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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지어지는 건물을 보고 ‘재건축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친환경적인 재료로 건물을 지어도 결국 더 많은 것을 사용할 텐데 말이다. 오늘날 무언가를 부수고 새로운 것을 짓는 일은 꼭 필요한 걸까. 환경보호가 화두가 된 오늘 건축 분야에서도 리사이클링이 주목받고 있다. 재생 건축이란 예전 건축물의 정체성을 보존하면서도 디자인 요소를 살려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문화와 예술을 품고 새로 태어난 홍콩, 중국 상하이, 태국 방콕의 세 공간을 소개한다.
10 Hollywood Rd, Central, HongKong, https://www.taikwun.hk/
세계에서 가장 긴 야외 에스컬레이터이자 왕가위의 영화 <중경삼림>으로 친숙한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Mid Level Escalator가 잠시 멈추는 곳에 고풍스러운 건물 하나가 있다. 고층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홍콩 중심에 자리 잡은 이곳은 타이쿤이다.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로 발걸음을 옮기면 예술 서점과 갤러리를 만날 수 있다.
지금이야 젊은이와 여행객에게 ‘힙’하다는 복합문화공간이지만 타이쿤은 170년간 홍콩의 역사를 담은 장소다. 영국 식민지 시대에 지어져 중앙경찰청사, 중앙 관공서, 감옥의 역할을 했기 때문. 홍콩 도심재생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우리나라 돈 약 6천억 원(37억HKD)을 투자해 8년의 공사 기간을 걸쳐 2018년 5월 오픈했다.
건물을 재활용했지만 역사와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두었다. 감옥이 있던 경찰청 본부 건물 일부를 살려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타이쿤의 역사를 정리한 공간을 마련했다.
JC Contemporary와 내부 계단 ©Tai Kwun
나선형 계단 사진 스폿으로 유명한 현대 미술관 JC Contemporary도 이곳에 있다. 붉은 벽돌과는 대조적으로 검은색을 띠는 이 건물은 구 벽돌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 지은 건물이다. 스위스 건축회사 해그조그 드뫼롱Herzog & de meuron이 설계를 맡았다. 일 년에 약 6~7개의 상설 전시가 열리며 대부분 관람객이 작품의 일부로 참여할 수 있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2. 태국 방콕 웨어하우스30Warehouse30
52 60 Captain Bush Ln, Bang Rak, Bangkok 10500, Thailand, http://www.warehouse30.com/
디자인 강국으로 떠오르는 태국에서도 재생 건축이 인기다. 방콕을 가로지르는 짜오프라야강 옆에 위치한 웨어하우스30 역시 예술과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태국의 건축사무소 DBALP의 지휘 아래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군의 창고가 개조된 곳이다. 내외부를 조금씩 수정하는 과정에서도 건축가 두앙릿 분낙Duangrit Bunnag은 나무 바닥만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고수했다. 4,000㎡의 대지에 들어선 7개의 건물은 카페, 편집숍, 가구 쇼룸, 서점 및 갤러리로 채워져 있다.
근처 벽 군데군데 감각적인 일러스트를 그려놓아 방콕 젊은이들의 사진 스폿으로도 각광받는 중이다. 태국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센터TDCD:Thailand Creative Design Center와 또 다른 재생 건축 공간인 더 잼 팩토리The Jam Factory가 근처에 있어 함께 방문해도 좋다.
3. 중국 상하이 Power station of art
200 Hua Yuan Gang Lu, Huangpu Qu, Shanghai, China 200231, http://www.powerstationofart.com/cn/
갤러리 방문을 목적으로 가는 여행으로 중국 상하이만 한 도시는 없다. 파리 퐁피두센터와 손을 잡은 웨스트번드 뮤지엄Westbund Museum부터, 방직 공작을 개조해 만든 대형 갤러리 단지 모간산루M50 그리고 상하이시가 나서서 조성한 예술 특구 내의 미술관들까지.
그중 파워 스테이션 오브 아트Power Station of Art는 중국 최초의 국영 현대미술관이라는 사실 하나로도 눈여겨볼 만하다. 165m의 높은 굴뚝을 끼고 있는 건물과 영문 이름에서 볼 수 있듯 발전소를 새로 단장한 장소다. 남산 N 서울타워의 조명이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는 것처럼 이 굴뚝은 상하이의 날씨를 보여주는 온도계의 역할을 한다.
과거 발전소 모습 1897~1955년(좌), 1955~2007년(우) © Power Station of Art
1897년부터 2007년까지 난시 전기 발전소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2010년 상하이 엑스포의 전시장으로 사용하면서부터다. 약 2년간의 준비를 거쳐 2012년 10월 지금의 모습으로 개장했다. 개관을 위한 리모델링을 위해 정부 지원금 $64백만 달러가 사용됐다. 7층 높이의 이곳은 한 번에 4개 이상의 전시를 수용할 수 있는 42,000㎡의 크기를 자랑한다.
Power Station of Art에서 열렸던 2018 상하이 비엔날레 © Shanghai Biennale
2년마다 상하이 비엔날레가 열리며 중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열세 번째 비엔날레도 오는 11월 이곳에서 개최될 예정. 행사가 없을 때는 크고 작은 전시와 패션쇼장으로도 이용된다. 글 | 디자인프레스 인턴 에디터 전혜민 (designpress2016@naver.com) 자료 제공 | Bangkok River https://www.bangkokriver.com/ Tai Kwun http://https//www.taikwun.hk/ Power Station of Art http://www.powerstationof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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