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옷 입기는 춥고 한겨울 옷 입기는 부끄러울 때

최유리의 쇼핑 레터 4호

저는 다시 서울에 왔습니다. 이번에 여행 가방을 쌀 때 고민이 많았습니다. 서울은 겨울 날씨지만, 제주도는 낮 최고 15도를 웃도는 날씨니까요. 

"어떻게 하면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서울과 제주의 날씨를 모두 커버할 수 있을까?"

저의 고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고민이 지금 이 계절의 고민이라는 걸 깨달았죠. 집을 호텔처럼 착각하도록 돕는 물건은 무료 레터 마지막 호인 5호에서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 보온과 스타일링을 둘 다 잡는 급한 불을 꺼야 하니까요. 


** 참, 지난 3호에서 스트레이트 핏 데님 링크가 잘못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바로잡았으니, 궁금하셨던 분은 아래 3호 링크에서 확인해 보세요!
'조용한 말괄량이'의 2월 제주도 여행 룩

이번 제주에서 저를 살려준 건 무지(MUJI) 경량 패딩Sandro 핸드메이드 코트(두껍지 않은 코트), 속에 입은 후드 스웨터, 더니트 컴퍼니의 캐시미어 머플러였습니다.  서울에선 아우터를 둘 다 입고 있다가 제주에선 둘 중 하나만 입고 다닐 의도였어요. 아우터를 번갈아서 입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3박 4일 내내 이 모든 걸 다 입었고, 4일 내내 토털룩은 똑같았습니다. 
제가 샀던 경량 패딩은 겉 표면이 올록볼록하지 않은 것이었어요. 올록볼록이 심하면 뭔가 스포티한 느낌이 들지만 겉이 매끈하면 좀 더 깔끔한 룩이 가능해요. 이런 경량패딩은 다른 곳에서는 발견하지 못해 무지 제품을 소개해 드려요. 불편하신 분 계시면 양해 부탁드립니다. 

요즘 트랜드는 와이드 팬츠에 짧은 아우터를 매치하는 룩이 지배적지만, 저는 오버핏 아우터에 스키니 팬츠를 주로 입기 때문에 XL사이즈를 선택했어요. 덕분에 코트 위에 겹쳐 입을 수 있었어요. 껴입는 의도로 사시는 경량패딩은 정사이즈로 사시길 권장합니다. 겹쳐 입었을 때 저처럼 뚱뚱해 보이지 않으시려면요!

그럼 구독자 분들께 이 계절을 나는 몇 가지 룩을 소개해 드릴까 해요. 

패딩을 정사이즈로 꼭 맞게 입고, 아우터를 봄에 딱인 것으로 입으면 계절에는 맞지만 보온에는 충실한 룩을 입으실 수 있어요. 그리고 따뜻한 머플러를 봄 처럼 달콤하고 보드라운 컬러로 선택한다면, 좋겠죠? 스커트를 권해드릴 때 '스타킹은 무슨 색으로 신어야 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요, 꼴라주에서 보시듯 불투명 컬러 스타킹을 고르셔도 무방하답니다. 여기서는 핑크를 골랐는데, 회색으로 신어도 괜찮아요. 개나리처럼 노오란 백을 골라봤습니다. 
상큼한 색상, 주머니도 있는 니트 스커트. 160 이하인 분들이 입으면 미디 길이가 될 거예요. 
제가 이번 시즌 코스에서 눈여겨 보고 있는 아우터입니다. 어깨 너무 꼭 맞게 정 사이즈로 사기보단 한 사이즈 정도 업하시고 소장하고 계신 베스트 형태의 (화이트) 경량패딩을 입으셔도 괜찮아요. 
캐시미어 100%는 아니고 캐시미어 80% 레이온 20%이지만, 전반적으로 평이 좋은 제품입니다. 이런 마카롱 같은 컬러의 머플러는 2월과 3월에 하기 딱 좋아요. 가격도 지금 매우 참하네요. 
가방 디자이너 석정혜 님의 새 브랜드 '분크'. 장식은 많지 않고, 색상은 다양하게 나와 있어서 제가 종종 권해 드리는 브랜드랍니다. 제품 링크는 사진을, 분크 제품 구경하러 가시려면 아래 버튼을 클릭하세요!
저는 이 패딩을 코트 겉에 입을 때 코트 칼라가 잘 나오도록 넥라인을 브이넥으로 접어서 입었습니다. 
이태리에 공장을 두고 고급 소재를 쓰는 브랜드 제누이오 스니커즈입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이태리 장인의 손길을 거친 제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브랜드인데요, 드라이빙 슈즈도 스니커즈도 다 탐이 나네요!

