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가 본격적인 락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생활밀착형 플랫폼인 금융, 즉 네이버페이로 대표되는 핵심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네이버의 서비스를 묶고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구독경제의 방법론도 차용되면서 '한국형 아마존'의 로드맵을 구사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출처=네이버

락인의 경제학
아마존은 이커머스 기업으로 알려졌으나,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인 AWS를 보유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알렉사를 가동하는 한편 하드웨어 제품까지 제작한다. 심지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력까지 전개하는 한편 OTT 사업도 한다. 이를 바탕으로 아마존은 고객을 아마존 제국에 담아내는 작업에 매진하는 중이다. 

성과는 눈부시다. 2019년 말 기준 아마존프라임 글로벌 가입자 수는 1억5000만명을 넘어섰고 매출은 754억5000만달러(91조97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97억달러보다 26% 늘었다.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조스의 자산은 1430억달러에 이르고, 2026년에는 인류 최초로 1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포브스의 전망까지 나왔다.

눈부신 아마존의 성과를 롤모델로 삼은 기업이 많은 가운데, 한국에서 가장 근접한 기업으로는 쿠팡과 네이버가 꼽힌다. 여기서 쿠팡은 아마존과 동일하게 이커머스에 기반을 두고 강력한 유통 물류 경쟁력을 보여주며 가장 유력한 한국형 아마존의 후보에 올랐으나, 최근 네이버에게 그 타이틀을 빼앗길 위험에 처했다. 

쿠팡은 이커머스에 기반을 두고 특유의 논란많은 조직문화까지 아마존과 닮았으나 네이버가 가진, 아마존 제국 방식의 핵심 중 하나인 콘텐츠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네이버는 이커머스의 약점이던 물류 인프라까지 연계형 풀필먼트 전략으로 채워가는 중이다.

현 상황에서 이커머스 기반은 아니지만, 이커머스에서'도' 큰 존재감을 보여주며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한 네이버가 큰 그림에서의 아마존과 더욱 밀접하게 닮아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네이버는 한 발 더 나아가 구독경제 전략까지 강화하고 있다. 이 역시 쿠팡도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으나 현 상황에서는 네이버의 전격전이 더 매섭다. 업력이나 이미 가동되는 영향력 측면에서 쿠팡의 구독경제 방식은 이커머스에 갇혀있으나 네이버는 기존 보유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더 넓은 영역의 '고객중독 현상'을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초기지만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이 눈길을 끈다. 일정 비용을 낸 네이버 이용자에게 네이버페이 포인트 적립 혜택과 함께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이용 혜택을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며 네이버 플랫폼 전체의 끈끈한 연결성을 강화할 중요한 전략이 될 전망이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네이버쇼핑, 예약, 웹툰 서비스 등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경우 결제금액의 최대 5%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적립 받을 수 있는 정책이다. 월간 결제금액 20만원까지 '기본 구매 적립' 외에 4% 추가 적립 혜택을 받는 정책이다. 20만원부터 200만원까지의 결제금액은 ‘기본 구매 적립’ 외 추가 1% 적립 혜택도 받는다.

네이버는 멤버십을 통해 네이버웹툰 및 시리즈 쿠키 20개(웹툰 미리보기 10편 상당)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VIBE 음원 300회 듣기, 시리즈On 영화 및 방송 감상용 캐시 3300원(최신 드라마 2편 상당), 네이버 클라우드 100GB 이용권. 오디오북 대여 할인 쿠폰 중 마음에 드는 혜택 4가지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 한재영 리더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네이버쇼핑 또는 웹툰, 시리즈On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를 활발히 이용하는 분들에게 더욱 유용한 멤버십이 될 것”이라며 “이번 서비스 출시를 시작으로, 추가 혜택과 제휴사를 꾸준히 확보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재미있는 점은 그 중심에 네이버페이의 존재감이 가동된다는 대목이다. 결제야 말로 일상의 삶을 관통하는 커다란 화두며, 이는 모든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핵심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되며 온라인 간편결제의 시장성은 이미 확인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 연장선에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네이버 전체 콘텐츠 플랫폼 경쟁력을 네이버페이로 집중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 제국을 건설하려는 야망이 깃들어있다는 평가다.

