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샌 사무실 출근도 안 하고 집에서 Zoom 화면만 보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회사에 주로 투자하고, 대략 직장에서 어떤 일이 돌아가는지는 우리 와이프도 알고 있지만, 요새 24시간 나랑 집에 있다 보니, 내가 우리 투자사들과 하는 대화를 많이 듣고, 어떤 회사가 잘하고 있고, 어떤 회사가 힘든지, 대략 파악하고 있다. 남편 하는 일이 겉으로 보면 아주 번드르르하고, (비록 남의 돈이지만)수 억 단위의 돈을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멋진 VC라고 알고 있었는데, 막상 온종일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돈 버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회사들 어렵고, 망하고 있고, 곧 망할 것 같은 회사 대표들과 정신과 상담하듯 이야기하는 내용밖에 없어서 굉장히 놀라고 신기해하는 거 같다.

“오빠 투자해서 돈 버는 사람 아니었어? 무슨 119 소방대원 같은데?”라는 말을 할 정도로 요새 코로나바이러스가 몇몇 우리 투자사들에 주는 충격은 상당하다. 그리고, 이미 전에 내가 여러 번 말했듯이, 이걸 내가 어떻게 해줄 순 없다. 그 누구도 예상 못 했던 팬데믹이 왔고, 투자자나 창업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냥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다. 내가 그나마 해줄 수 있는 건, 그냥 옆에서 정신적 말동무가 되어 주는 건데, 모든 회사가 다르고 모든 창업가의 스토리가 다르지만, 정말 안타까운 일들이 많다.

어떤 대표는 그동안 같이 고생하고 모든 걸 함께 했던 팀원의 절반을 해고했고, 어떤 대표는 사업의 방향을 크게 피봇했고, 어떤 대표는 원래 없는 살림으로 사업했지만,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분들과 통화나 줌 미팅이 끝나면 나도 온갖 생각으로 먹먹해진다. 나도 이 정도인데, 대표님들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오갈지, 그리고 잠은 제대로 자고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솔직히 우리 투자금도 걱정이 되긴 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걱정되는 건, 인생을 바쳐서 힘겹게 쌓아놓은 탑이, 내가 통제하지 못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바이러스와 이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걸 보는 이 들의 정신건강이다.

그래도 이 암울한 현실에서도 나는 매일 빛을 보고 있다. 우리 투자사 대표들은 모두 내가 존경하고, 잘하시는 분이라는 걸 알고 있고, 이 때문에 투자를 했는데, 이 위기는 이분들을 내가 다시 보게 되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대단한 분들이라는 확신을 하게 해줬다. 주도적으로 직원을 – 많게는 절반 이상 – 해고하는 건 말만큼 쉽지 않고, 진정한 리더는 해고를 할 수 있는 용감한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이걸 바로 하는 결단력과 용기에 일단 한번 놀랐다. 또한, 당황하거나 우왕좌왕 하지 않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탄성과 회복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말이 유연한 대처지, 어떤 대표는 그동안 하던 비즈니스를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방향을 찾기도 했다. 대기업이라면 절대로 못 했을 것이고, 하더라도 수개월이 걸릴 일을, 이분들은 하루 만에 한 것이다.

이런 대표들에게 내가 헌사 하고 싶은 노래가 하나 있다. Billy Ocean의 “When the Going Gets Tough, the Tough Get Going”이다. 노래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면, “상황이 힘들어지면, 강인한 사람들은 더 강인해진다.”이다. 좀 오래된 곡이지만, you will enjoy it.

통제 못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통제 할 수 있는 거에만 집중하자. 그러다가 망할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시원하게 한 번 싸워보자. 사업가답게, 대표답게, 용감하고 떳떳하게 온몸으로 부딪쳐보자. 결과와는 상관없이 모두가 다 나중에 술잔을 기울이면서 웃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