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식 ‘풀필먼트’ 본격화, 쿠팡 로켓배송 속도 만든다

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 서비스를 본격화한다. CJ대한통운은 LG생활건강과 풀필먼트 계약을 맺고 네이버쇼핑 브랜드스토어에서 판매되는 LG생활건강 상품을 24시간 내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19일 밝혔다. 종전 오후 3시 정도였던 당일 출고 및 D+1일 배송을 위한 온라인 고객 주문 마감시간을 풀필먼트를 통해 자정까지 늦췄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맥이다.

CJ대한통운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오랫동안 자랑하던 ‘자정’이라는 주문 마감시간을 정확히 공략했다. 요컨대 이제 네이버쇼핑에서 자정에 주문하더라도 바로 내일 받을 수 있는 상품 카테고리가 등장하게 된다.

이커머스 업체 입장에선 굳이 쿠팡처럼 엄청나게 큰 돈을 들여서 직접 물류망을 구축하지 않고도, 로켓배송 수준의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를 이용한다면 말이다.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서비스와 기존 이커머스 물류 서비스 프로세스 비교. 복잡해 보이는데 결국 재고 선입고를 하고 안 하고가 만드는 차이다.

풀필먼트 방법론? 재고 선입고

CJ대한통운이 로켓배송 수준의 속도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커머스 판매자의 재고를 먼저 물류센터에 입고시켜 보관한 것이다. 기존 택배 프로세스에 선행되는 유통업체, 제조업체 물류센터 방문 집하(픽업)와 택배 서브터미널에서 허브터미널까지의 간선차량 이동 시간이 줄어들어서, 주문마감 시간을 추가로 벌 수 있다.

CJ대한통운 곤지암 물류센터에서 온라인 주문 상품을 픽업하는 작업자들. 사실 이 과정은 기존 풀필먼트 한다는 3PL업체도 다 하는거다. 이렇게 픽업, 포장해놓은 상품을 택배 화물차가 와서 집하해 가는데 이후 과정은 택배 프로세스를 따른다.

CJ대한통운은 재고를 보관하는 물류센터로 2018년 택배 허브터미널로 구축된 연면적 11만5500제곱미터(약 3만5000평) 규모의 ‘곤지암 물류센터’ 공간을 활용한다. 곤지암 물류센터의 지하 1층 자동화물 분류장을 통해 하루 최대 170만 상자의 택배 분류 및 발송이 가능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곤지암 물류센터의 또 다른 용도가 ‘풀필먼트센터’였다. 쿠팡이 좋아하는 국제규격 축구장 기준으로 16개 규모의 곤지암 물류센터 2~4층이 풀필먼트센터로 활용된다. 여기 보관된 상품이 층간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지하 1층 택배 분류 및 집하장으로 바로 내려 보내지는 구조고, 이건 통상의 풀필먼트 업체가 못하는 것이 맞다. 허브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는 택배업체의 풀필먼트니까 할 수 있는 묘수다.

이번에 발표된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예부터 하고 있었다. 일례로 지난해 9월 CJ오쇼핑 통합물류센터가 같은 공간 4층의 1만7500평 정도를 활용해 구축됐다. 이 때도 마감시간은 ‘자정’이었고 프로세스도 같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CJ 계열사가 아닌 외부 화주 사례가 발표됐다는 점이고, ‘풀필먼트’라는 멋진 이름이 공식화 됐다는 점이 두 번째다.

기존 풀필먼트 한다는 3PL 업체엔 없는 자동화 택배 분류 시설. 재고 보관 공간과 택배허브터미널이 같은 공간 다른 층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집하 및 허브터미널 간선 이동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cf. CJ대한통운식 풀필먼트 정의

물류기업이 소비자의 주문을 수집하여 제품을 선별, 포장하고 배송까지 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커머스 풀필먼트는 전자상거래에 전문화된 일괄 물류서비스다. 판매기업은 물류센터에 상품만 입고만 시키면 재고관리, 배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류과정이 해결된다. 수백만건의 상품 재고를 실시간으로 관리, 주문에 맞춰 선별해 포장하고 택배배송까지 해야 하기에 높은 운영 전문성과 물류정보기술 역량이 필요하다.

쿠팡 경쟁사 헤쳐 모여

CJ대한통운은 풀필먼트 서비스 도입으로 달라지는 것들을 아래와 같이 언급했다.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서비스로 인해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변화가 일 전망이다. 밤 늦게까지 더 여유있게 인터넷 쇼핑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시간 활용도가 높아진다. 다음날 필요한 상품이 급히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자정을 넘기지 않았다면 주문이 가능하다.

입점업체도 주문을 더 오래 받을 수 있어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고 CJ대한통운이 재고 관리와 배송까지 모두 처리하기 때문에 물류과정에 대한 고민이 줄어들게 된다. 물류과정 단순화로 인해 상품 안전성도 높아진다. 곤지암 메가허브는 3개 층의 대규모 풀필먼트 센터를 갖추고 있어 확장성이 풍부해 입점업체의 대규모 할인행사로 인한 물량급증에도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택배업계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이 대형 고객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본격화함에 따라 우리나라 이커머스 물류에서도 풀필먼트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길고 어려운 이야기니 쉽게 풀어 보자면 이제 쿠팡 로켓배송 수준의 물류를 CJ대한통운을 통해 할 수 있으니 쿠팡 경쟁 이커머스 업체들은 헤쳐 모여서 우리 거 쓰라는 거다.

아쉬운 것은 이번 CJ대한통운 보도자료에서 풀필먼트의 핵심 역량이라 일컬어지는 시스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이건 기회가 된다면 따로 이야기 하고 싶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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