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당국 "네이버가 투자중개업자인지 검토".. '네이버통장'이 쏘아올린 정체성논란

박현익 기자 2020. 6. 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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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피해 발생해도 책임없는 네이버파이낸셜
금융당국, 제도권 안에 들일지 여부 놓고 검토 착수
"금융투자업자 성격 갖는데 규제 사각지대 놓였다"
일각선 "전통 금융업자와 다른데 같은 규제 불합리"

'네이버통장'을 두고 불거진 명칭 논란이 통장을 판매하는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 금융 자회사)의 정체성 논의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사업 성격상 금융투자업자와 다름없기 때문에 정식으로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과거의 규제의 틀로 새로운 혁신을 가두려고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정체성 논의 방향에 따라 통장에 이어 보험, 펀드, 파생상품, 대출 등 각종 금융상품으로 판매 범위를 넓혀가려 했던 네이버의 금융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투자중개업자로 인가받고 사업하도록 조치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중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이 하는 사업 형태가 자본시장법상 중개업자가 맞는지에 대해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결론이 나면 네이버에 대해 정식 인가를 받고 서비스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문제가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당초 이 논란은 네이버통장 명칭이 소비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점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네이버통장의 실질은 미래에셋대우가 만든 CMA(종합자산관리계좌)인데 이름만 봐서는 마치 '네이버은행'에서 내놓은 통장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다.

이 CMA는 입금된 돈을 RP(환매조건부채권)에 투자해 이자 수익을 얻는 금융상품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0’에 가깝다. 하지만 CMA를 허용해줬다가 다른 리스크(위험) 높은 상품까지 풀릴 경우를 감안하면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만에 하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시 책임은 미래에셋과 같은 상품을 제조한 금융사가 지는데 아무런 책임이 없는 네이버만 노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논란은 단순히 상품 하나만 놓고 볼 게 아니라 사업 주체인 네이버파이낸셜이 적절한 형식을 갖추고 업(業)을 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졌다. 플랫폼 사업자라는 이유로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금융투자업자가 지는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아도 괜찮냐는 이야기다. 중개업자가 되면 각종 투자자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도록 규제를 받고, 불완전 판매가 발생할 시 상품을 잘못 소개한 부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마트로 치면 주문자위탁생산(OEM) 방식으로 상표만 바꿔 파는 ‘피코크’ 식품을 위생검사 없이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금융상품이라는 게 잘못 판매됐을 경우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제조사, 판매사 각각에 이중 안전장치를 두는 것인데 네이버파이낸셜을 중개업자가 아닌 상태로 두는 것은 이러한 단계를 건너뛰는 것"이라고 했다.

한 자본시장법 전문 변호사는 "지금 리스크 없다고 하나둘 내줬다가 ELS(주가연계증권)도 나오고 DLS(파생결합증권)도 나온 뒤 소비자피해가 발생하면 어떡할 것인가"라며 "그때 가서 네이버가 ‘별 말 없다가 왜 이제 와서 그러냐. 우린 플랫폼 사업자일 뿐이다’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지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네이버통장이 아니라 미래에셋통장이라고 출시했어도 문제가 되는 사안"이라며 "네이버를 창구로 제 2의 라임사태가 터진다고 상상해보라. 뒷감당 되겠느냐"고 했다.

다만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투자업에 해당하는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다툼이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자본시장법에서 금융투자업이란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매매·중개·자문·일임 등의 업무를 하는 경우라고 정의하고 있다. 네이버는 수수료를 안 받는 구조로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영리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중개업자가 맞다는 측에서는 "네이버의 목표는 쇼핑 등에서 네이버페이 결제액을 늘리고 자신의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이익을 얻을 목적이 아니라고 보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플랫폼 사업의 확장성을 생각했을 때 이같은 접근이 지나치다는 우려도 있다. 네이버가 금융투자중개업자가 되면 매번 일일이 상품 하나하나를 검증하고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과 비용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투입돼야 하고, 상품의 다양성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투자를 결정한 투자자 몫이지 전통 금융체계에 얽매여 혁신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며 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T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조치가 취해진다면 네이버파이낸셜 입장에서는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전통 금융업자들과 비슷한 업무를 한다고 해서 동일한 규제를 받는 게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기존 금융 제도가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현실에 맞는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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