알브이핀은 하나의 큰 그릇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각기 다른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여러 브랜드들이 담긴 그릇이요. 이 일을 더 잘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이 그릇 안에 모아 가고 싶습니다. 더 다양한 사회문제를 담을 수 있도록요.


인터뷰에서 봉국님과 이런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팟캐스트로 들어보세요!

소셜벤처에 대해 알게 되다

교사를 그만두고 회사를 차리다

할머니들께 파워 프레젠테이션을? 

이 방송, 이 분께 전달해 주세요!


RVFIN을 응원하고 싶다면?

오늘 할머니께 전화를 드린다.

아래 RVFIN의 다양한 브랜드들을 경험하고 알린다.

마르코로호

크래프트링크

슬라부

마리스 파인애플



Interview 헤이리슨



매거진의 이전글 "농인 아티스트들, 수어로 예술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