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바라볼 때 시혜성과 동정이 수반된다. 우리 사회의 관습과 제도에도 뿌리 깊게 스며들어있다. 그들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보단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사회의 사각지대를 제대로 알 수 없다. 이제는 시혜적인 시선을 거두고, 사회적 약자를 ‘약자’가 아니라 동등한 동료 시민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소외되어있는 시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과 협동조합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노인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 중 43%정도만 일할 수 있다고 한다.”

- 출처│연합뉴스, [카드뉴스]노인빈곤율 OECD 1위…61만 일자리, 어르신 모십니다

그러나 현재 노인 일자리 제도로는 지금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이번 기사에서는 노인을 노동의 주체로 이끈 ‘러블리페이퍼’를 소개한다.

러블리페이퍼의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Q. 러블리 페이퍼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 러블리페이퍼는 폐지 수거 어르신들의 노동환경, 임금 체계를 건강하게 개선하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이에요. 어르신들이 주운 폐지를 정당한 가격으로 안정적인 구조로 매입한 후, 폐지로 캔버스를 만들고 거기에 작품을 만들어 업사이클링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수익금으로 지역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문화, 봉사활동 등을 하여, 문제가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를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Q. 폐지를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2013년도에 우연히 길에서 폐지 수거 어르신을 봤는데, 생각을 해보니 폐지 수거 어르신분들과 저와 ‘폐지’라는 공통분모가 있었어요. 이를 토대로 사업을 구상해봤습니다. ‘어르신들에게 폐지를 비싼 값에 사야겠다’ 는 생각이 있었지만 실현하는 방법을 몰랐어요. 그러던 중 2016년도에 뜻을 함께하는 대학생들과 함께 우연히 만화가 ‘소공’님이 폐박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폐박스 캔버스’라는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작가님을 찾아가서 제작 방법에 대해 배워왔어요. 하지만 저희가 만든 캔버스는 5000원이였고, 시중에 파는 캔버스는 1000원이라서 단가가 맞지 않았는데, 폐박스로 만든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려 부가가치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 길로 바로 페이스북에 그림 재능기부를 해주실 작가를 찾는 글을 올렸는데 대박이 났어요. 순식간에 150명이 채워졌어요. 사회적 기업을 인큐베이팅 하는 ‘언더독스’ 에서 연락이 오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세우게 됐습니다. 이렇게 3개월짜리 사업이 이렇게 커졌어요.

Q. 폐지 수거 어르신에 대한 러블리 페이퍼의 관점을 설명해주시겠어요?

- 한국에서는 폐지 줍는 일을 빈곤 노인이 하는 일 정도로밖에 취급하지 않는데, 사실 폐지를 줍는 건 일종의 환경운동이에요. 폐지를 수집하는 행위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일정한 공헌을 하고 계시는 거니까 그에 합당한 지원금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러블리 페이퍼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기우진 대표

Q. 사회적기업의 시작하면 굉장히 원대한 꿈을 가지고 시작할 것 같다는 인식이 있는데, 대표님도 그러한 목표와 꿈을 꾸고 시작하였나요?

- 처음에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원대한 목표나 꿈같은 건 없었어요. 그저 매 순간에 집중하고, 사람에 집중했어요. 저는 체육학과를 나와서, 군대를 다녀오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었어요. 결혼을 결심했을 때 현재 부족한 환경임에도 ‘제대로’ ‘잘’ 돈을 벌고 싶다는 명확한 결심과 목표가 생겼어요.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되, 떳떳한 남편, 떳떳한 가장이 될 수 있는 일을 선결조건으로 삼았어요. 그 뒤로 다양한 일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당시 순간순간의 상황과 사람에 집중하다보니, 여러 조건들이 맞아 떨어지면서 지금의 ‘러블리 페이퍼’까지 오게 되었어요. 대단한 시작점이란 없었어요. 사회적 기업이란 또 그래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기분 좋은 망함’에 대한 언급에 대해 설명부탁드려요.

- 조금 종교적인 이야기 같긴 하지만 기독교에서 예수님의 사망은 곧 부활을 의미해요. 러블리 페이퍼도 그러했으면 좋겠어요. 러블리페이퍼가 망하는게 폐지 수거 어르신들이 사는 거예요. 사회 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더이상 러블리 페이퍼가 할 역할이 사라지고 망했다는 거니까요. 러블리페이퍼가 그랬으면 좋겠어요.

