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대학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전공의와 전임의(펠로)들은 8월2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8월26일 오전 8시를 기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공의와 전임의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젊은 의사는 잘못된 의료 정책으로 국민을 속이는 정부의 행태에 결연히 저항한다”라고 선언하며 흔들림 없이 투쟁해나갈 것을 결의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는 개원의 집단 휴업도 이날 예정대로 시작되었다. 다만 개원의 참여율은 예상보다 저조했다.

젊은 의사들이 ‘잘못된 의료 정책’이라고 꼽는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 동안 한시적으로 연간 의대 정원을 400명씩 늘려 의사 4000명을 추가로 배출한다. 400명 가운데 300명은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의사’로, 50명은 감염내과·소아외과·역학조사관 같은 특수·전문 분야 의사로, 50명은 바이오·제약 등의 분야에서 활동할 의과학자로 양성한다. 지역의사들은 전액 장학금을 받는 대신 해당 지역의 필수의료 분야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의사면허를 취소하고 장학금을 환수한다.

대전협은 정부안이 본래 목표한 지역·공공·필수의료 활성화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의료시스템을 더 왜곡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낮은 출산율과 높은 의료 접근성에 비춰봤을 때 국내 의사 수도 부족하지 않다고 본다. 전문가이자 당사자인 의사들과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모든 젊은 의사들이 이와 같은 생각일까? 그렇지 않다. 정부안에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려면 기본적으로 의사 수를 늘려야 하고, 대전협이 파업을 강행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존재한다. 전공의들의 1차 파업이 있던 8월7일, ‘어느 전공의’라는 그룹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는 올바른 의사 증원과 의료 환경 개선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는 공공의료를 중심으로 의사를 증원하고 충분한 인력 충원으로 전공의 수련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담겼다.

무기한 파업 이틀째인 8월22일 ‘어느 전공의’를 운영하고 있는 전공의 두 명과 만났다. 파업에 동의하지 않으면 배신자가 되는 것 같은 분위기에서 두 사람 모두 휴진에 들어간 상태라고 했다. 기사에는 ‘수도권 3차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라는 신분만 밝히기로 했다. 1만6000명이라는 전체 전공의 수와 비교하면 ‘어느 전공의’에서 뜻을 모으는 의사들은 소수다. 아직 수련 과정에 있는 전공의들에게 명쾌한 해답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극단으로 치닫는 이 사태를 풀어갈 단서를 제공하고, 더 나은 의료시스템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전공의 A는 의료계 파업이 예고된 이후 매일같이 고민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전공의 B는 의사들이 특권의식을 내려놓고 시민들과 더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발언을 인용해 각각 ‘고민하는 의사’, ‘함께하는 의사’라고 표기했다. 첫 번째 만남 이후 8월25일부터 전화 인터뷰를 통해 파업 진행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재 병원 상황은 어떤가요? 대전협이 코로나19 진료에 한해서는 업무에 복귀한다고 밝혔습니다.

함께하는 의사(함):코로나19 관련 진료를 담당할 사람들이 필수인력으로 돌아오는 방식이 아니에요. 대전협 차원에서 자원봉사를 지원받아 호흡기 발열 센터 같은 곳에서 업무를 보게 하겠다는 겁니다. 지원자가 없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각 병원에서 대책회의를 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 강하게 나가다가 곧 정부와 대화로 해결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이러다 사고가 날까 봐 너무 우려스러워요. 파업을 시작하면서 몇몇 병원은 위급한 상황에서 CPR(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도록 대기 인력을 남겨놓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 인력까지 빼려고 하는 상황이에요. 지금은 간호사나 PA(의사 역할을 일부 대신하는 간호사) 같은 병원 내 다른 인력들이 일을 더 하면서 빈 곳을 채우고 있습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전공의들도 있나요?

:독자적으로 움직이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에요.

고민하는 의사(고):파업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는 것 같아요. 전공의뿐만 아니라 펠로(전임의), 교수들까지 모두 이 파업은 정당하고 국가를 구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얘기하거든요. 저도 매일매일 고민했어요.

ⓒ연합뉴스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8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 이번 파업이 정당하다고 얘기가 되나요?

