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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시대] 盧도 못한 검찰개혁, 文은?…공수처·수사권 조정 공약

최순실 게이트로 탄생한 정권…여론 유리한 국면
개헌도 함께 논의…야권공조 등 정치권 타협 숙제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2017-05-10 09:00 송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제19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7.5.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제19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7.5.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64)가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검찰 및 사법개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권력 눈치 안 보는 성역 없는 수사기관'을 목표로 △검찰 중립성 확보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핵심 검찰개혁 과제로 내걸었다. 그는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이전인 지난 2011년 자신의 저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을 정도로 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일찍부터 강조해 왔다.

다만 개혁에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주요 사정기관인 검찰 조직을 개혁하는 일과 문 대통령의 대선 캐치프레이즈였던 '적폐청산'은 어찌보면 동시에 이루기 힘든 과제다. 정권 초기 검찰개혁을 추진했던 역대 정부들도 이후 이를 포기하고 검찰을 정권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에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추진했으나 검경수사권 조정 등 다른 과제에는 손도 대보지 못한 채 미완에 그치는 결과를 낳았다.

검찰 등 법조계는 물론 보수진영과 야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도 전망을 어둡게 하는 부분이다.
◇文,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추진

문 대통령은 검찰이 독점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 수사권을 경찰에게 이양한다고 공약했다. 검찰과 경찰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도록 해 과도한 권한을 분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검찰은 기존 기소권과 함께 기소·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 보충적 수사권만 갖게 된다.

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를 설치해 사회 고위층의 비리를 수사·기소를 전담하게 함으로써 권한 독점을 완화하고 검찰의 권력 눈치보기 수사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 등 국가기밀 보유기관에 대한 압수수색 부당거부 등 권력기관의 수사방해 행위도 함께 제어할 예정이다.

검찰의 기소권 독점을 막는 방안도 제시했다. 공소유지변호사 제도를 부활하는 등 재정신청제도를 개선해 검찰을 통하지 않고도 기소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다는 것이다. 중대 부패범죄에 대해서는 반드시 기소하도록 하는 기소법정주의를 도입하고, 검찰의 무리한 기소·불기소를 통제하기 위해 검찰시민위원회를 법제화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의 중립성·독립성 강화를 위한 개혁도 추진된다. 독립된 검찰총장후보위원회를 구성해 총장 임명에 대한 권력 개입을 차단하고 △검찰총장 국회출석 의무화 △중립적 검찰인사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인사의 중립성과 독립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 검찰의 외부기관 파견 억제와 검사징계위원회, 감찰위원회 위상 강화 등 검사 징계 실효성 강화도 주요 검찰개혁 공약이다.

© News1 유승관 기자
© News1 유승관 기자

◇노무현에 이은 검찰개혁…이번에는 성공할까

성패는 지지율이 높은 정권 초반, 얼마나 강력하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검찰개혁'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김영삼 정부에서다. 검찰은 소위 적폐청산의 대상이었지만, 정권의 칼날은 하나회 청산 등 신군부에 집중되며 흐지부지됐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특별검사제도가 처음 도입됐으나 정권이 원했던 바는 아니었으며, 검찰 개혁에는 소극적이었다.

검찰개혁 논의가 본격화한 때는 노무현 정부에서였다. 노 전 대통령에게 검찰은 핵심적인 권력개혁의 대상이었다.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에 앉힌 것은 그 신호탄이 됐다. 지휘 대상인 김각영 당시 검찰총장보다 사법연수원 11기수나 후배인 판사 출신 여성을 장관에 임명한 것이다. 문재인 당시 변호사를 초대 민정수석에 앉히는 등 정권 내 임명한 민정수석 4명 중 3명이 비(非)검찰 출신인 것도 이례적이었다.

검찰의 반발은 거셌다. '전국 검사와의 대화'라는 공개토론에서 검사들은 "불공정한 밀실인사다" "대통령 후보 시절 검찰에 청탁 전화를 한 적이 있지 않으냐"고 반발했고 노 전 대통령은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죠"라고 맞받으며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검찰조직의 체질개선과 독립성 확보를 앞세웠던 노무현 정부는 정권 초반 검찰 장악에 '실패'했고 오히려 운신의 폭을 좁히는 계기가 됐다. 이라크 파병·대북송금 특검 등으로 지지층이 이탈하면서 개혁도 동력을 잃었다. 법률개정이 필요했던 검경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신설은 국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공수처 신설에 대해 당시 한나라당은 백지화촉구결의안을 내는 등 반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열심히 공을 들였지만, 여야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협조해 주지 않았다. 검찰은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해 국회에 로비를 했다. 털어서 먼지 나지 않기가 어려운 것이 정치인이라 그런지 행자위와 법사위 국회의원들이 미적미적 심의를 미뤘다.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고 적었다.

◇최순실 게이트로 탄생한 정부…지지여론 충분

앞서 박근혜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비롯해 △검사의 법무부 등 파견 제한 △검찰시민위원회의 주요 사건 기소여부 결정 등 강도 높은 검찰개혁 공약을 내놓았었지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외에는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현직 검사가 사표를 낸 뒤 청와대 비서실에 근무하도록 하고 이후 법무부를 통해 검사로 재임용하는 '청와대 편법파견 근무'를 적극 활용해 어느 때보다 검찰을 정치에 이용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번 정권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권력형 비리, 그리고 대통령 파면을 계기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개혁의 동력은 충분히 차오른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 차이는 있지만 주요 대선후보들은 모두 검찰개혁을 공통된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 압도적이다.

특히 검찰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국정농단 사건의 전조였던 지난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문' 당시 검찰은 문건의 내용보다는 유출 경로에만 집중하며 정권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검찰의 수사 방향을 기획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번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수사에서도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불구속기소를 당하는 데 그쳐 '제 식구 봐주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연이은 전현직 검사장의 비리도 개혁의 필요성을 부추겼다. 진경준 전 검사장, 김형준 부장검사 등 '스폰서 검사',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 수임 비리 등은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이 있어 가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은 하나같이 검찰개혁을 공약했다. 주요 대선후보 5명은 모두 검경수사권 조정을 공약했고, 유일하게 공수처 신설에 반대 입장을 내놓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검찰총장 외부영입과 경찰의 독자적 영장청구권이라는 개혁안을 내놓았다.

대선의 여운이 식기 전 국회 등에서 공론화할 경우, 검찰개혁의 스타트는 예상보다 쉽게 끊을 수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과 이용주 의원은 지난해 공수처 설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개헌 논의가 이뤄지게 된다는 점은 변수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검찰개혁이 뒷순위로 미뤄질 경우 동력이 약해질 수 있어서다. 여소야대의 국면이다. 탄핵국면에도 개헌 연대를 주장했던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등은 의원내각제 등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지방자치권 강화와 선거제도 개선 등을 주요 개헌 키워드로 삼아 △부마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 △6월민주항쟁 등의 정신을 반영해 새 헌법 전문에 반영한다는 개헌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dos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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