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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K바이오 메카 마곡으로"…판교 벤처 대이동

김시균 기자
입력 : 
2020-08-27 17:34:35
수정 : 
2020-08-28 09: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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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바이오·제약사 정착
한독·제넥신 R&D센터 등
바이오업체 줄줄이 입성

판교는 바이오인큐베이터
덩치 키워 마곡으로 옮겨

바이오 특화된 R&D 시설
바이오산업 인프라 탁월
사진설명
27일 오후에 찾은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마곡산단) 내 똘고랑 문화공원 부근. 긴 장마 후에 찾아온 폭염 속에서 내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서울월드컵경기장 8~9배 정도의 용지에 2개의 대형 연구개발(R&D)센터 빌딩을 건설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곳에는 9층짜리 '제넥신, 프로젠 신사옥 및 R&D센터'와 8층짜리 '한독 R&D센터'가 들어서는데 이들 두 회사는 2개 건물이 완공되면 지하주차장과 1층 공용 공간을 함께 사용할 예정이다. 제넥신은 내년 말 건물이 완공되면 바이오연구소를 포함한 판교 본사 인원을 모두 이곳으로 옮길 예정이다. 한독은 중앙연구소와 신약바이오연구소를 이곳 마곡 빌딩으로 통합 이전할 방침이다. 이장희 제넥신 상무는 "바이오 기업 제넥신과 한독이 R&D와 신약 개발 협력을 가속화하자는 취지로 양사 건물 두 채를 마곡산단에 짓기로 하고 지난해 11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상무는 "내년 말에 건물이 완공되면 직원 수 증가와 새 장비 도입 등으로 공간이 부족해진 판교 본사 직원 200여 명을 순차적으로 마곡 건물로 입주시킬 계획"이라며 "이미 마곡산단으로 주요 바이어 기업들이 입주했거나 속속 입주할 예정이어서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최대 '바이오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는 마곡산단으로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대거 이동하고 있다. 제넥신과 한독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에스디생명공학 등 다양한 바이오·제약기업들이 속속 사옥을 마곡으로 이전한 데 이어 지난 3월엔 팜스빌이 그리고 신신제약이 마곡 R&D센터 건설을 완료하고 한창 입주 중이다. 바이오 업체 제놀루션의 마곡 신사옥이 올 11월 완공 예정이고, 삼진제약은 판교에 있는 중앙연구소를 마곡으로 이전해 내년부터 가동을 본격화한다. 바이오 벤처 셀리드는 내년 마곡 의약품 제조시설(GMP) 완공을 앞두고 있고,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마곡 R&D센터를 내후년 완공한다. 전통 제약사 대웅제약도 연구 협업 전담조직 C&D(Connect&Development)를 마곡에 세운다.

지난해 11월 서울대에서 마곡산단으로 옮긴 헬릭스미스는 지난 5월 마곡 신사옥에 실험동물실을 새롭게 개소했다. 이곳에서 SPF급(특정 미생물이나 기생충에 감염 안 된 동물) 설치류와 토끼, 개, 돼지 사육실, 행동실험실, 수술실, 부검실, 임상병리실, 조직병리실을 전부 갖추고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시험물질에 대한 예비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고 있다. 서제희 헬릭스미스 경영지원실장은 "충분한 R&D 공간을 갖추게 돼 모든 동물시험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며 "당뇨 치료제 등 신약물질 연구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마곡산단에 입주한 바이오 기업들과의 협력 강화로 시너지 효과 창출 기회가 늘 것"으로 내다봤다. 코오롱생명과학도 2018년 4월 본사와 연구소를 과천 코오롱타워에서 마곡 신사옥으로 이전했다. LG화학은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바이오 R&D센터를 운영 중이다. 마곡산업단지관리단 관계자는 "현재까지 191개 기업이 입주 중"이라며 "의약과 바이오 분야 기업들은 20여 개사가 입주해 있다"고 전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판교가 바이오 벤처들의 '인큐베이터'로 기능했다면 마곡산단은 어엿한 바이오사로 자리매김한 기업들이 모여드는 K바이오 거점이 되고 있다"며 "다른 분야 기업들도 상당수 마곡에 둥지를 틀고 있어 커다란 밸류 체인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판교에서 기업 덩치를 키운 뒤 마곡으로 건너가는 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마곡산단 강점을 크게 네 가지 정도로 꼽고 있다. IT 중심인 판교보다 바이오 R&D에 더 특화된 클러스터라는 점, 바이오 산업 필수 인프라(동물실, 특수시설, 실험공간 등)가 다수 포진해 있는 점, 회사 간 협력과 공간 공유 체계가 제도화된 점 그리고 서울 내에 위치해 교통 인프라가 우수하다는 점이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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