:그냥 당연한···. 저희도 이해가 안 가서 ‘어느 전공의’ 페이지를 만들고 성명서를 쓴 거예요(웃음).

고:밖에서 볼 때는 의사 파업이 밥그릇 싸움으로만 비춰지지만 사실 여러 동기가 섞여 있어요.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사람도 분명 있고, 분위기에 휩쓸려 가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정말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이 부실하고 한국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파업에 찬성해요. 동기가 모두 집단이기주의라는 틀로만 해석되지 않으면 좋겠어요.

한국에 의사가 부족한 건 사실인가요?

:의료 현장에서 전공의로 일하면서 의사 부족을 체감할 때가 많아요. 이 환자 심전도도 찍어야 하고, 저 환자 혈액검사도 해야 하고, 콜은 잔뜩 쌓여 있는데 CT실에선 기다릴 수 없다며 빨리 오라고 재촉해요. 내 몸은 하나인데 있어야 하는 공간은 여러 군데인 거죠. 아무리 적게 걸으려고 엘리베이터를 타도 하루에 기본 3만 보를 찍고, 당직 때는 36시간 연속 근무를 해야 합니다. 업무량이 과도하다 보니 자꾸 화가 나요. 그 피해는 결국 환자들에게 가는 거죠. 검사가 늦어지고, 밤늦게 자는 환자를 깨워서 드레싱(상처나 수술 부위 소독)하고, 과로 때문에 의료사고 위험도 높아지고요.

:의사가 어디에 얼마나 부족한지 조사를 해야 해요. 정부안은 막연하게 지역 의료격차를 거론하지만 지역별 인력 불균형이 얼마나 되는지를 기반으로 인력 수급안을 제시한 것이 아니에요. 또 인력 투입이라는 양적인 확대만 이야기할 뿐, 그들이 일할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이나 질적 향상 관련 내용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어요. 그러나 의협이나 대전협에서 말하는 ‘의사가 충분하다’ ‘한국은 의료 접근성이 뛰어나다’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저출산 시대라고 하지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노인들에게 필요한 의료 서비스가 늘어날 거예요.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뛰어난 것은 맞지 않나요? 원할 때마다 의사를 만날 수 있는 환경인데요.

:수도권을 빼고 지방만 따져보면 상황이 전혀 달라요. 지역에서도 감기처럼 가벼운 질환이면 동네 의원에 갈 수 있겠죠. 하지만 중증 응급의료에서는 접근성이 매우 떨어져요. 급성기 질환이나 한 시간 안에 수술해야 하는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등인데 그 환자가 지역에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요. ‘치료 가능한 사망률’의 지역 간 차이가 크다는 건 통계로도 확인되고요. 의료 접근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것만 강조하면 의료 불평등을 눈감아버리는 결과가 됩니다.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라 불리는 필수진료 과목도 의사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가 의사 정원을 확대하는 근거이기도 하지요.

:일명 기피과 중에는 전공의 모집이 정원에 미달하는 곳이 정말 많아요. 이름 대면 알 만한 병원에서도 흉부외과 전공의가 없어 인턴이 주치의를 하는 경우가 생겨요. 수술은 교수와 PA 간호사 둘이서 하고요. (전공의 수련 과정은 인턴 1년과 레지던트 4년으로 이루어진다. 인턴 기간 의사들은 병원 내 여러 과를 거친다. 레지던트가 되면서 전공을 정하고 입원 환자들의 주치의를 맡는다.)

특정 과목들이 기피과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의사들은 전공을 어떻게 정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는 인턴 가운데 산부인과에 관심이 많고 분만해서 아기들이 나오는 걸 보면 너무 기뻐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병원에 와서 보니 업무 강도가 너무 높은 거예요. 산부인과 전공의들은 주 80시간(전공의법 기준) 이상 근무하는 경우도 많고, 환자들의 주치의를 맡게 되니 병원을 떠나기가 쉽지 않거든요. 단순히 사명감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라는 걸 점점 깨닫게 되는 거죠.

