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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오늘> '앙드레 김 본명만 밝혀낸' 옷로비 사건

송고시간2015-08-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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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오늘> '앙드레 김 본명만 밝혀낸' 옷로비 사건 - 2

(서울=연합뉴스) 1999년 8월23일 국회 법사위원회 청문회장. 중년 여성들이 청문회장으로 들어오자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 1999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옷로비 의혹 사건'의 청문회가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사람은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부인 배정숙 씨 등 4명이었다. 이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 씨,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 이형자 씨 등이 청문회장에 줄줄이 불려 나왔다.

옷로비 사건은 외화밀반출 혐의를 받던 최순영 전 회장의 부인 이형자 씨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연정희 씨를 상대로 고급 옷 로비를 벌였다는 소문이 보도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강남의 고급 의상실 라스포사를 '주무대'로 재벌회장의 부인과 그 재벌을 수사하던 검찰총수의 부인, 그들 주변의 고관 부인, 한 벌에 수백만∼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옷 등 흥미진진한 요소가 가미되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옷로비 사건은 사직동팀 내사→서울지검 수사→국회 청문회→특별검사 수사→대검 수사로 이어져 '5심(審)'이란 말을 낳을 정도로 반전을 거듭했다. 수사 결과도 사직동팀은 '이형자 씨의 자작극', 서울지검은 '실패한 로비', 특검은 '포기한 로비', 대검은 '배형자 씨의 로비 시도와 이형자 씨의 자작극' 등으로 제각각이었다. 특검제까지 도입됐지만, 실체 규명은 흐지부지됐다.

결국 알아낸 것은 디자이너 '앙드레 김(1935∼2010)의 본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청문회에 나온 앙드레 김이 본명을 말하라는 국회의원의 질책에 "김봉남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지도층의 추문과 맞물려 묘하게 희극적 분위기를 자아내며 두고두고 회자됐다.

사건 관련자들은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로 기소돼 일부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김태정 전 총장은 사직동팀 내사보고서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가 무죄판결을 받았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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