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66년만에 수사 자체 종결권… 경찰권력 비대화 우려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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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법 통과]검경 수사권 어떻게 달라지나

경찰이 이르면 올 7월부터 수사를 자체 종결할 권한을 갖는다. 형사소송법이 만들어진 1954년 이후 처음이다. 검찰이 수사를 직접 개시할 수 있는 범위는 부패나 공직자, 선거 범죄 등 일부로 한정된다.


○ 검찰 직접 수사 범위 축소… 1차 수사 경찰 전담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범죄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낸 사건은 자체적으로 종결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경찰 수사 초기부터 검사가 사건을 ‘지휘’할 수 있고, 경찰이 수사를 마치면 모든 기록을 검찰에 넘겨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검경이 ‘협력’ 관계로 규정되고 경찰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사건만 검찰에 송치한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거나 영장을 신청하기 전엔 원칙적으로 검사는 사건에 간여할 수 없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반려하지 못하도록 영장 반려의 적절성을 가리는 영장심의위원회를 사건 관할 고등검찰청에 두는 내용도 새 법에 담겼다. 영장심의위원회는 10명 이내의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사건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와 경찰관이 저지른 범죄 등으로 한정된다. 마약이나 도박, 성폭력 등의 사건은 경찰이 1차 수사를 전담한다. 이처럼 경찰이 1차 수사에서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갖게 됨에 따라 검찰이 이를 통제할 장치도 법에 포함됐다. 우선 피해자나 고소인 등이 경찰의 무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그 즉시 검사가 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직접 수사하도록 했다. 사건 관계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도 검찰은 경찰이 무혐의로 처리한 사건 기록을 전부 넘겨받아 검토한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90일 내에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경찰의 수사권 남용이나 인권 침해가 의심되는 경우엔 검사가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이 이에 따르지 않으면 검찰이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한다.


○ 공수처 설치법과 함께 7월 시행될 듯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 늦어도 1년 안에 시행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하위 법령 정비를 거쳐 이르면 올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따라 공수처도 이르면 7월에 설치된다.

재판 과정에서의 검찰 권한도 축소된다. 현재는 검사가 피의자를 적법하게 조사해 작성한 진술 조서는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된다. 하지만 새 법에 따르면 피의자가 법정에서 진술 조서 내용을 부인하면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 조서도 경찰의 것과 동일하게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다만 이 조항은 다른 조항과 달리 법률 공포 후 4년간 시행을 유예할 수 있게 했다.


○ ‘경찰 권력 비대화 우려’ 목소리

대검찰청은 13일 새 법이 통과되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와 금년 신년사 등에서 ‘수사권 조정에 관한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고, 공직자로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 내에선 경찰의 권한이 커지는 데 비해 그에 대한 통제장치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사가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경찰이 작성한 사건 기록만을 검토하는 것에 불과해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사건 관련자에게 확인하는 등 직접 조사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경찰이 수사권을 독립적으로 가져갔을 때 막강한 정보력과 수사가 결합된 지금과 같은 경찰 구조에서 국민의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인권 친화적이고 적법한 수사를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경찰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황성호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공수처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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