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소상공인 돕는 데이터 도우미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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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1.16. 오후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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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서울 소상공인 지난주 매출, 작년 대비 37% 감소’ ‘PC방·노래방은 매출이 91% 폭락했지만, 음식 배달과 관련 있는 오토바이 판매는 101% 폭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거세지던 시기, 이런 소상공인 매출 데이터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매주 제공해 빠른 정책 대응이 나올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한 기업이 있다. 창업 5년 차의 스타트업 한국신용데이터다. 국립 과학영재학교 1기생으로, 연세대 공대를 졸업한 창업자 김동호(33)씨가 대표다.

이 회사의 소상공인 매출 자료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전국 주요 지자체장들이 직접 챙겨볼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되기 전날 밤 ‘오후 9시 이후 소상공인 매출 비율’을 지자체별로 분석해 정부에 급하게 전달하기도 했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이전에는 과거 데이터로 3개월 앞을 내다볼 수 있었다면, 신종 코로나 사태가 불거진 이후 3일 앞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며 "점점 실시간에 가까운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고운호 기자

전국 소상공인 매출 일 단위 분석

지난달 31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그는 “우리가 운영하는 ‘캐시노트’라는 매출 관리 서비스가 데이터의 원천”이라고 했다. 현재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소는 65만개 이상. 전국 180만 소상공인 중 외식 업소, 소매점의 캐시노트 가입률은 50%가 넘는다. 2017년 출시해 4년 가까이 쌓은 데이터로 매출 증감을 비교하다 보니, 코로나 시기 전국 소상공인의 어려운 속사정이 일 단위로 세세하게 드러난 것이다.

소상공인 매출 데이터를 정부에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부터다. 김 대표는 “원래 통신·카드사는 유료로 판매하는 자료였는데 하루가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 소상공인 돕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기관이라면 어디든 무료로 제공하고, 문제부터 푸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완전히 바꿨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원래 소상공인의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 경영 조언을 하는 데 활용했다. ‘재방문 손님이 적으니 단골 관리에 신경 써라’ ‘수요일 오후 매출이 높으니 그때를 집중 공략하라’는 식이다. 그랬던 사업 모델을 180도 바꾼 건 코로나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소상공인의 코로나 대응 메인센터가 되자’는 목표로 직원 50여 명을 모두 투입했다”고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소상공인 긴급 자금 지원 정책을 위한 데이터 분석에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4월 말 기준 소상공인용 정책 지원금이 380가지가 있었는데 업종, 성별·지역 한정 등 지원 요건이 제각각이었다”며 “380종의 요건을 일일이 분석한 다음 업종, 주소지, 매출 등 소상공인 데이터와 결합해 이 중 12가지를 활용하라고 제안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이 정책은 소상공인들에게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최근엔 금융위원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과 협업해 대금 납부 유예, 대출 신청 과정을 스마트폰을 통한 비대면으로 바꿨다. 이전에는 가게 문 닫고 새벽 5시부터 줄 서서 신청했어야 했던 것들이다.

"데이터의 힘은 연공서열 파괴"

김 대표는 회사의 성격을 ‘데이터 비즈니스’로 정의하면서 “소상공인에게 가장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것을, 우리가 데이터로 선제적으로 고민해 중앙정부·지자체·플랫폼 기업 등 여러 경제 주체들과 함께 풀어 보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1월 ‘데이터 3법’ 개정이 사업 성장의 큰 발판이 됐다”고 했다. 소상공인 매출의 80~90%를 차지하는 카드 매출 데이터의 경우, 그 주인이 소상공인인지, 카드사인지 애매해 이를 받아 활용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 3법 개정 이후 ‘데이터 주권자가 데이터 보유자에게 적법한 절차로 요청하면 보유자는 지정한 제3자에게 전송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덕분에 한국신용데이터가 카드사에서 소상공인 매출 정보를 받아 활용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김 대표는 데이터의 강점에 대해 “연공서열의 파괴”라고 답했다. “과거엔 더 오래, 많이 일한 사람의 경험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젊은 사람도 얼마든지 전문성 있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의미 있는 데이터를 계속 연결해 세상의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박순찬 기자 ideac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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