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팬텀AI` 조형기·이찬규 공동창업자
테슬라·현대차출신 의기투합
세종시에 한국지사 설립
최근 270억 투자 유치 받아
"통신·도로 인프라 최고수준
美서 못하는 기술 테스트
한국선 가능해 매력적"
테슬라·현대차출신 의기투합
세종시에 한국지사 설립
최근 270억 투자 유치 받아
"통신·도로 인프라 최고수준
美서 못하는 기술 테스트
한국선 가능해 매력적"
![팬텀AI 이찬규 공동창업자(맨 왼쪽)와 조형기 대표(왼쪽 셋째) 등 임직원들이 2018년 미국 실리콘밸리 도로에서 테스트 드라이브를 마친 자율차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매경DB]](https://pimg.mk.co.kr/meet/neds/2020/04/image_readtop_2020_346667_15858861474148791.jpg)
팬텀AI는 테슬라 자율주행 개발팀에서 근무했던 조형기 대표와 현대자동차에서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개발한 이찬규 박사 두 사람이 2016년 실리콘밸리에서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기존 차량을 보다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솔루션을 공급한다.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묻자 조 대표는 "6년간 자율주행을 연구하고 공부한 뒤에 고차원의 자율주행을 개발하는 줄 알고 테슬라에 들어갔다. 그런데 일론 머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레벨2부터 만들라고 했다"며 "처음에는 왜 그러는지 몰랐는데 나중에야 이유를 깨달았다"고 했다. 당장은 '레벨4'와 같은 고차원적 완전자율주행 기술이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많은 장벽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안전성 문제 때문에 핸들과 브레이크에서 손을 놓고 딴짓을 해도 상관없는 수준의 자율주행이 되려면 10년은 더 걸린다는 게 조 대표 설명이다.
공동창업자인 이찬규 박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곧 자율주행이 된다고 말했던 회사들도 이제는 그 완성 시점을 점점 뒤로 미루고 있다"며 "차에 인공지능이나 센서를 대량 부착하는 것뿐만 아니라 (도로 등에) 인프라를 심는 것이 더 자율주행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 대신 그는 "한국은 정부 주도로 자율주행을 이끌고 있고 판교 상암 세종 등에 인프라가 먼저 깔리지 않느냐"며 "실리콘밸리에 있는 정보기술(IT) 공룡들은 할 수 없는 것들이 한국에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자율주행 개발은 한계가 있고, 민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여기에 한국의 강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를 결정한 김진수 KT인베스트먼트 이사는 "KT가 구축하고 있는 자율주행 인프라와 스마트시티 사업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특히 자율주행 기술에 있어서는 '장밋빛 환상'을 좇는 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을 강조했다. 조 대표는 "내일의 문제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오늘의 문제가 더 다급하다"며 "지금 위기 시 비상브레이크를 밟아줄 가장 기본적 인공지능 솔루션이 탑재된 차량을 타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고차원적 기술을 추구하기보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안정적인 주행보조 인공지능 솔루션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팬텀AI의 지향점이라는 얘기다.
김진수 KT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자율주행을 하겠다는 기술기업은 구글 웨이모처럼 바로 완전자율주행으로 가는 경우가 있고, 그보다는 낮은 단계의 자율주행부터 밟아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팬텀AI는 후자"라며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자동차 회사와 관련 기술을 구현하도록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고 수익 창출 성과가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시리즈A 투자 유치를 통해 처음부터 우리가 가졌던 이러한 방향이 맞는 길이라는 공감을 얻은 것 같다"며 "조금이라도 한국의 고용을 창출하고, 운전자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시리즈A 투자 유치를 통해 처음부터 우리가 가졌던 이러한 방향이 맞는 길이라는 공감을 얻은 것 같다"며 "조금이라도 한국의 고용을 창출하고, 운전자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팬텀AI의 시리즈A 자금 모집에는 완성차 회사인 포드, KT뿐만 아니라 스틱인베스트먼트, 더웰스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투자자도 다수 참여했다.
팬텀AI는 카메라와 '라이다'라고 하는 레이저 장비를 통해 들어오는 신호를 읽어서 어디로 갈지, 언제 정차할지 등을 판단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공급한다. 비슷한 곳으로 인텔이 약 17조원을 주고 사들인 '모빌아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팬텀AI는 모빌아이와 대등한 성능을 갖고 있고, 차 제조사가 원하는 조건에 맞게 최적화가 가능하면서도 훨씬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완성차 제조사, 트럭 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제조사, 유럽 및 아시아의 차량 부품 회사 등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 서울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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