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계의 반격, 자체 숙박 앱 '원픽' 나온다...야놀자·여기어때와 직접경쟁

대한숙박업중앙회 가맹점 모집…9월 출시
상단 광고 없애고 무작위 노출 등 고려
수수료 1% 차이 그쳐…가격 메리트 적어

숙박업계의 반격, 자체 숙박 앱 '원픽' 나온다...야놀자·여기어때와 직접경쟁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숙박예약 플랫폼 시장에 숙박업 협회가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는다. 수수료와 광고비 적정 기준을 놓고 숙박 플랫폼과 수년 동안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내린 결론이다. 협회에 가입한 2만여 숙박업소를 기반으로 세를 불려 기존 숙박 플랫폼과 경쟁하는 한편 협상력도 높이기로 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숙박업 종사자들로 구성된 대한숙박업중앙회가 자체 숙박 예약 앱 '원픽'의 가맹 모집에 착수했다. 오는 7월 중에 앱 내 결제 서비스를 도입해 베타서비스를 시작하고 9월 중에 정식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숙박업중앙회 관계자는 “앱 출시의 직접 원인은 숙박업 플랫폼이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광고비가 없는 시스템을 도입해 협회 회원 가입을 우선 끌어내고, 성과에 따라 사업을 추가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픽' 앱 운영은 숙박업중앙회와 더휴먼플러스가 지분을 출자해 올해 2월 설립한 합작법인 원글로벌이 맡는다. 숙박업중앙회 관계자가 직접 경영 의사결정에 관여해 업계의 이익을 반영하는 한편 수수료 인상 등 여지를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통상 10% 수준인 시중 숙박 앱보다 저렴한 9%로 중개 수수료를 책정했다. 대체로 10만~300만원 수준인 상단 노출 광고 상품은 판매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 대신 한 화면에 노출되는 업체 숫자를 경쟁 서비스의 3배 수준인 9개로 늘리고, 카테고리에 접근할 때마다 회원 업소를 무작위로 노출하는 방식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자금력이 약한 업주도 공평하게 노출 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다.

원픽 플랫폼을 이용하려는 업소는 별도의 객실관리 포스(POS)기 '볼트'를 의무로 이용해야 한다. 월 이용료 4만원에 36개월 계약이 조건이다. 협회 회원은 페이백 형식으로 이용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새로운 앱 출시에 대한 숙박업주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중개 수수료 외 서비스 이용료와 부가세가 별도로 부과되는 데다 1% 수수료 차이는 경쟁 서비스 대비 메리트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비스 이용료는 플랫폼 내에서 프로모션 상품 이용 시 추가로 드는 비용 3%다. '똑같은 숙박앱만 하나 더 늘어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숙박업계의 자체 앱 운영 추진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2018년 숙박업중앙회에서도 양복만 회장 재임 시절 '수수료 없는 숙박 앱'을 개발해 연내 3만 회원 업소에 보급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결국 무산됐다. 배달업계에서는 2014년 한국배달음식업협회가 '디톡', 부동산업계에서는 공인중개사협회가 2017년 '한방'을 내놓았지만 두 시장에서 유의미한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은 공급자가 만들기만 한다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찾아줘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