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해간척지 태양광 발전사업 곳곳서 ‘잡음’
입력 : 2020-09-21 00:00
수정 : 2020-09-2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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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의 염해간척지에서 태양광 발전사업이 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민신문DB

염분 측정 방식 적절성 논란 

일반 논과 달라 심토 기준 땐 우량농지 ‘염해지’ 둔갑 가능

업체들 고수익 내세워 현혹

전력 단가는 예전만 못해 사용 후 농지 황폐화 우려

“사업 영향 면밀히 분석해야”

전남 완도 등서 사업 시동 

 

염해간척지 내 태양광 발전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염해간척지로 분류하기 위한 염도 측정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부터, 염해간척지에서 태양광 발전사업을 하려는 업체들이 현실성 떨어지는 고수익을 미끼로 주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태양광 발전 설비가 농촌 경관을 해쳐 주변 땅값에 악영향을 주고, 발전을 끝낸 후 농지로 환원해도 농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염도 측정 방식 문제없나=농지법 개정으로 지난해 7월1일부터 농업진흥구역 내 염해간척지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전남 완도군 약산면 일원의 간척지 등에서 태양광 발전사업이 시동을 걸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도 공사 소유의 간척지에서 태양광 발전사업을 곧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곳곳에서 잡음이 들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염해간척지 판정 기준이다. 염해간척지로 판정받으려면 토양의 염분 농도가 5.5dS/m(3520p) 이상인 곳이 전체 농지 면적의 90% 이상이어야 한다. 문제는 지표면으로부터 30∼60㎝ 깊이의 심토를 채취해 염분을 측정한다는 것이다. 다만 땅속의 바위 등으로 심토를 채취할 수 없을 때는 표토를 이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간척지의 경우 일반 논과 달리 벼의 뿌리가 깊게 뻗지 않아 심토를 기준으로 염분을 측정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염도는 심토가 표토보다 높다. 멀쩡한 우량농지를 ‘염해지’로 둔갑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염분 농도 조사 시기와 횟수도 문제다. 비가 오지 않고 가물 때는 아무래도 염분 농도가 올라간다. 이에 따라 여러 차례 조사해 평균을 내는 방식이 타당하지만 현재는 1회 조사에 그치고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심토에서 5.5dS/m 이상의 염분이 측정됐다면 표토에서 염해가 나타날 수 있지만 용수 공급이 잘된다면 피해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며 “보다 객관적인 염분 농도 측정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도한 수익 제시로 주민들 현혹=현재 충남 당진 대호간척지에서는 태양광 발전사업을 하려는 4개 업체가 농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 업체는 농지 소유자에게 3.3㎡(1평)당 연간 6000원의 임차료를 제시하며 태양광 발전사업 부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벼 재배 소득이 연간 2680원(2019년 기준) 정도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3.3㎡당 농지 소유자에겐 200원, 임차농에겐 500원, 기계농에겐 300원을 추가로 20년간 지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대호지면 실거주 세대당 매년 500만원을 20년간 지원한다는 당근책도 있다. 대호지면에는 1400여 세대가 있어 이 돈만 해도 연간 70억원이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사업의 수익을 결정짓는 SMP(한국전력공사 전력구매단가)와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수익 배분이 가능할지에 의구심을 갖는 주민이 많다. SMP는 1㎾당 2018년 8월 94.59원에서 올 8월 현재 62.33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0월말 41.54원까지 추락했던 REC도 46.25원으로 다소 회복되긴 했지만 2017년 수준(127.98원)에는 크게 못 미친다.

노종철 대호지면 태양광대책위원장은 “업체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수익성을 제시하면서 주민들을 현혹하고 있는데, 면밀한 검토 없이 농사까지 포기해가며 덜컥 참여했다가 나중에 수익이 이에 못 미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0년 후 영농 전환 가능한가=염해간척지 태양광 시설은 영구적인 게 아니라 최장 20년간 한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20년 후 해당 부지를 농지로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원상 복구해도 영농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물을 담지 않아 염분 농도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 위원장은 “간척지 조성 초기에도 염분 농도가 너무 높아 5∼6년간은 농사가 잘 되지 못했다”며 “20년간 태양광 발전을 한다면 많은 돈을 들여 애써 조성한 농업진흥구역이 황폐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태양광 설비가 들어서면 농촌 고유의 경관이 크게 훼손돼 도시민에게 외면받고 이에 따라 인근 농지의 땅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걱정도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며 “태양광 발전사업 추진에 따른 영향을 관계기관에서 면밀히 분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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