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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끄는 틈새 부동산-‘욜로族’ 몰린 무인도 경매…1억이면 ‘나만의 섬’

  • 배준희 기자
  • 입력 : 2020.03.02 09:11:38
  • 최종수정 : 2020.03.02 09:31:30
# 지난 1월 전남 신안군 증도면에 있는 ‘까치섬’의 법원경매 현장. 이 섬은 육지와 연결된 증도에서 직선거리로 200m가량 떨어져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였지만 경매 현장은 입찰 열기로 달아올랐다. 예상보다 많은 19명의 입찰자가 감정가 959만2800원으로 책정된 2284㎡(약 690평) 면적의 토지를 놓고 경합을 벌였다. 경합 끝에 한 개인이 낙찰받았다. 감정가의 10배가 넘는 1억500만원에 무인도 까치섬의 새 주인이 결정됐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섬 주변이 수상레저가 활성화된 곳이어서 수상레저스포츠 용도로 개발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부동산 경매 시장에는 이 같은 무인도가 종종 등장한다. ‘나만의 섬’을 꿈꾸거나 장기 투자 목적으로 무인도 경매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드물지만 무인도가 법원 경매에 종종 등장한다. ‘나만의 섬’을 꿈꾸는 틈새 수요가 적지 않다.

드물지만 무인도가 법원 경매에 종종 등장한다. ‘나만의 섬’을 꿈꾸는 틈새 수요가 적지 않다.



▶국내 섬 86%가 무인도

▷매년 5건 안팎 경매 등장

첫 번째 궁금증부터 따져보자.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는 무인도가 과연 몇 개나 될까.

무인도 관리의 주무부처는 해양수산부다. 해수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2878개의 무인도가 존재한다. 국내 전체 섬이 3348개라는 점에 비춰보면 약 86%의 섬에 사람이 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도별로 보면 무인도는 전남에 60.67%(1746개)가 몰려 있다. 경남(484개·16.82%)과 충남(236개·8.2%)이 뒤를 이었다. 인천(3.86%), 전북(2.78%) 등에도 무인도가 있다.

무인도 보유 주체로는 국가가 가장 많다. 절반에 가까운 1327개(47%)가 국유지다. 이어 사유지(1271개·44%), 공유지(145개·5%)순으로 많고 국유, 공유, 사유지 등이 뒤섞인 복수 소유 섬이 135개(4%)다. 무인도의 90%는 임야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2012년(4건)과 2014년(1건)을 제외하고는 매년 5건 이상 무인도가 경매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인도’라는 부동산 용도(지목)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감정평가서상 ‘무인도’라고 표기된 물건만이 해당된다. 2015년 5건으로 다시 늘어난 무인도 물건은 2016년 6건, 2017년에는 8건을 기록했다. 물론 다른 용도의 경매 물건과 비교할 정도는 못 돼도 2015년부터 경매에 나온 무인도 수가 전년 대비 소폭 증가세를 이어온 것이다.

경매로 나온 무인도 중 상당수는 토지 가격이 급등한 2000년 중후반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 대출을 끼고 팔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소유주가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자 금융회사들이 대출금을 회수하려고 잇따라 경매에 내놓은 것이다.

과거에도 경매에 나온 무인도가 고가에 낙찰된 사례가 일부 있었다. 워낙 희귀한 경우라 거래는 드물다.

2015년 전남 진도군 조도면 ‘갈도’는 전체 3만5108㎡(약 1만620평) 면적의 절반을 소유한 투자자 지분이 경매에 나와 감정가의 228%인 1080만원에 낙찰됐다. 2011년에는 경남 남해군 ‘아랫돌섬’ 9818㎡(약 2970평)가 감정가 696%인 6150만원에 팔렸다. 2010년 진도군 진도읍 ‘작도도’ 7만1737㎡(약 2만1700평)는 감정가 131%인 17억원에 낙찰됐다. 작도도 낙찰가가 최근 알려진 무인도 경매 중 최고가인 것으로 알려진다.

