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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이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의 옛 이름이다. 그리고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기록한 책의 이름이기도 하다. 문자와 책을 구분하여 표현하기 위해, 한글 해설서 역할을 하는 책을 ‘훈민정음 해례본’이라고 부른다.
 
한글이 창제될 당시의 백성들은 농사지으며 하루하루 살아가기에도 바빠 새로운 우리 문자가 만들어졌어도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세종은 백성이 보다 빠르고 쉽게 한글을 배울 수 있게 해설서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한글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문자 가운데 만든 목적과 유래, 사용법, 창제 원리에 대해 알 수 있는 유일한 문자이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이 훈민정음 해례본에 담겨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구성과 내용
훈민정음 해례본은 총 33장으로 이루어진 한 권의 책으로, 크게 예의例義와 해례解例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예의例義는 세종이 직접 지은 글로 한글을 만든 이유(서문)와 “모든 글자는 합하여 음을 이룬다” 처럼 한글의 사용법을 간략하게 설명한 글(예의)로 구성되어 있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짜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세”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아니하여서)
 
이 유명한 구절이 바로 세종대왕이 직접 쓴 서문을 한글로 풀이한 것이다.

해례解例는 세종대왕을 보필했던 8명의 집현전 학자들이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발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한글의 쓰임새를 상세하게 설명한 글이다. 다섯 ‘해설’과 하나의 ‘예시’가 실려 있어서 ‘해례’라고 부른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한글의 수난사
한글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양반들은 한글을 여성들이나 쓰는 문자라는 뜻의 암글이라고 부르며 비하했고, 연산군은 자신을 욕하는 한글 투서가 발견되자 한글을 쓰지도,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말게 하라며 한글금지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더 나아가 연산군은 한글로 쓰인 책들을 모두 불태운다. 전국 각지에 배포되었던 대부분의 훈민정음 해례본은 아마 이때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1940년 즈음, 일본이 한글 사용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던 시기였다. 만일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퍼지면 일제가 해례본을 훼손할 우려가 있었다. 이 때 일제로부터 해례본을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사람이 있었다.
 
당시 해례본을 팔려는 사람은 판매가격으로 천 원을 제시했다. 당시 천 원은 서울의 기와집 한 채 값에 해당했다. 그러나 이 사람은 ‘훈민정음 같은 보물은 적어도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한다.’ 며 천원의 열 배인 만 원을 흔쾌히 지불했다. 그가 바로 일제강점기 수많은 우리 문화재를 지켜내 문화유산 수호신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간송 전형필이다.
 
간송 전형필은 어렵게 손에 넣은 해례본을 한 장씩 해체해 사진을 찍고, 영인본을 만들어 많은 학자들이 체계적으로 한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렇게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넘어 다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훈민정음 해례본은 1962년, 국보로 지정된 데 이어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며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게 되었다.
 
한글의 가치를 담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 우리가 한글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문자라고
자신할 수 있는 건 바로 이 해례본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