구독자 분들의 의견 조사에서 오피스 룩에 대한 요청이 많았는데요, 상큼한 핑크 코트로 오피스 룩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핑크는 카키나 네이비, 연베이지나 연그레이와 섞으면 고급스럽게 소화할 수 있어요. 연베이지+그레이인 애매한 색(일본에선 이런 색을 그레이지라고 하더라구요) 백과 카키색 드라이빙 슈즈로 스타일링을 마무리해보았어요. 
제가 하늘색 코트를 먼저 샀다가 너무 맘에 들어 핑크 코트도 샀답니다. 하늘색은 한 사이즈 크게 사서 무릎 위 길이로 수선을 했고, 핑크 코트는 다른 느낌으로 입고 싶어서 정사이즈 사서 기장 수선 없이 입고 있어요. 산드로에서는 매년 다양한 컬러로 이런 핸드메이드 코트가 나오고 있어요. 
프릴이 들어간 옷을 살 때 주의사항은요 소매에 프릴이 과하지 않은지 보는 겁니다. 소매 프릴이 길면서 너무 과하면, 밥먹다 국에 빠진답니다. 이런 러플 블라우스는 스커트보단 매니시한 팬츠에 매치하는 것이 더 멋지다는 거 '반대의 법칙'을 아시는 구독자 분들은 다 알고 계시리라 믿어요! 

신세계 인터내셔널에서 수입하는 브랜드 리스(REISS)의 네이비 슬랙스입니다. 제가 재작년에 SIVillage 구경하다 발견한 브랜드인데, 띠어리 정도의 오피스룩을 원하지만, 조금 더 여성스러운 느낌을 찾고 싶을 때 둘러보시면 좋은 브랜드입니다. 저는 여기서 원피스와 스웨터를 산 적이 있어요. 
애매한 색은 제가 책과 블로그에서 여러 번 추천해드린 적 있는 컬러입니다. 어떤 색 가방을 사야할 지 도대체 감이 안 올 때 검정 말고 애매한 색을 선택하시면, 스타일링에 실패가 적어진답니다. 브런치에서도 애매한 색 백의 유용성을 언급한 글을 읽어보실 수 있어요. 
편한 신발은 신고 싶지만, 스니커즈 신을 정도로 편한 룩은 꺼려질 때 드라이빙 슈즈를 오래 전부터 추천해 왔었어요. 핑크 코트에 카키색 신발이 더해진다면 너무 멋진 배색이 될 것 같아요. 은색과 금색, 갈색, 검정도 있으니 구경해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제누이오에서 앞코가 동그란 통굽 힐도 나오고 있어서 함께 소개해 드려요. 이런 구두는 스커트에 신으면 너무 소공녀 같이 보일 수 있어요. 출근할 때 슬랙스에 신어도 좋고, 주말엔 보이프렌드 데님에 신어도 좋아요. 
Yuri's Shopping Letter는
여러분의 적정 구매를 도와드립니다. 주 2회(월, 금) 메일을 보내드려요. 지금까지 패션힐러 최유리의 블로그에서는 외국 제품 위주로 소개해왔지만, 쇼핑레터에서는 국내에서 편리하게 구매하실 수 있는 제품 정보를 중점적으로 보내드립니다. 이 서비스를 구독료로 운영하기로 한 것은 솔직한 시선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광고비나 커미션은 거의 없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골라 소개해 드립니다. 

쇼핑레터의 무료 메일은 5호로 마무리됩니다. 한 달에 커피 두 잔, 저와 함께 쇼핑과 패션에 대한 수다를 나누는 시간. 3월에도 만나요!

핑크 코트를 청바지와 입는다면?

