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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CEO는 직원들이 함께 일을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하죠"

[라이프점프-스여일삶 공동기획] (1) 최한솔 '픽소' 대표 (下)

일을 잘하게, 즐겁게 하도록

팀 문화 만드는게 CEO 덕목

공동창업시 의견 충돌은 당연

대안을 만들어 나가





어느 조직이든 결국 사람이 중요합니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은 많지 않은 인원이 저마다의 롤을 맡아 일을 진행하기에, 한 사람의 행동은 과정과 결과에 보다 큰 영향을 줄 수 있죠. 그래서 동업도, 구인도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단순히 같이 일할 한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시행착오를 통해 우리의 다음 스텝을 함께 밟아 나갈 동료가 필요한 거니까요.

일자리 전문 매체 '라이프점프'와 여성 스타트업 커뮤니티 '스여일삶'은 지난 주에 이어 최한솔 픽소 대표에게 공동차업의 경험과 인재채용, 그리고 내부 조직문화에 대해 물었습니다.



- ‘이분과 협업해도 좋겠다’는 것과 ‘이분과 같이 회사를 운영해도 좋겠다’는 좀 다르잖아요? 동업을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첫 출시 제품인 커버를 작업하면서 좋은 제품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했어요. 물론 처음에는 충돌이 있었죠. 그때마다 한쪽이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그 덕에 제품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죠. 그런 과정과 결과를 우리는 만족스러워했고요.

커버를 함께 런칭한 뒤에는 우리의 결과물이 더 많은 분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사용자들의 반응이 증명했죠. 그때 제품의 방향에 대한 확신을 얻고 베이비그램(Baby Story)을 연이어 런칭했어요. 그래서 동업을 마음 먹은 어느 한순간을 꼽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다만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시너지가 좋았다고 생각해요. 서로가 생각하는 ‘좋은 제품’에 대한 관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 스타트업은 공동창업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대표님께서도 픽소가 첫 동업은 아니셨고요. 동업의 과정에서 무엇을 놓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보세요?

"시작은 다르지만, 끝, 지향하는 바는 비슷해야 한다는 점 같아요. 일하는 방식이나 시각이 모두 같을 수는 없지만,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의견 충돌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결국 가고자 하는 방향이 같다면 충돌은 더 단단하고 완성도가 높은 결론을 도출하게 할 거라고 봐요."

픽소를 공동창업한 뒤 두 대표님은 홍대에서 사무실을 알아봤다고 합니다. 거점을 정한 뒤 한 차례 이사하면서 지금은 연남동에서 두 층의 사무실을 쓰고 있죠. 아래층에는 사무실을, 옥상 테라스가 보이는 위층에는 회의실을 두었습니다. 특히 최한솔 대표님과 인터뷰를 진행한 회의실은 통유리로 되어 밖에서 햇살이 들어왔고,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기 제격이었습니다.


- 이곳도 그렇지만, 아래 사무실도 굉장히 밝고 열려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무실을 구하실 때 따로 컨셉을 잡은 게 있었을까요?

"개방적이고 밝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디지털노마드 시절에는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게 생각났어요. 자연과 직접 맞닿아 있진 않더라도, 최소한 답답하지 않은 공간에서 일하는 모습을 항상 그리게 되더라고요. 일하다가 힘들어도 큰 창 혹은 테라스와 같이 확 트여있는 밖을 보면 한숨 돌릴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랬어요."

- 개방적인 느낌은 주되 팀원이 원하는 방식의 개방감을 추구하셨을 거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픽소 사무실에는 파티션이 없어요. ‘파티션을 사용하는 건 어떨까요?’하고 이야기를 꺼냈을 때 거의 모든 팀원이 파티션이 없는 게 더 시야가 트여서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맞은편 창문으로 하늘도 보면서 일하고 싶다고도 하셨고, 막힌 것보다는 넓게 공간을 쓰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덕에 자연스럽게 옆 사람의 모니터를 보면서 궁금한 건 바로바로 물어보고 답해주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어요."



- 요즘엔 원격 근무도 많아지는 추세잖아요. 초반에 왜 물리적인 거점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셨을까요?

"둘이었다가 셋이 되고 넷이 되면 메시지의 전달이 정말 중요해져요.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같이 듣지 않았다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죠. 저희가 거점을 마련하게 된 것도 그런 까닭이었어요. 한 공간에 모여서 최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요.

그런데 정말 그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게 쉽지 않아요. 분기별로 내부 만족도 설문을 진행하는데, 첫해에는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느끼는 팀원이 대부분이어서 충격을 받기도 했어요. 개개인이 원하는 대로 일한다고 꼭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재미있게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는 궁극적인 목표이고, 지금은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개선을 위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걸 알았어요.

- 결국 팀 문화군요.

조직을 운영할 때 우리의 방향에 맞게 팀 문화를 최적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 팀의 핵심 가치이자 골자가 되는 DNA가 무엇인지, 그걸 정리하는데 시간을 많이 들였죠.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있어야 인재 채용에서도 기준이 생기고 그에 맞는 문화를 구축해 나갈 수 있거든요. 토대가 탄탄해야 나중에 팀의 구성원이 100명이 된다고 해도, 각자의 특성이 회사에 알맞게 녹아들 거라고 보거든요.



- 팀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하는 노력이 혹시 있을까요?

