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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Now] '진보상징' 긴즈버그 美 대법관 별세

[World Now] '진보상징' 긴즈버그 美 대법관 별세
입력 2020-09-19 14:33 | 수정 2020-09-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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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rld Now] '진보상징' 긴즈버그 美 대법관 별세
    미국 진보진영의 상징으로, 27년간 미국 연방대법관을 지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현지시간 18일 향년 87세에 별세했습니다.

    지난 2009년 췌장암 수술을 받은 뒤 폐암·간암 등과 10여 년 싸우다 합병증으로 숨졌는데요. 미국 대법원의 이념 지형이 현재 보수성향 5명 대 진보성향 4명으로 구성돼 긴즈버그의 건강상태는 몇 년 전부터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그녀의 죽음 이후 보수성향 대법관이 새로 지명될 경우 연방대법원의 이념 무게추가 보수 쪽으로 더욱 기울게 되기 때문이죠.
    [World Now] '진보상징' 긴즈버그 美 대법관 별세
    <진보진영의 록스타, RBG라는 별칭도>

    긴즈버그 대법관은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를 거쳐 1993년, 미국 역사상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연방대법관에 임명됐습니다.

    평소 약자를 보듬고 여권 신장에 힘쓰는 활동으로 진보진영의 상징으로 꼽혀왔는데, 성소수자나 인종차별 문제에서도 본인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소수의견을 내왔습니다.

    이 때문에 진보진영에선 거의 록스타급 인기를 누렸는데요. 유명 래퍼 '노토리어스 B.I.G'의 이름에 차용한 '노토리어스 R.B.G'라는 별칭까지 있었다고 하네요.

    그녀가 내렸던 주요 판결들을 간략하게 살펴볼까요?

    1996년 버지니아 군사학교가 남성생도 입학만 허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을 이끌어냈고요.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 원칙을 확인하며 소수자를 대변했습니다.

    특히 연방대법원은 2012년 이성부부가 누리는 혜택을 동성부부는 받을 수 없도록 한 '결혼보호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는데, 당시 긴즈버그는 '동성결혼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듬해엔 지인인 마이클 카이저 케네디 예술센터 회장의 동성 결혼식에서 직접 주례로 나섰다고 하네요.

    또 지적장애가 있거나 만18세 미만인 범죄자에 대해선 주 정부가 사형을 집행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이끌어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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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 이슈에도 목소리 '트럼프는 사기꾼'>

    평생 불평등과 싸웠던 긴즈버그는 정치적 이슈에도 목소리를 냈습니다. 2016년 지난 대선 당시 언론 인터뷰 등에서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사기꾼'이라 부르며 반대했는데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자신에 대해서도 일관성이 없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말한다"며 그가 '사기꾼'이라 비난했습니다.

    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선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과 법원이 어떤 곳이 될지 상상도 할 수 없다" "트럼프 당선의 영향이 국가 전체로서는 4년이 될 수 있지만, 대법원으로서는…생각하기도 싫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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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 수호자 잃었다" 애도 물결>

    미국에선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미국이 역사적인 법관을 잃었고 대법원은 소중한 동료를 떠나보냈다. 미래세대는 긴즈버그를 '지칠 줄 모르는 정의의 수호자'로 기억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도 "긴즈버그 대법관은 수많은 여성을 위한 길을 다졌다. 감사하다"며 고인이 여성계에 남긴 업적에 주목했습니다.

    과거 긴즈버그의 비난을 받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긴즈버그는 놀라운 삶을 이끈 놀라운 여성이었다. 법의 거인을 잃은 데 애도한다"며 애도의 뜻을 밝혔습니다.
    [World Now] '진보상징' 긴즈버그 美 대법관 별세
    <다음 대법관은 누가?>

    미국 정치권에선 긴즈버그의 후임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한다면 보수 6대 진보 3으로, 대법원의 이념 지형이 보수 쪽으로 더욱 기울게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의 연방대법관은 임기 없는 종신직이어서 한 번 임명하면 대법원의 무게추를 옮기기가쉽지 않은데요, 대선을 불과 2달 앞둔 지금 누가 새로운 대법관을 임명권 해야 하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자를 지명하면 상원에서 곧바로 인준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다음 대법관은 대선 이후 새 대통령이 선임해야 한다"며 반대했는데요,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바 있습니다.

    2016년 2월 보수성향의 앤터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하자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중도성향의 신임 대법관 후보를 지명했는데요, 의회를 장악하고 있던 공화당이 "불과 임기를 1년 앞둔 대통령이 대법관 임명권을 행사할 순 없다"며 인준을 거부했습니다.

    당시에도 보수성향 대법관 5명, 진보성향 대법관이 4명이었으니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로 보수 4 진보 4 중도 1로 재편되는 걸 막으려 했던 거죠.

    결국 연방대법원은 1인 공석인 8인 체제로 1년간 운영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보수성향의 신임 대법관을 지명하며 보수 대 진보, 5대 4의 이념지형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트럼프는 긴즈버그 대법관이 별세하기도 전인 지난 9일, 20명의 대법관 후보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보수세력 결집을 꾀하는 건데요. 진보와 보수 사이 균형을 위해 5번의 암투병에도 자리를 지키고자 했던 긴즈버그의 빈자리가 이미 크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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