핑크 코트를 정사이즈로 샀을 때 청바지를 입는다면? 일자핏 청바지나 보이프렌드 핏 청바지를 추천드려요. 그리고 신발은 가급적 긴장감을 표현하는 걸 택하시길 권해요. 앞코 뾰족한 앵클 부츠를 신거나, 앞코가 뾰족하지 않더라도 발목 부분이 슬림하게 붙어서 가는 발목을 보여줄 삭스 부츠가 좋아요. 또 모자 달린 이너를 코트 속에 입으면 정말 코트 입고도 발랄해 보인답니다. 토털룩이 너무 발랄해 보이는 걸 중화시켜줄 귀걸이는 로즈필드 제품이에요. 
마시모두띠에서는 매 시즌 멋진 후드 아이템이 나온답니다. 저는 재작년에 후드 원피스를 사서 제주도 숙소에서 조식 먹으러 갈 때 레깅스와 함께 입었답니다. 후드 아이템은 너무 캐주얼한 것을 사면 아이 옷 뺏어 입은 못난 어른처럼 보일 수 있어요. 꼭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으로 고르세요! 이 토털룩에선 하의를 슬림핏으로 고르지 않았으니까 상의는 정 사이즈로 맞게 고르면 좋아요. 
지난 번 추천해 드린 청바지 가격대가 다소 높아서, 이번에는 조금 더 저렴한 버전으로 찾아봤답니다. 이런 바지는 거듭 말씀드리지만, 발목이 확실히 보이는 게 좋아요. 입었을 때 모델처럼 발목이 확실히 보인다면 걷어올릴 필요가 없구요, 그렇지 않다면 기장 수선하기 보단, 두 번 정도 둘둘 막 걷어 올려 보세요. 너무 한 단 한 단 정성스럽게 걷어 올리면 밭에서 일하다 나온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음에 주의하세요. ^^ 
덱케는 한섬의 가방 브랜드인데요, 이 숄더백은 가방 끈이 길게 나오는 디자인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에지가 있어 보이네요. 같은 디자인으로 하늘색과 연베이지도 있어요. 
이 부츠도 제누이오 제품인데요, 제가 이거 보고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워했어요. 저는 앞코 뾰족하고 가는 굽 신발을 신지 않거든요. 그 아쉬움을 이번에 소개해 드리면서 다 풀어볼까 합니다. 헐렁한 데님 팬츠에 이 신발 신으면 너무 멋질 것 같아요. 
앞의 부츠보단 낮은 앵클부츠입니다. 긴장감은 취하면서 조금 더 편안한 신발이죠. 바이언스 라는 브랜드는 여기 신발 신어보신 분이 편하다고 하셔서 관심 갖게 된 브랜드인데요, 신세계 강남에도 입점해 있답니다.  
이 부츠도 바이언스 제품인데요, 겉보기와 달리 기모가 들어가 있는 부츠입니다. 수족냉증 있는 분들, 4월까지 끄떡없을 부츠입니다. 그야말로 스타일과 보온을 둘 다 잡은 부츠죠. 마침 45% 시즌 오프라 기회가 좋네요. 

제가 쇼핑몰에 들를 때마다 반드시 체크하는 브랜드는 오이쇼(OYSHO)랍니다. 최근에 여기 오이쇼에서 가성비 갑 경량패딩을 발견했어요! 가볍게 운동하러 왔다갔다할 때 입을 용도로 나온 파카지만, 평상시에 입어도 괜찮은 디자인이에요. 아마도 제가 제주도 여행 직전 쇼핑을 했더라면 이 오이쇼 경량패딩을 사지 않았을까 합니다. 토털룩이 너무 스포티해지는 걸 피하기 위해 페도라를 매치해 보았어요. 흰 에코백이 너무 심심해 보일 때, 심플한 밀리터리 재킷이 너무 심심해 보일 때 와펜을 붙일 수도 있고, 가방에 발랄한 열쇠고리(참)를 주렁주렁 달 수도 있겠죠. 
원래 가격도 99000인데, 지금 59400원에 판매 중입니다. 색상은 골드와 와인도 있어요. 
스키니진은 발목까지 너무 타이트하게 붙으면 레깅스처럼 너무 정직하게 다리 라인이 보여요. 자칫 휘어보이거나 종아리가 부각될 수 있으니 발목이 살짝 뜨는 디자인으로 고르시면 좋습니다. 마시모두띠 스키니진이 대체로 발목이 살짝 여유있게 나온답니다. 
이거 한 달 전에 찾았을 땐 감탄사를 연발했어요. '너무 멋지다!' 언젠가 제가 블로그에서 'GANT' 밀리터리 재킷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데 그때 그 옷과 유사하더라구요. 아쉽게도 작은 사이즈는 품절이지만, 체구가 크신 분들도 있으니, 이런 멋진 밀리터리 재킷 찾고 계신 분 있다면 강력추천해요. 
 제누이오 송아지 가죽 스니커즈입니다. 밑창이 두꺼운 게 특징이네요. 
"에코백이 좋지만, 후줄근한 건 싫어" 라는 마음일 때 이런 가방이 좋은 대안이 될 것 같아요. 
 예전에 첫 책 사진 촬용할 때 흰 색 크로스백이 없어서 친구의 구찌 가방을 빌렸었어요. 이것과 디자인이 상당히 유사했는데, 저는 로고 없는 이런 심플한 가방이 더 좋더라구요. 
처음에 코로나 19가 이슈화되기 시작했을 때 조용히 지나가리라 예상했지만, 갑작스런 확산으로 우리의 삶까지 감염되고 있어요. 구독자 여러분들 몸조심하세요! 

예고해 드린 대로 다음 레터에선 (아무도 나를 대접해 주지 않더라도) 집에서 뭔가 대접받는 착각이 드는 라운지 웨어와 사소한 물건들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3월호 구독 신청 하신 분들께 감사의 뜻으로 2월 무료 레터를 6시간 이르게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

Yuri's shopping Letter
yurigin.com@gmail.com
유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