러블리페이퍼 기우진 대표가 이웃돕기 성품을 전달하는 모습

Q. 사회 환원 활동도 굉장히 열심히 하시고 계신 것 같습니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하시고, 또 실제로 어르신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 러블리페이퍼에서는 폐지 매입과 캔버스를 만드는 일 외에도 어르신들의 생계와 안전, 여가 등 다양한 부분을 챙겨드리려고 하고 있어요. 쌀, 안전 리어카, 마스크 등 생필품을 제공해드리고 있고, 여행이나 문화 활동을 같이 하는 여가 지원도 하고 있어요. 지역 청년과 연계하여 토요일 마다 방문 봉사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 환원의 수혜를 받으시는 분들은 연마다 다른데 작년 기준으로 봤을 때 100분 정도 됩니다. 부평구에 폐지 수집하시는 분들의 명단이 있는데 총 208명 중에서 선정해요. 평균 연령은 80세 정도 되고 할머님보다 할아버님의 비율이 더 높습니다. 제가 어르신들에게 직접 여쭤본 적이 있는데, 어떤 어르신 한 분이 러블리페이퍼 오기 전 날 항상 설레인다고 말씀하셨어요. 너무 감사했죠. 또 다른 분은 노년에 대표님 만나서 이렇게 좋은 일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하셨어요. 어르신들과 관계가 두터워지면서 어르신들이 이사 가실 때는 이삿짐 옮기는 것도 도와드리고 해요. 러블리페이퍼가 아니었다면 그런 인연을 어떻게 만날 수 있었을까요.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할 뿐입니다.

폐지로 캔버스를 만들고 있는 어르신

Q. 러블리페이퍼 2.0은 ‘고용’을 테마로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 러블리페이퍼 2.0은 고용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입니다. 청년, 경력단절 여성, 폐지 수거 어르신, 학교 밖 청소년을 고용의 축으로 뒀어요. 러블리페이퍼 사무실에서 일하시는 어르신이 7분 계시는데 그 중 4분이 폐지를 수집하시고 3분은 아니에요. 폐지 줍는 기업이라고 일부러 폐지 줍는 어르신으로 고용했다는 느낌을 주는게 싫어서 일부러 7분을 모두 폐지 줍는 어르신으로 채우지 않았어요. 제가 대안학교에서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학교 밖 청소년들과 연계한 인턴십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Q. 러블리 페이퍼 3.0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 부분도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 러블리 페이퍼3.0은 소셜 아트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거예요. ‘문제가 문제를 해결’ 하는거죠. 예를 들어 폐지 줍는 어르신을 위해서 러블리페이퍼의 캔버스 아트가 만들어졌듯이, 노숙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캔버스를 구입하면 일정 금액이 노숙자를 위한 지원금으로 환원되는 것. 이런 콜라보의 형태를 의미해요. 최근에는 코이카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해 고생하시는 의료진을 격려하는 콜라보를 했어요.

Q. 여쭤보기 조심스럽지만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은 어떤가요?

- 너무 힘든 상황입니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에요. 예를들어 잠시 쉰다거나, 일정이 밀리면서, 경제적 문제가 생긴다거나 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저희는 학교나 기업에 가서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체험형 교육을 하는 것이 주수입이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교육행사가 다 취소되어서 타격이 큽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부분은 학교가 정상화되었을 때, 예약이 잡혀있는 곳이 꽤 있어요.

Q. 소외노인에게 필요한 정부지원은 무엇일까요?

- 노인이 되면 근로소득이 줄 수밖에 없어요. 시장에 일자리가 부족하니까요. 노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은 정부가 할 일입니다. 정부에서 노령인구를 책임질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야 해요. 대부분 주거 문제를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아요. 사회주택 영역에서 노인들도 보호를 받아야 해요. 주거에 대한 안정성이 중요해요. 기부에 있어서도 작년에 비해 기부액이 적었고, 기부를 받는 분들이 체감하는 것도 적었어요. 갈수록 그런 부분이 줄어들고 있어요. 이렇듯 민간자원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하루 빨리 초고령 사회를 대비해야 합니다.

Q. 앞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논의는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 ‘떡 하나 주면 되겠지’ 라는 마인드를 버려야 해요. 받는 사람이 떡을 좋아하지 않는데, 떡을 못 먹는데 무작정 떡을 주는 관점의 제도와 지원들이 많았어요. 이런 관점보단, 수혜자가 정말로 필요한 것을 알아야 해요. 그렇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들을 편안하게 물어볼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해요. 우리는 도와주는 게 아니라 누구나 마땅히 받아야 하는 것을 전달하는 것뿐이에요.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는 어떤 사람은 하고 싶은 걸 못하는 여건이 있고, 나는 그 여건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취한 것 중에 일부를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고하거나 땀을 흘리지 않았다고 해서 받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아도 되는,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러블리페이퍼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과 러블리페이퍼 기우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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