단, 모든 무인도가 이렇게 후한 대접을 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무인도가 감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낙찰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많다.

한 예로 지난해 1월 충남 태안군 이원면 당산리의 한 무인도(8만1917㎡)는 감정가(2억7255만원)의 59%에 불과한 1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 ‘목개도’는 전체 토지 3만5995㎡(약 1만888평)가 경매에 부쳐져 수차례 유찰된 끝에 겨우 주인을 찾았다. 2013년 8월, 감정가 6억1191만원의 41%에 불과한 2억5110만원에 매각됐다. 응찰자도 단 한 명이었다.

지지옥션 측은 “무인도가 경매로 나오는 사례 자체도 적지만 취하, 기각 등으로 경매가 중단되는 경우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개발 가능 유형 확인 필수

▷명도 부담 없어 장점

두 번째 궁금증. 그렇다면 모든 무인도가 투자가치가 있을까. 다시 말해, 무인도를 주인 취향대로 개발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무인도가 그렇지는 않다.

무인도는 관련 법령에 따라 관리 유형이 크게 4가지다. ‘절대보전 무인도’는 섬의 형상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출입이 전면 금지된다. ‘준보전 무인도’는 보전가치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출입이 제한된다. ‘이용 가능 무인도’는 섬의 형상 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정한 행위가 허용된다. ‘개발 가능 무인도’는 일정 범위 내 개발이 허용된다.

이 가운데 ‘이용 가능’ 무인도가 전체의 48%로 절반 정도 된다. ‘절대보전’ 유형은 6%로 가장 낮다. 자칫 경관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절대보전’ 무인도를 매수했다가는 출입도 못하는 낭패를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즉, 개발을 노리고 투자 관점에서 접근할 만한 무인도 유형은 ‘이용 가능’과 ‘개발 가능’ 딱 2가지다. 그렇다고 소유주들이 원하는 대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용 가능 무인도는 해양레저, 생태 교육, 여가활동 일환인 야생동·식물 포획·채취, 공유수면 일시 점용·사용까지만 허락된다. 말 그대로 시설물 설치 등 개발까지 가능하게 하려면 개발 가능 유형으로 지정되는 것이 필수다. 개발자는 개발사업계획을 작성해 관할 시도지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단, 개발면적이 3000㎡ 이상인 경우 등은 해수부 장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발 계획 허가가 떨어지면 주택 건축, 비닐하우스·선착장·관광시설 건설 등이 가능하다. 개발 가능 무인도는 현재 272개다.

이번에 낙찰된 까치섬은 해양수산부 무인도서에 등록돼 있지 않은 경우다. 해수부에 따르면 아직 등록이 안 된 무인도는 무인도서법에 따른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국토계획법상 까치섬의 토지 용도는 보전관리지역·준보전산지로 건물 신축이 가능한 땅이다. 이런 점이 투자자 주목을 끈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궁금증. 최근 들어 경매 시장에 무인도 입찰 열기가 높은 배경은 뭘까. 이를 두고는 여러 분석이 나온다.

우선, 이른바 ‘욜로’ 트렌드다. 욜로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며 소비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런 흐름을 타고 최근 섬을 주제로 한 여러 티브이(TV)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섬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 이른바 ‘섬테크’가 다시 주목받는다는 분석이다.

경매에 나온 무인도가 갖는 장점도 있다. 일단 사람이 살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명도에 대한 부담도 없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명도는 집에 살고 있는 점유자를 내보내는 일을 일컫는데, 통상적인 부동산 경매는 명도가 골칫거리일 때가 많다. 또 1회 유찰 때마다 30%씩 저감돼 두 번만 유찰되더라도 최저가가 감정가 대비 49%까지 떨어져 반값에 취득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선박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 응찰 전 현장 확인 자체가 어렵다는 점은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무인도 지분이 경매로 나오는 경우도 많은데 지분 경매 물건에 응찰한다면 공유자와 협의해 분할하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47호 (2020.02.26~2020.03.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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