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맞수] 불황이 더 좋은 중고거래… 당근마켓 vs 번개장터

입력
수정2020.09.10. 오전 9:41
기사원문
윤희훈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중고거래 전성시대…당근마켓, 월 MAU 1000만 돌파
MZ세대 소비자 끌어모은 번개장터도 성장세 뚜렷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중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고 시장은 '불황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새상품보다 저렴하게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판매자 입장에서는 집안에 방치돼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물건을 정리하면서 짭짤한 수익도 챙길 수 있다. 예전엔 전문 판매자가 매입해 재판매하거나, 위탁을 맡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선 중고거래 앱을 통한 P2P 거래(개인 간 거래)가 활성화하고 있다.

국내에선 네이버 카페를 기반으로 하는 중고나라가 '앱 전환'에 뒤쳐지는 동안 당근마켓과 번개장터가 양강구도를 형성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 커뮤니티형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고, 번개장터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리셀 시장'을 구축 중이다.

당근마켓 사무실 입구에 설치된 캐릭터 모형.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 '당근하세요?'…중고거래 대명사 된 '당근마켓'

"당근", 스마트폰에서 알림음이 울린다. 당근마켓에 키워드로 등록한 상품이 올라왔다는 알림음이다. 올라온 상품을 살펴보고 채팅을 남긴다. "안녕하세요. 구매하고 싶어요." 채팅으로 거래 장소와 시간을 정한다. 약속 장소, 약속 시간. 쇼핑백을 들고 주변을 돌아보는 사람에게 가서 인사를 건넨다. "혹시 당근?", 물건을 확인하고 대금을 지불한다. 당근 거래 끝.

당근마켓은 9일 지난 달 월간활성이용자(MAU) 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MAU가 1000만을 넘는 서비스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정도다. 서비스 시작 5년만에 이룬 성과다. 특히 지난 1년간 당근마켓은 MAU가 3배 이상 증가하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당근마켓은 '당신의 근처'라는 슬로건을 담고 있다. 인근 지역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대면 거래를 권장하는 방식으로 중고 거래의 최대 문제점인 '판매 사기'를 사전에 차단했다. '동네 거래'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이용자 거주지 반경 6㎞ 이내로만 거래를 제한한다. 다만 거주지는 직장 등 주요 활동지를 추가로 설정할 수 있다. 거주지는 앱에서 GPS로 확인한다. 거주지 인증을 이행하지 않으면 사용이 제한된다.


동네주민을 주요 거래대상으로 설정하고 사용자의 거래 매너를 '매너온도'라는 지표로 평가할 수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의 거래가 성사되고 나면 간단한 평가와 거래 후기를 남기게 되는데, 이때 좋은 평가를 많이 받을수록 매너온도가 올라간다. 동네를 기반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만큼 평판 관리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당근마켓은 최근 중고거래를 넘어서 지역 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동네생활'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들을 연결하는 '내 근처' 서비스도 새롭게 선보였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지역 생활 커뮤니티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며 "앱 카테고리도 기존 '쇼핑'에서 '소셜'로 변경했다. 연결에 초점을 맞추고 서비스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업 수익은 어디서 나올까? 현재로선 '내근처' 서비스에 등록하는 업체들의 광고비가 유일한 수입이다. 당장은 수익 규모가 크지 않지만, 플랫폼 장악력을 키우면 '커뮤니티형 동네 종합 포털'로 다양한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능성을 기반으로 지난해 9월엔 48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기존 투자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 카카오벤처스, 스트롱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 등이 참여했으며,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이 신규 투자사로 합류했다.


◇ 아이돌 굿즈부터 패션·IT… MZ 세대 놀이터 된 번개장터

번개장터도 중고 거래 플랫폼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사용자 연령대가 다양한 당근마켓과 달리 번개장터는 젊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가 주로 이용하고 있다. 전체 이용자 중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는다. 실제 거래에 참여하는 이들도 절반 이상이 MZ세대다.

거래품목도 MZ세대가 선호하는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올 상반기(1~6월) 번개장터 검색어를 분석한 결과 1위~5위까지 모두 디지털 기기가 차지했다. 실제 앱을 들어가봐도 메인 페이지는 아이돌 그룹의 굿즈들과 피규어, 명품 의류로 가득 채워져있다.

번개장터는 이러한 특징을 '차별화' 요소로 삼을 방침이다. 개인 간 거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명품이나 한정판 패션 등 소장 가치가 있고, 개개인의 취향을 만족시켜주는 '리셀(resell) 시장'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이다. 다만 MZ세대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가짜 명품 상품들의 거래가 빈번하다는 점은 번개장터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번개장터는 앱 내에서 제공하고 있는 안전거래 플랫폼 '번개페이'로 수익을 내고 있다. 번개페이는 거래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자체 안심결제(에스크로) 서비스이다. 구매자가 3.5%의 수수료를 낸 후 거래가 완료되면, 구매자가 미리 결제한 금액을 번개페이가 보관하고 있다가 상품 전달 완료 시점에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올해 1분기 번개페이 거래액은 약 2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0% 이상 신장했다. 이 외에도 판매자가 원할 시 앱 메인페이지에 상품을 노출해주는 방식도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번개장터는 지난 3월 56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BRV캐피탈매니지먼트, 베이스인베스트먼트-에스투엘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캐피탈,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가 투자자로 참여했다.

유통가에서는 중고거래가 시장의 주류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한정판 운동화를 재판매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내는 '슈테크'(슈즈+재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슈즈 리셀 시장엔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에 이어 온라인 패션 플랫폼 강자 무신사까지 뛰어들었다.

롯데마트도 지난달 중계점에 중고 거래 자판기 '파라바라'를 설치했다. 파라바라는 판매자가 자판기에 직접 물품을 가져다 놓으면, 구매자가 실물을 확인한 뒤 구입하는 비대면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롯데마트는 중계점에 이어 광교점과 양평점에도 파라바라 자판기 설치를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 불황으로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과 취향이 뚜렷한 MZ 세대들의 소비 경향이 맞물리면서 중고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다만 중고거래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희훈 기자 yhh22@chosunbiz.com]




[네이버 메인에서 조선비즈 받아보기]
[조선비즈 바로가기]

chosunbiz.com

기자 프로필

조선비즈 윤희훈 기자입니다.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주세요. 취재해서 알려드릴게요.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