저희는 매주 회고와 스프린트를 하고 있어요. 정작 내 옆에 앉은 동료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지난주엔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없다는 피드백을 받고 심각성을 느낀 후 도입했어요.

회고는 말 그대로 되짚어 보는 거예요. 지난주의 자신이 수행한 업무를 동료들에게 이야기하면서 아쉬웠던 점과 좋았던 점을 함께 이야기하는 거로 시작합니다.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 ‘미리 특정 내용을 알았더라면 업무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했을 거 같다’ 등등. 좋은 점은 앞으로도 유지해 나가도록 노력하고, 아쉬웠던 건 모두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고민하죠. 그리고 선택된 대안은 그 다음 주부터 바로 적용해보는 거예요. 이렇게 작은 것을 하나씩 고치다 보니 습관이 되더라고요.

스프린트는 한 주 동안 수행할 팀 업무를 작은 단위로 태스크를 쪼개는 것부터가 시작이에요. 한자리에 모여서 팀원들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정하죠. 이때 그들은 각 수행업무의 ‘Task Owner’로서 더 책임감을 느낄 수 있어요. 스프린트를 도입한 뒤에는 이번 주에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파악이 훨씬 쉬웠고,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슬랙(Slack)의 스탠드업앨리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매일 아침 출근 시 하루 계획을 모두에게 공유하고 있어요. 팀원 모두가 동일한 질문에 답을 하고 누구나 볼 수 있죠. ‘오늘 기분이 어떤가요’, ‘오늘 업무는 무엇인 건가요?’, ‘어제는 무슨 일을 했나요?’, ‘오늘 몇 시 출근 몇 시 퇴근인가요?’. 이것 또한 팀원들의 매일의 업무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어 비효율적인 업무 루틴이 개선되었어요.

- 픽소가 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건 피플매니저의 존재로도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스타트업에 피플매니저가 있는 경우를 많이 못 봤거든요.

피플매니저의 얘기 중에 공감이 되었던 이야기가 있어요. 직원이 느꼈을 때 ‘내가 걱정해야 할 일로부터 회사가 나를 먼저 지켜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거였죠. 사실 대표가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이상적이고 좋은 환경을 만들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히 입장이 같을 순 없잖아요. 하지만 피플매니저는 동일한 위치에서 그들을 생각해 줘요. 우리만의 오류에 빠질 수 있는 부분에는 객관적인 조언을 주고 채용에 대해서도 우리와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더라고요. 내부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에도 많은 제안을 해주고요.

최근에는 피플매니저님의 섬세한 이벤트에 감동받은 적이 있었어요. 픽소는 코로나19로 계속 재택근무를 하고 있거든요. 벚꽃은 만개했지만 집에 갇혀 있어야 하니 꽃놀이는 그림의 떡이었죠. 그런데 피플매니저 희영님이 “우리 팀원들 꽃구경하고 싶을거 같아요. 집으로 봄꽃 한 아름씩 배송해주는 건 어떨까요?”라며 제안해 주셨어요. 팀원들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뜨겁더라고요. 그런 섬세한 이벤트는 피플매니저가 있어서 챙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iOS, 안드로이드 개발자와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상시 구인한다고 들었어요. 면접을 보실 때도 팀 문화에 잘 맞는 사람인지를 유심히 살피실 것 같아요.

그렇죠. 또. 문제를 해결할 때도 항상 무난한 예전의 방식만 추구할 게 아니라, 새로운 방식이 있다면 배워보고 시도해 보려는 분인지를 봐요 시행착오를 겪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신 그만큼 픽소는 내부적으로 교육을 장려하고 있어요. 스몰토크를 통해서 전 세계 트렌드나 기술적인 동향을 공유하기도 하고요. 저도 자극을 많이 받아요. 배움의 열정이 넘치는 분들을 보면서 스스로 반성할 때도 있을 정도예요. 전체적으로 배우려는 의지가 강한 분들이 모인 것 같아요. 그래서 면접을 볼 때도 러닝커브가 가파른 분인지 살피게 되더라고요.



- 혹시 벤치마킹하는 팀이 있으실까요?

아사나(Asana)요. 사람과 비즈니스가 그들의 중심이에요. 그래서 팀 문화적으로 내면의 안정과 평화를 추구하죠. 아사나의 경우는 전 세계에 몇 십 개의 지점이 따로 있어서 원격으로도 원활하게 일하지만, 또 내부적으로는 아주 돈독하게 일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그런 팀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요. 개개인의 심정적인 안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죠.

픽소가 보여주는 튼튼하고 독자적인 스타트업으로의 길을 그녀의 관점과 노력이 지지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CEO의 C는 앞으로 Culture가 될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조직 내 문화를 관리하는 사람이 CEO라는 거죠. 사실 창업과 거리가 좀 있던 저로선 조직 내 문화라면 좋은 복지, 멋진 탁구대, 저녁이 있는 삶 정도를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저 말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최한솔 대표님 역시 한때는 재밌게 일할 수 있는 물리적인 환경이 중요한 게 아닐까 싶었던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왜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걸까 생각해보고선, 물리적인 건 일부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다고 합니다.

“일을 잘하게, 즐겁게 일을 할 수 있게, 팀원을 배려하고 함께 나아가는 게 기본인 거죠. 그중에서도 중요한 건 같이 소통되고 함께 일을 한다는 느낌이 공유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CEO가 할 일은 그런 문화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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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주 스여일삶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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