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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사진을 찍는 이유

    고양이에게도 주치의가 필요하다. 특히 만성질환을 앓는 고양이라면, 이전 병력을 알고 있는 선생님께 진료를 받아야 안심이 된다. 스밀라도 2009년 7월 신부전과 PKD 진단을 받은 뒤로 10년째 같은 선생님께 진료를 받아 왔다. 신장 수치가 정상보다는 조금 나쁘지만, 그래도 크게 나빠지지 않는 상태로 몇 년간 유지되었고, 그전까지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아 왔다.

    그러다 지난 4월 검진 때 혈압이 많이 높아져서 새로운 혈압약을 추가했고 검진 기간도 1개월 간격으로 짧아졌다. 집에서 스밀라를 이동장에 넣으려 하면 ‘싫은 곳’에 가는 걸 알고 죽어도 안 들어가려 한다. 반면 병원에서 이동장을 열면 순순히 들어가는데, 여기 들어가면 곧 집에 들어갈 것을 스밀라도 알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 짠해서 병원 가는 마음이 힘든데, 통원 주기가 한 달 간격으로 줄어드니 이래저래 심란해졌다. 종합검진비에 새로운 약 두 가지가 추가되니 병원비도 만만치 않다. 만성질환은 약을 먹는다고 시원하게 낫는 병이 아닐뿐더러, 잘해도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게 최선이라 환자도 가족도 모두 힘들다. 얼마 전엔 주치의 선생님이 갑자기 병원을 그만두셨는데, 다니던 병원에서 이직한 곳을 알려주지 않아 수소문하느라 마음고생을 했다.

     

     

     

     

    휴대전화 사진 앨범엔 어느새 고양이뿐

    병원에 다녀와 본가에 스밀라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한동안 함께 놀아주며 사진을 찍어본다. 한창 때 사자갈기처럼 풍성한 목 밑의 털도 이제 예전만큼 자라지 않고, 불린 사료에 섞어준 약이 싫다고 닦아내는 바람에 앞발은 노랗게 물들었지만, 돌이켜보면 이 순간도 너무나 그리워질 테니까.

    집에서까지 디지털카메라를 드는 게 번거롭게 느껴져서 언젠가부터 휴대전화 카메라로만 줄곧 고양이 사진을 찍고 있다. 요즘은 어지간한 휴대전화 성능이 카메라 못지 않아 크게 인화할 생각이 없다면 이 정도 사진으로도 불편함이 없다. 음식 사진, 애인 사진, 셀피를 찍지 않으니 90% 이상이 고양이 사진이다.

    고양이와 함께 살지 않는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다 똑같아 보이는 사진을 휴대폰 사진 앨범에 잔뜩 보관하는 것’이라는데, 함께 사는 사람 눈에는 그 사진들이 하나하나 다르게 보이고, 모두가 사랑스러워서 어느 것도 지울 수 없으니 도리가 없다. 사진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려면 B컷 사진은 분류해서 찍는 즉시 버리고 A컷 사진들만 남기는 것이 좋다는데, 이제는 흔들리거나 초점이 맞지 않는 게 아니라면 B컷을 골라내는 게 아무 의미 없게 느껴진다. 스밀라가 사진에 담기는 매순간이 소중하고, 그 표정이며 몸짓을 하나하나 잡아두고 싶어서.

     

     

    IMG_0198.JPG

     

     

    사진에 붙잡아둔 고양이의 시간

    오래된 컴퓨터가 오늘내일 하는 상태라, 그동안 찍어둔 사진들과 중요한 자료들을 하드디스크로 옮기며 스밀라의 오래된 사진들을 다시 넘겨보았다. 10여 년 전, 건강했던 스밀라 모습이 고스란히 거기 있다. A컷만 남기는 원칙을 따른다면 그때 바로 정리했어야 하는데, 게으름 덕에 요행히 살아남은 사진들이 보인다. 웃기고 짠하고 기특했던 스밀라의 모든 순간들.

    처음 길에서 발견되었을 때 닷새 가량 제대로 못 먹고 거리를 배회했던 스밀라는, 비쩍 마르고 털도 푸석푸석 짧아 볼품없는 모습이었다. 그랬던 스밀라가 우리 가족과 함께하며 서서히 마음을 열어갔고,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할 줄 아는 고양이로 변해갔다. 2006년 여름 처음으로 우리 집에 와준 고양이의 존재가 반가워서 구도고 뭐고 생각지도 않고 찍었던 사진들. 그게 소중한 건, 지금은 되돌릴 수 없는 스밀라의 옛날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 든 스밀라의 모습을 찍는 것도 마찬가지다. 스밀라가 더는 곁에 없을 때, 지금 모습도 돌이켜보면 그리워지겠지 생각하니 털 빠진 모습도, 노랗게 물든 앞발도 애틋한 마음으로 찍게 된다.

     

     

    DSC00022.JPG

     

     

    스밀라의 마지막 사진은

    인간의 시간과 비교하면 고양이의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 우리는 마치 속도가 다른 무빙벨트를 타고 움직이는 것 같다. 나란히 함께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스밀라는 어느 순간 나를 앞질러 저만큼 멀리 가고 있다. 조금만 천천히 가주면 좋을 텐데 생각하며 안타까울 때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스밀라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주었다. 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열다섯 살 안팎이라는데, 힘든 시간을 견디면서도 그 이상을 살고 있으니까.

    고양이와 살기 전에는 늙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죽음은 언제든 불시에 찾아올 수 있겠지만, 늙음은 먼 미래의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나이 든 고양이를 봉양하고, 치매를 앓다 호흡기를 달고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를 보면서, 요즘은 잘 사는 법보다 잘 죽는 법에 대해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맑은 정신으로 평안한 죽음을 맞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언젠가 내 고양이가 마지막 숨을 쉴 때 보는 세상은, 차가운 병원 케이지가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의 품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마지막으로 찍을 스밀라의 사진도 그런 모습이었으면 한다.

    요즘은 고양이 장수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도 있다고 한다. 영정사진은 부정적인 어감이 들어 장수사진이라고 부르는데, 돌이켜보니 스밀라와 우리 가족이 다함께 찍은 사진이 없다. 돌아오는 7월 19일은 스밀라의 입양기념일이다. 사진관까지 다녀오진 못하더라도, 삼각대 세워놓고 기념사진이라도 찍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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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고경원

    고양이 전문출판 ‘야옹서가’ 대표. 2002년부터 길고양이의 삶을 기록하며 국내외 애묘문화를 취재해왔다. 저서로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2007),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2010), 작업실의 고양이》(2011),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2013), 《둘이면서 하나인》(2017) 등이 있다. www.instagram.com/catstory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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