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은 취급 안해요" 백화점 제친 그곳, '넥스트 아마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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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만든 제품 전용 이커머스 '엣시' 
최저가ㆍ빠른배송 경쟁 탈피
독특하고 특별한 물건으로 차별화
"기존 이커머스에 없는 가치 제공"
온라인 강의 플랫폼 '클래스101'에서 노마드 그레이쓰가 운영 중인 엣시 노하우 콘텐츠 포스터. 클래스101 제공


두 아이를 키우는 A씨는 2017년 10분도 안 들여 그린 그림을 담은 디지털 파일 1개로 200만원을 벌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디지털 그림 판매에 뛰어든 그의 현재 연 매출은 1억원. 한국의 평범한 육아맘이 억대 매출을 올리게 된 건 그의 작품이 '엣시'란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마드 그레이쓰'란 이름으로 활동 중인 그는 "엣시에선 취미로 수익을 창출하는 꿈 같은 일이 현실이 된다"며 온라인 강의 서비스 '클래스101'에서 엣시 노하우를 알려 주는 콘텐츠도 운영 중이다. 이미 그의 강의를 들은 사람만 수천명에 달한다.

엣시는 오로지 손으로 만든 것만 사고팔 수 있는 수공예품 전문 전자상거래(이커머스)다. 엣시는 최근 테슬라도 탈락한 미국 뉴욕 증시의 대표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편입에 성공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소식은 미국 대형 백화점 콜스의 지수 퇴출 수모와 대조되면서 더 주목됐다. "아마존에 없는 걸 판다"는 수식어가 단골로 붙는 엣시는 '빠른 배송'과 '최저가' 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 업계에선 '느리고 비싸지만 나만의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엣시 연간 실적 추이 및 전망


아마존이 싫었던 목수 손에 탄생한 엣시



엣시의 창업자인 로버트 칼린은 목수 출신이다. 본인의 목공예품을 이베이나 아마존의 공산품들 사이에서 팔고 싶지 않아 2005년 개설한 게 엣시다. 이곳에서 철저히 금지되는 건 공장에서 찍어 낸 물건이다. 액세서리, 가구, 옷, 디자인이나 그림을 담은 디지털 파일 등 직접 만들어 낸 결과물만 거래 대상이고 가격보다 독창성, 장인정신 등이 경쟁력이다. 창작자와 구매자들의 개인 간 거래(P2P) 공간이기에 기업이 생산하는 공산품이 거래되는 기존 이커머스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엣시에서 판매 중인 인기 상품들. 독특한 책갈피부터 달력, 반려동물 장난감, 일러스트 등 다양한 수제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엣시 캡처


올 2분기 기준, 엣시에서 활동 중인 판매자는 310만명, 구매자는 6,030만명이다. 거래 금액만 26억8,900만달러(약 3조1,300억원)를 기록했다. 2012년 28.4%에 그쳤던 미국 외 거래금 비중은 지난해 35.9%로 뛰었다. 국내 창작자들도 엣시로 몰려가고 있다. 클래스101 관계자는 "엣시는 실물 상품뿐 아니라 디지털 결과물도 글로벌로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어서 입점 방법, 주문받는 법 등을 알려 주는 강의 인기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수공예 시장을 눈여겨본 아마존도 2015년 '아마존 핸드메이드'를 내놨지만 창작자나 고객 유치에 큰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아마존이 유일하게 넘보지 못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엣시의 성공요인으로 업계에선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끈끈한 커뮤니티 △이커머스 접목을 통한 시장 팽창 △MZ세대 취향 저격 등을 꼽는다.

배송ㆍ가격 경쟁 탈피한 '넥스트 아마존'



엣시 판매자와 구매자는 예술가와 팬에 가깝다. 작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하고 서로 의견도 주고 받는다. 엣시에서 연간 6회 이상 구매하는 사람이 400만명에 달할 정도다. 엣시에선 유대관계와 정보 교류 등을 위한 행사가 열리고 온라인 토론 공간도 활발하다. 주문이 들어오면 제작을 시작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빠른 배송을 기대하지 않고 가격 경쟁도 무의미하다는 점에서 창작자들도 부담 없이 입점한다. 아마존, 쿠팡 등 초저가와 빠른 배송에 매몰되지 않고 독특한 포지셔닝에 성공, '넥스트 아마존'의 한 유형으로 평가받는다. 파편화된 시장이라는 수공예품의 틀을 전 세계인이 모이는 이커머스로 깬 점도 성장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엣시 올해 2분기 주요 지표 증가율


'한국판 엣시'로 불리는 아이디어스는 2014년 출시 후 창작자를 팔로(친구맺기)하고 서로 소통하는 기능을 강점으로 성장해 최근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1,000만건을 돌파했다. 아이디어스 관계자는 "미국의 엣시, 일본의 '민메' 등 주요국에서 수공예몰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아이디어스는 20대 고객이 절반 이상인데, 가성비보다 의미를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층의 가치 소비 추세와도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수공예 이커머스는 먹거리 등으로 품목을 확대하면서 거래품 관리에 주력하는 추세다. 주문을 감당하지 못한 판매자가 공산품을 수제품처럼 속이거나 남의 작품을 베끼는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엣시는 공산품 적발 시 퇴출 정책을 운영 중이며, 아이디어스는 창작자 영입팀이 일일이 심사 후 입점을 허가한다. 아이디어스 관계자는 "원하는 수제품을 더 빨리 찾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상품 모니터링을 자동화하는 등 기술 고도화 경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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