:의사들이 전공을 고를 때 두 가지 기준을 많이 얘기해요. 전공의 시절에 수련 과정이 힘들고 노동강도가 높아도 그 시간을 참은 뒤 개원하면 고소득이 보장되는 과목들이 선호돼요. 정형외과나 신경외과가 그런 곳입니다. 또 하나는 의사들이 많이 쓰는 단어인데 QOL(Quality of Life)이에요. 삶의 질이 보장되는 전공이라는 거죠. 마취과의 경우는 엄청 편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밤에 잘 수 있고, 식사 시간이 보장되잖아요.

ⓒ연합뉴스8월14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서울 동남권역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내원객과 환자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의협과 대전협은 기피과에 의사가 없는 이유로 저수가 구조를 꼽습니다. 전체적인 의사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이 책정한 급여가 너무 낮아 돈이 되지 않고 그러니 지원자가 없다는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완전히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저수가라고 하는 건 피부미용처럼 비싼 비급여 시술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건데요,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힘들게 일하는 필수의료 과목은 위험부담이 훨씬 큰 반면 수입은 적으니까요. 그러나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거죠. 저수가 때문에 의사가 어렵다고 하는 걸 국민들 시선에서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의사들이 이런 얘기를 많이 하죠. “건강보험공단에서 책정한 수가가 너무 낮기 때문에 값비싼 검사 같은 비급여 의료 행위로 적자를 메울 수밖에 없다. 의사들에게 비양심적인 진료를 유도하는 구조다.” 일부 동의를 하면서도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의사들의 기대 소득이 있는데 적자라는 게 그 기대 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한 거거든요. 그런데 기대 소득이 얼마냐 하면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개원가에서는 예컨대 월 1500만원 정도를 예상해요. 그동안 노력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는 의사들도 있지만 과연 정당화할 수 있을지 저는 고민스러워요. 사실 수가 문제는 상당히 복잡해요. 단순히 수가를 올린다고 기피과에 의사들이 가지 않아요. 2009년에 흉부외과 지원율이 너무 떨어지니까 수가를 대폭 올린 적이 있어요. 그러나 해법이 되지 못했어요. 하나의 답이 있다기보다는 인력을 충분히 늘리고 전공의 수련 과정을 개선하려는 노력 등 제도적 보완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이 문제를 풀 수 있어요.

지금도 전공의들이 수련을 마치고 갈 곳이 없는데 의대 정원을 늘리면 큰일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병원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는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비인기 전공 의사를 줄이는 추세라는 얘긴데요.

:그렇지 않아요. 실제로 부딪쳐보지 않은 전공의들이 그런 걱정을 많이 하는데 찾아보면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임금도 비교적 높은 수준입니다. 물론 기대 소득이 월 2000만원이라거나, 서울에서도 경쟁이 심한 밀집 지역에서 개원을 하면 어려울 수도 있겠죠. 비인기 전공이라도 지방에 갈 의향만 있으면 자리가 없지 않아요. 다만 그런 건 있습니다. 흉부외과를 예로 들면, 흉부외과는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고 수술 전후에 집중적으로 중환자를 돌볼 수 있는 인프라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현재 지방에서는 큰 수술이 어렵겠죠. 이게 어떻게 보면 악순환이에요. 큰 수술을 지방에서 할 수 없으니 환자들이 KTX 타고 서울로 몰리고, 환자가 오지 않으니 지방의 의료 수준은 더 떨어지고요.

:산부인과나 소아과에 대해서도 그렇게 얘기합니다. “지방은 출산율이 낮아서 환자가 없는데 굳이 산부인과가 필요하냐. 병원을 운영하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라고요. 일리는 있는데 여기서도 또 악순환이 벌어지는 거예요. 지방에 산부인과가 없으니 아이를 낳고 키우려는 처지에서는 그곳에 정주하지 못하고, 인구는 수도권으로 계속 몰리는 거죠.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서 ‘지역의사제’라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옵니다.

