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선택에 어려움을 겪던 그녀가 선택한 바지는?

최유리의 쇼핑 레터 3호

호캉스라는 단어를 모를 때부터 이유 없이 호텔 슬리퍼를 좋아하고 호텔 투숙을 좋아하던 분. 저는 지금 열 살이 된 어느 여성 분의 집사이자 기사가 되어 여행 중입니다. 블로그에서 공지했던 대로 여행 중인 관계로 쇼핑 레터가 평소 보다 조금 늦게 발송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2호에 이어, 150센티미터 아담한 체구 40대 중반의 '친절한 또라이' 님의 꼴라주를 보여드리려고 해요. 

'친절한 또라이' 님의 네 번째 꼴라주

'친절한 또라이' 님은 평소 스커트를 거의 입지 않으시지만, 반짝거리는 새틴 소재 스커트에 청키한 스웨터를 매치한 룩을 입고 싶다고 하셨어요. 새틴 소재 스커트는 요즘 꽤 트렌디하기 때문에 자라 같은 SPA 브랜드에서 찾을 수가 있지만, 길이도 너무 길고 색이 튀는 것 밖에 없어서 적당한 게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제가 좋아하는 홈웨어 브랜드 오이쇼(OYSHO)에서 스커트를 발견했습니다(물론 기장 수선은 필요해 보였습니다.). 청키한 아이보리 스웨터는 조금씩 다른 것으로 추천 드렸어요. 
홈웨어로도, 외출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스커트입니다. 여기에는 힐이나 발레리나 슈즈를 신는 것보다는 부츠나 스니커즈, 로퍼가 더 좋아요. 스커트의 여성스러운 느낌을 ('반대의 법칙' 적용) 신발에서 중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모델 컷처럼 양말을 발목까지 올려 신기보단 페이크삭스 착용을 추천합니다. 
제가 정말 좋아해서 예전부터 소개해 드렸던 라르손앤제닝스 시계입니다. 저는 흰 바탕의 다이얼을 좋아하지만, 뱀파이어의 느낌을 선호하시는 '또라이' 님께는 검정 바탕의 다이얼이 잘 맞을 것 같아 권해드렸어요. 40mm의 다이얼이 손목과 대비되면 손목이 오히려 가늘어보이는 효과가 있답니다. 

'친절한 또라이' 님은 시계를 착용해 보시더니 생각보다 다이얼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크 나이트'를 좋아하시는 분의 정체성을 절제하여 잘 표현해 드리는 시계 같아요.
지난번에는 100만원대의 캐시미어 100% 코트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같은 브랜드 키이스에서 핸드메이드 코트로 깔끔한 게 있어요. 색상은 블랙과 카멜 두 가지입니다. 겨울 코트를 사실 땐 실과 후크로 고정된 건 피하시고, 단추 여밈인 것을 권해요. 실과 후크로 여밈이 되면 잘 떨어지고, 여밈이 부실하면 보온도 부실하니 이래저래 신경 쓰이거든요. 길이 수선하시려면 모델처럼 무릎 바로 아래 길이로 수선하시거나 무릎 선으로 수선하시면 좋아요. 
제가 지난 가을에 사서 겨울 내내 잘 입은 더니트컴퍼니 오버핏 스웨터. 신제품으로 다시 나왔네요. 측면에 슬릿이 있고, 앞판이 뒤판 보다 길이가 짧아요. 하의 허리춤에 살짝 찔러 넣기 해서 입으면 뒷라인이 자연스럽게 내려와서 저는 매우 맘에 들었어요. 저는 스몰 사이즈로 사서 스키니진에 헐렁하게 잘 입었는데요, 크림(아이보리)색은 금방 품절되어요. 지금 사두시면 4월 전까지는 내내 잘 입으실 수 있어요. 소재가 짱짱한 편이라 손빨래 해도 형태 변형이 거의 없어서 좋았습니다. 그레이와 카멜도 있어요.
스웨터 손빨래한다는 얘길 하면 십중팔구 돌아오는 질문. "손빨래를 뭘로 해요?" 세제를 바로 마이드라이 80인데요, 저도 인스타 광고 보고 샀는데 너무 좋아서 벌써 세 통째 쓰고 있답니다. 레이온 말고는 다 세탁할 수 있구요, 저는 패딩도 이걸로 집에서 빨아요. 
앞에 소개해 드린 더니트 컴퍼니 스웨터보단 조금 더 부드러운 질감으로 조금 더 여성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스웨터입니다. 155이하 체구가 작은 분들께는 더니트컴퍼니 스웨터보단 이 제품이 덜 부담스럽게 소화하실 수 있는 제품인 것 같아요. 
위의 두 스웨터는 옆 슬릿이 있는 것인데요, 이건 허리 라인이 시보리로 마감된 형태입니다. 스웨터 끝단이 오므려지는 거죠. 스웻셔츠를 입고 싶지만, 스웻셔츠보단 조금 더 캐주얼한 느낌으로 입고 싶을 때 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친절한 또라이' 님은 마시모두띠의 네이비색 청키 스웨터 구입 후 매우 만족하셨어요. 그와 가장 유사한 형태의 것을 찾아 보니 발견한 스웨더인데요, 꽈배기가 전체적으로 다 들어있는 것보단 부분적으로 들어가 있는 게 더 멋져 보이네요.
Yuri's Shopping Letter는
러분의 적정 구매를 도와드립니다. 주 2회(월, 금) 메일을 보내드려요. 지금까지 패션힐러 최유리의 블로그에서는 외국 제품 위주로 소개해왔지만, 쇼핑레터에서는 국내에서 편리하게 구매하실 수 있는 제품 정보를 중점적으로 보내드립니다. 이 서비스를 구독료로 운영하기로 한 것은 솔직한 시선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광고비나 커미션은 거의 없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골라 소개해 드립니다.

