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노림수는 결국 미국의 셰일가스 산업이었던 것일까.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합의에 이르기 위해선 미국이 석유 생산량 감축에 동참해야 한다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관계자가 주장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6월 일본 오스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4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OPEC의 한 소식통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간 (협상) 분위기는 여전히 긍정적"이라며 "문제는 감산 기준이 되는 시기가 우한 코로나 이전이 아니라 현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두번째 문제는 미국이다. 그들도 한 몫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계 1위 석유 생산국인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속한 OPEC, OPEC 회원국은 아니지만 원유를 생산하는 러시아가 속한 OPEC플러스 그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다. 세계 주요 산유국이 생산량 감축에 합의해도 정작 1위 생산국인 미국은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석유업계 최고경영자(CEO)와 만났으나 이 자리에서 감산과 관련해서는 논의 하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급락으로 피해를 입은 에너지 기업을 위해 수입 원유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을 감산 협의에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이다. 러시아의 알렉산더 노박 에너지부 장관은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원유 생산 감축에 대해 법적인 제재를 가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유연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타스 통신은 OPEC이 조만간 열릴 OPEC플러스 긴급 회의에 미국 규제당국 관계자를 초대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인 마이클 버제스는 친(親) 트럼프 성향의 매체로 알려진 폭스뉴스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와 OPEC이 미국의 석유 산업을 파산시키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와 OPEC이 협상을 위해 서로를 굶겨 죽이려고 하지만 장기적인 목표는 미국의 셰일 산업"이라면서 "미국의 에너지 분야는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우한 코로나가 중장기적으로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획기적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처럼 석유를 생산하면서도 OPEC플러스에 속해있지 않은 캐나다, 노르웨이 등은 생산량 감축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3위의 원유 매장량을 가진 캐나다의 알버타주는 "어떤 잠재적인 국제 협약에도 참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유럽 최대 석유 및 가스 생산국인 노르웨이는 전날 "만약 국제 합의가 이뤄진다면 생산 감축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는 9일 OPEC플러스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감산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회의를 앞두고 국제유가 급락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두고 양국이 신경전을 벌이면서 미국 등의 중재 없이 단기간에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