▲ 출처=네이버

네이버통장에도 비슷한 전략이 숨어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최대 연 3%의 수익률과 네이버페이 포인트 적립을 제공하는 네이버통장을 출시하며, 그 중심에 네이버페이와의 강력한 연결고리를 지원한다.

실제로 가입자들은 네이버페이 전월 결제 실적을 기준으로 최대 연 3%(100만원 이내, 세전)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으며 전월 네이버페이 결제 실적이 월 1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연 3%, 월 1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연 1% 수익률이 적용된다. 나아가 네이버통장으로 페이포인트를 충전한 뒤 네이버쇼핑과 예약, 디지털 콘텐츠 구매 등을 포함한 각종 결제처에서 네이버페이를 이용하면 결제금액의 최대 3%를 보장한다.

네이버페이의 존재감 자체도 강력하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네이버의 결제금액 추정치를 발표한 가운데 , 1분기에만 무려 5조8000억원의 결제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신용카드, 체크카드, 계좌이체, 소액결제로 결제한 금액을표본 조사한 결과며 이는 역대 최대 결제액이다. 특히 지난 3월의 네이버 결제금액은 2조3000억원을 기록해 월 기준 최대 결제액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런 가운데 1분기 결제액 5조8000억원 중 네이버페이의 결제액은 5조2000억원에 달한다. 분기 네이버페이 결제금액 5조2000억원 중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결제금액은 쿠팡 4조8000억원, 이베이코리아 4조2000억원에 이어 3위권으로 약 3조5000억원원으로 추정된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성장성이 광고에서 쇼핑과 금융, 동영상과 웹툰 중심의 콘텐츠로 확산되고 있다"며 "네이버파이낸셜 사업의 구체화, 네이버웹툰의 해외성장, 네이버예약을 중심으로 로컬 컨텐츠의 확장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아직 카카오페이가 네이버페이와 비교해 거래액 기준 2.5배를 웃도는 등 압도적이지만, 네이버는 네이버페이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설명이다.

▲ 출처=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

중독의 경제학
네이버는 다양한 인공지능, 클라우드, 콘텐츠를 바탕으로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을 자랑하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사업진출보다 각 협력업체의 연결고리를 지원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당연히 생태계가 넘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네이버페이를 중심에 두고 구독경제 방법론을 가동하는 한편, 네이버페이를 통한 자체 콘텐츠의 연결성을 부각시켜 가두리 생태계 양식장을 만들고 있다.

아마존이 이커머스에 중심을 두고 다양한 콘텐츠와 기술로 무장해 구독경제를 통한 락인 전략에 나선다면, 네이버는 IT 플랫폼에 바탕을 두고 다양한 콘텐츠와 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물류까지 포함한 이커머스 기반의 인프라에 파트너십 전략으로 아마존과 비슷한 지향점을 찾아가는 셈이다. 핵심동력은 네이버페이, 즉 금융이다.

다만 네이버가 한국형 아마존의 완전한 자리를 굳히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네이버페이를 중심에 두고 네이버 제국을 건설하는 장면은 성공에 대해 이견의 여지가 적은 편이나, 구독경제에 있어서는 난관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구독경제의 핵심이, 단순히 '플러스 알파'의 주기적인 서비스 제공 개념이 아니라 '필수적인 서비스'의 주기적인 서비스 개념이라는 대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즉 구독경제를 성공시키려면 고객이 그 생태계에 들어가지 못했을 경우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는 뜻이다. '없어도 그만'인 구독경제는 반짝관심을 받을 수 있으나 이내 동력이 떨어지지만, '반드시 있어야 하는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받는' 구독경제는 연속성을 가진다.

네이버는 이 대목에서 온오프라인 이커머스 인프라를 가진 쿠팡과 비교하면 분명히 뒤지고 있다. 이는 업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다. 쿠팡을 통해 생필품을 배달받는 사람은 쿠팡의 간편한 사용자 경험에도 중독되어 기꺼이 구독경제의 일원이 되지만, 네이버가 추구하는 콘텐츠적 측면의 구독경제는 아무리 네이버페이를 중심에 위치시킨다고 해도 필수적인 서비스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네이버가 네이버페이의 생활밀착성을 더욱 강화하는 1단계 전략에, 네이버의 콘텐츠들이 각 영역에서 대부분 1, 2위를 해야 한다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난관들이 해결되면, 고객은 네이버에 중독될 수 있다. 긍정적인 의미의 네이버 제국이 완성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