'친절한 또라이' 님의 다섯 번째 꼴라주

'친절한 또라이' 님의 두 번째 배색은 조금 더  '또라이' 정체성을 발랄하게 잘 보여주는 배색인 것 같아요. 평소 
오버핏 코트에 도전해 보고싶다고 하셔서 이자벨마랑의 하늘색 코트를 발견하고 권해드렸어요. 오버핏 코트에 처음으로 도전하셔서 다소 어색해 하셨지만, '또라이'라면 오버핏 코트는 입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그 어색함을 떨쳐내기로 하셨답니다. 그리고 팔찌는 목걸이와 같은 먼데이 에디션이라는 브랜드 제품이에요. 저도 구입했답니다. 하이힐은 지난 번에도 소개해 드린 적 있는 락포트 토탈모션 발레리 입니다. 마젠타 색 머플러는 지난 2호에서 소개드린 더니트컴퍼니의 캐시미어 100% 머플러입니다. 가성비가 너무 좋아요. 
LF몰에 제시된 모델 컷에서는 보이프렌드 핏에 매치했는데요, 이런 오버핏 아우터는 보이프렌드 핏 팬츠에 매치하면 어색하답니다. 상의가 헐렁하다면 하의는 슬림핏으로 소화해야 하구요, 보이프렌드 핏 팬츠를 선택한다면 발목(가는 신체 부위)을 노출시켜야 중화가 된답니다. 모델이 바지를 세 번 정도 걷어올리면 토털룩이 조금 더 멋져보일 것 같아요 ^^ 또라이 님은 XS(34) 사이즈로 택하셨답니다. 
이 팔찌는 손목 가는 분들(둘레 14cm내외)께 추천할게요. 저는 손목이 상당히 가는 편이라 웬만한 팔찌 가 헐렁한데, 이 팔찌는 저에게도 꽤나 적당히 잘 맞는 핏이었거든요. 채우는 건 좀 연습이 필요해서 아침에 바쁠 땐 좀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착용하고 나갔을 땐 '말괄량이'를 제대로 표현한 것 같아 즐겁더라구요. '또라이' 님께는 '또라이' 표현용이 되었어요. 먼데이 에디션 말고 쥬빌레 라는 브랜드도 멋지답니다.
'또라이' 님과 쇼핑하러 간 날, 이 팔찌를 착용했었어요. 함박눈이 내리고 엄청 추웠던 날이라 그런지 제 손 모양이 뭔가 불쌍해 보이네요. 실버와 골드 장식이 믹스되어 있어 골드 체인 시계에도, 실버 체인 시계에도, 가죽 시계에도 모두 잘 어울린답니다. 손 아래 배경이 되고 있는 제 가방은 여행갈 때나 쇼핑나갈 때 가볍고 기스도 덜 나서 언제나 친구 같은 애스더에크메 백입니다. 

"단신인 사람은 바지 사기가 너무 어려워요."

