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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관객과 온택트"…유튜브로 소통하는 뮤지컬 배우

서정원 기자
입력 : 
2020-06-14 17:08:24
수정 : 
2020-06-14 20: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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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출신 배우 김준수
12만명 구독자로 인기 과시

함연지 채널, 오뚜기 회장 출연
누적조회수 100만 넘어 화제

뮤지컬 경력 21년 신영숙도
`영숙아트홀`로 열풍 합류
사진설명
"이렇게 맛있는 요리 해주는 딸이 세상에 어딨어 아빠~"(뮤지컬 배우 함연지) "딸이 하나밖에 없어서 잘 모르겠어 ㅎㅎ"(함영준 오뚜기 회장) 경제 뉴스에서나 보던 기업 회장님이 난데없이 유튜브에 나타났다. 크림수프를 맛있게 끓이려면 맹물에 하면 안 되고 홍합 국물을 넣어야 한다고 조언하는가 하면, 딸이 직접 만든 '철판 돼지 짬짜면'과 '크림수프 리소토'로 '먹방(먹는 방송)'도 펼친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유명 뮤지컬 배우 함연지가 부친인 함영준 오뚜기 회장과 함께 출연한 이 영상은 지난달 8일 유튜브에 올라온 지 한 달여 만에 누적 조회 수가 100만건을 넘었다.

요즘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서 '유튜브'가 대세다. 코로나19로 관객과 직접 대면이 어려워지면서 '랜선 소통'이라도 하기 위해서다. '맘마미아' '모차르트!' '레베카' 등 대극장 뮤지컬에서 두루 활약하는 신영숙은 지난 4월부터 유튜브 채널 '영숙아트홀'을 개설했다. 그룹 '엄유민법'으로 유명한 엄기준·유준상·민영기·김법래, 뮤지컬 배우 겸 팝페라 가수 카이 등도 지난달 유튜브를 시작했다. 대학로에선 고훈정, 정동화 등이 최근 유튜브에 뛰어들었다.

저마다 매력을 뽐내면서 뮤지컬과 관련된 것뿐 아니라 뷰티 영상, 사연 읽어주는 영상 등 콘텐츠를 선보이며 두터운 팬층을 쌓아가고 있는 이들이다.

우선 가수 출신 배우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구독자 수를 기준으로 상위 5명 중 김준수의 '김준수 XIA'(12만4000명·1위), 아이비의 'IVY TV'(2만8000명·3위), 초아의 '초아시티ChoaCity크레용팝초아'(1만4000명·4위) 등 가수 출신 배우가 절반 이상이다. 김준수는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초아는 '크레용팝' 멤버였고, 아이비는 솔로 가수로 활동했다. 영화, 연예 등 타 장르 대비 관객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기존 팬덤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

이름값만으로 이런 성취를 이룬 건 아니다. 구독자가 가장 많은 김준수는 콘텐츠의 양과 질도 1위다. 뮤지컬 배우들 중에선 2018년부터 일찌감치 유튜브를 시작해 노래 부르는 영상, 방송 출연 영상, 대기실 비하인드 스토리 등 다채롭게 채널을 채웠다. 올린 동영상만 수백 개이고 게시 주기도 안정적이다.

가수 출신이 아닌 배우들 중에선 뮤지컬 '차미'에서 주인공 '차미호'를 맡고 있는 함연지의 채널 '햄연지 YONJIHAM'가 독보적이다. 구독자 수 11만여 명으로 김준수를 바짝 뒤쫓는다. 함연지의 유튜브는 화장하는 영상, 요리하는 영상, 책 읽어주는 영상 등 일상 위주다. 뮤지컬 팬이 아니더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연성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구독자 저변을 넓혔다. 최근 올리는 영상들도 조회 수가 구독자 수를 넘는 등 계속 성장하고 있다.

시작한 지 2개월밖에 안됐는데도 구독자가 1만명에 육박하는 신영숙도 유망주다. 20여 년 뮤지컬 경력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들에 시청자들 호응이 높다. 그의 대표작인 뮤지컬 '레베카' 등장인물들을 모두 맡아 노래한 '혼자 하는 레베카' 영상은 구독자 수의 4배가 넘는 3만5000여 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라디오처럼 구독자들 사연을 받아 읽고 답해주는 '신디의 보라보라' 영상들도 인기다.

공연계는 이런 '뮤지컬 유튜버 열풍'을 적극 반기는 분위기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배우들이 유튜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기존에 공연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공연을 보고 싶어질 것"이라며 "공연예술 분야가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뮤지컬 리뷰' '떠먹여주는 뮤지컬 상식' 등 영상을 올리며 구독자 1만명이 넘는 뮤지컬 전문 채널 '능능'을 운영하는 박선영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을 보기가 힘든 상황에서 배우들이 유튜브로 소통하니 팬으로서 반갑고 고맙다"며 "특히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는 영상들이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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