:의무적으로 지방에 근무하는 기간을 10년이라고 했는데 전공의를 마치고 전임의까지 하면 숙련된 전문의로 일하는 기간은 3~4년이에요. 정부가 설계한 지역의사제는 공공병원 중심이 아니라 사립 민간병원에 인원을 더 채워주는 방식이에요. 이런 곳이 의료 공공성을 키울 수 있을지, 의사들을 계속 붙잡을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거죠. 의무 기간이 끝나면 서울과 수도권으로 가버릴 거라고, 다른 전공의들도 얘기하고 저도 비슷하게 예상합니다.

:지방 공공병원 중에 서울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주겠다는 곳도 있어요. 월 1600만원에 숙소 제공하고, 야간 당직 없고, 주 5일 근무를 보장하는 조건인데 그래도 의사 구하는 데 애를 먹어요. 두 가지로 분석해볼 수 있어요. 하나는 ‘의사가 의술을 펼치기에 충분한 인프라가 지방에 갖춰져 있는가’라는 부분입니다. 의사만 있다고 환자를 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장비와 인력이 뒷받침돼야죠. 현대 의학은 워낙 전문화되어서 여러 전공끼리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일해야 해요. 내과는 외과에, 외과는 내과에 의뢰를 하면서 환자를 진료합니다. 두 번째로는 지방에서 근무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계속 발전시킬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지방에서 제대로 된 의료체계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은 일이고, 실력 있는 의사를 키워내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려면 이처럼 다양한 요소를 검토·점검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안에는 그런 다층적인 고려가 보이지 않아요.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할 의지가 있는지도 불투명하고요.  

ⓒ연합뉴스2019년 5월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응급의료센터가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정부가 의료 정책을 펴면서 전문가들인 의사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도 파업을 키운 명분입니다.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측면이 분명히 있어요. 현장에서 의사들이 하는 경험이 정책에 반영돼야 하는 것도 맞고요. 그런데 의사들은 의료 전문가이지 의료 정책의 전문가는 아니잖아요. 의료 제도 안에는 환자도 있고, 간호사도 있고, 방사선사나 청소 노동자도 있고 다양한 보건의료 인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병원 안에서 이들은 각자 다른 경험을 하게 돼요. 이런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정책이 추진되는 거잖아요. “의사들이 모든 것을 다 알아. 그런데 정부는 우리를 무시하고 있어” 이렇게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엘리트주의에 대해서 의사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이해를 해보려 한다면 전공의로서 혹독한 수련 환경을 버텨내고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까지 그런 고집스러움이 뒷받침되어야 했던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의사들이 유독 이기적인 사람들은 아니에요. 사회에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의사 사회도 비슷해요. 사실 병원에선 전공의들끼리 굉장히 호혜적인 관계예요. 혼자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일이 많으니까 전체 대화방에 SOS를 자주 청하는데 그때마다 최대한 도와주려 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태도가 의사 집단을 벗어나 전체 사회까지 확대되지 못하는 거죠.

ⓒ연합뉴스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가 8월23일 전공의협의회 회장단과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에서 헌신적이던 의사들이, 코로나19 재유행에도 파업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며 의사란 어떤 존재인가 되묻게 됩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모든 전공의가 혼란스럽고 한편으로는 회의감을 가지기도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의사는 아픈 사람, 그리고 아픈 사회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의대 증원 정책의 바탕에도 더 가까운 곳에서 더 좋은 진료를 받고 싶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있는 거잖아요. 내부에 갇히지 말고 시민사회와 소통하며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들으면 좋겠습니다.

:의사도 노동자라는 측면에서 당연히 권리가 지켜져야 하고 의사든 병원이든 정부든 이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죠. 그러나 한편으론 의사들이 스스로 한국 사회에서 상당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졌고, 기득권이 있다는 걸 인정할 필요가 있어요. 파업에 참여하는 의사들이 이 파업에서 승리했을 때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질문을 던져야 해요.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 미흡하고 방식도 서툴렀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우리 꽤 잘하고 있는데, 코로나19도 잘 막아내는데 여기서 굳이 바뀔 필요가 있느냐”라고 한다면, 깊어지는 의료 격차, 의료 불평등이 묻혀버리고 개선할 기회는 사라집니다.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이 파업이 거기에 기여할 수 있을지 되돌아봐야 해요. 싸움에서 이기는 데에만 골몰하면 의사들은 시민들의 신뢰를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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