지난 월요일, '친절한 또라이' 님과 아울렛 쇼핑 일정이 있었습니다. 바지는 제가 온라인으로 추천해 드리기 조심스러워하는 범주입니다. 사람마다 체형과 원하는 스타일이 다르고 맞는 핏, 원하는 핏이 제각각이니까요. '또라이' 님은 아울렛 쇼핑 가셔서 바지 세 점 정도 사는데만 4시간 정도가 소요될 거라고 예상하셨어요. 저의 경험 상 160 이하의 아담한 분들께 잘 맞는 바지는 SJSJ라는 브랜드에 있어서 고민하지 않고 바로 SJSJ 매장으로 향했습니다. '또라이' 님께서는 입어보시곤 30분도 안 되어 SJSJ에서 바지 세 점이나 구매하셨어요. 키 크신 분들은 와이드핏이든 부츠컷이든 상관이 없는데, 키가 작은 분들은 일자핏 혹은 슬림핏 팬츠를 추천해요. '또라이' 님은 아우터를 슬림핏보다는 오버핏을 선호하셔서 슬림핏 팬츠를 권해드렸습니다.
봄/가을 용 기본 슬림핏 팬츠입니다. 아이보리도 너무 예쁘더라구요. 아담한 '또라이' 님은 61(44)사이즈로 택하셨고 한 단 줄이기로 하셨는데요, 160 정도 되시는 분들은 기장 수선 없이 입으실 수 있어요.
이건 겨울용 울 혼방 팬츠입니다. 
약간 타이트하게 나와서 '또라이' 님은 64(55) 사이즈로 선택하셨어요. 뒷 부분 고무줄인 건 엄청 매력적인데요. 블랙과 네이비가 있어요. 
바지를 사러 갔을 때 바지 핏이나 길이도 중요하지만, 디테일이 최대한 배제된 바지를 사는 것도 중요해요. 몇 해 전부터 바지 트렌드는 바지 밑단의 트임 디테일이랍니다. 앞트임, 뒷트임, 그리고 옆 트임에 앞 뒤 길이가 다른 것. 이런 것들은 앞코가 뾰족한 신발을 신는다거나, 아우터에 트임이 있다거나, 가방이 좀 화려하면 뭔가 이상해져요. 그래서 3년 이상 입을 바지를 고르려면, 디테일이 최대한 없는 것, 내가 주로 입는 아우터 핏과 반대인 것으로 고르시면 좋아요. 아! (저 포함) 뱃살 있는 분들은 허리춤에 핀턱 있는 거 꼭 피해야 한답니다.

'또라이' 님은 보이프렌드 핏 데님을 늘 입고 싶어하셨지만, 적당한 게 없어 못 사셨다고 해요. 피팅룸에서 슬랙스를 입어 보시는 사이 이 청바지를 발견하고 한 번 입어보시라고 권했습니다. 보이프렌드 데님은 얼마나 걷어 올려야 할까요. 답은 발목이 확실히 보일 때까지입니다. 그래야 밭에서 일하다(?) 나온 것처럼 보이지 않아요. 여기에 앵클 부츠를 신으면 딱!
'또라이' 님은 랙앤본의 락시크 무드 앵클부츠를 사신 후, 검은색 기본 앵클부츠도 사고 싶어 하셨어요. 제가 아울렛 가면 꼭 들르는 매장이 ASH인데요, 이 부츠는 신어보신 분들 모두 200% 만족하셨어요. 굽이 다소 높지만 그것조차 용서될 정도로 멋지답니다. 앵클부츠에는 양말을 신을 수 있으니 본인 사이즈보다 반 사이즈 혹은 한 사이즈 크게 고르시길 권해요. 
'또라이' 님의 바지를 너무 빨리 찾아 드리는 바람에 아울렛에서 쇼핑 시간이 매우 남았어요. 중간에 카페에서 쉬며 이야기를 나누다, 썬글라스를 추천해 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울리는 썬글라스를 만나지 못하셨다면서요. 저는 '또라이' 님께 얼굴 정면을 보여달라고 요청드리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얼굴 형태와 눈매를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죠. 

저는 썬글라스 고를 땐 해외 브랜드보단 국내 브랜드 젠틀몬스터를 선호하는데, 아시안 핏이라 한국인들 얼굴에 잘 맞는 제품이 더 많은 것 같아요. 3월엔 썬글라스 얼굴형과 눈매에 맞게 고르는 법, 그에 맞는 썬글라스를 추천 해드릴까 해요. 3월 쇼핑레터 기대해 주세요!
매번 여행을 할 때마다 저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되는 점이 있어요.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죠. 집에 콕 박혀서 따뜻한 라떼를 마시며 침대에서 글 쓰거나 영화 보는 걸 제일 좋아한답니다. 그런데 호텔 투숙은 좋아해서 집이 꼭 호텔 같았으면 하죠. 요즘 저는 집에서 쓰는 물건들을 하나씩 둘씩 사는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좋아하는 가운을 입고 있다가 택배 아저씨가 방문하시면, '이건 음... 룸서비스?'라며 혼자 씩 웃는답니다. 집에서 쓰는 물건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서인지 요즘엔 웬만한 호텔 가도 그냥 그렇더라구요. 다음 레터에선 (아무도 나를 대접해 주지 않더라도) 집에서 뭔가 대접받는 착각이 드는 라운지 웨어와 사소한 물건들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3월호 구독 신청 하신 분들께 감사의 뜻으로 2월 무료 레터를 6시간 이르게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

Yuri's shopping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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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