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BDS, 분홍빛 점령에 맞서는 평화와 문화의 연대 (5)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20/04/29
[특별기획] BDS, 분홍빛 점령에 맞서는 평화와 문화의 연대 (5)
서울인권영화제와 핑크워싱(3): 핑크 세탁기를 부수다! 2
팔레스타인연대문화보이콧네트워크(서울인권영화제X팔레스타인평화연대)
- 들어가는 말 고운
- 핑크워싱이란?
- 서울인권영화제와 핑크워싱(1): 핑크 세탁기를 마주치다!
- 서울인권영화제와 핑크워싱(2): 핑크 세탁기를 부수다!
- 서울인권영화제와 핑크워싱(3): 핑크 세탁기를 부수다! 2
- BDS란?: 문화보이콧운동을 중심으로
- 세계가 마주친 핑크워싱, 그리고 BDS
- 우리도 마주친 핑크워싱, 그리고 BDS
- BDS, 나두 할 수 있어!
[지난 편에 담긴 사건의 흐름]
2016년 3월 21일: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서울인권영화제에게 감독 초청 여부 문의 메일을 보냄
2016년 3월 31일: 서울인권영화제는 팔레스타인평화연대와 <제3의 성(Third Person)>이 BDS 대상에 해당하는 작품임을 확인하고 배급사(Go2Films)에 섭외 취소 메일을 보냄
2016년 4월 1일: 배급사 상무이사 H가 “BDS는 증오(hate)를 촉진합니다.”는 답장을 보냄
2016년 4월 1일: 서울인권영화제와 팔레스타인평화연대가 함께 대응 조직을 구성함
2016년 4월 3일: 히브리어 지면 신문 및 아랍어 뉴스 페이지에 기사 보도
2016년 4월 3일: 제작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서울인권영화제의 BDS 선언을 비난하는 글이 게시됨
2016년 4월 4일: 문화보이콧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3의 성(Third Person)>이 BDS에 해당하는 작품이라는 구체적인 근거를 수집함
2016년 4월 4일: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공관차석 미팅을 제안함
2016년 4월 5일: <제3의 성(Third Person)> 출연자가 상영 취소에 대한 재고를 부탁하며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옴.
2016년 4월 11일: 서울인권영화제가 배급사, 제작사, 감독에게 장문의 답장을 보냄.
2016년 4월 11일,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BDS에 대한 입장을 담은 메일을 보냈다.
2016년 4월 11일(월)
보내는 사람: Culture-Embassy Of Israel In Seoul
받는 사람: 서울인권영화제
제목: 미팅 어젠다
안녕하세요.
유선상으로 요청하신 미팅 내용은 이스라엘 영화의 서울인권영화제 참여와 BDS에 대한 저희의 입장에 대한 것 입니다. 참고하실 수 있도록 해외 기사 링크를 보내드립니다.
영국 법무부장관 마이클 고브 (Michael Gove): BDS는 아파르트헤이트 보다 심한 범죄행위 (영상)
JK 롤링이 이스라엘 문화에 대한 보이콧에 반대하는 이유
원하시면 관련 자료를 더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드림
2016년 4월 11일, 서울인권영화제는 주한이스라엘대사관에게 답장 메일을 보낸다.
2016년 4월 11일(월)
보내는 사람: 서울인권영화제
받는 사람: Culture-Embassy Of Israel In Seoul
제목: Re) 미팅 어젠다
안녕하세요 서울인권영화제입니다.
보내주신 메일 잘 받았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주한이스라엘대사관과의 미팅은 아직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보내주신 메일에서는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의 미팅 제안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읽어내기 어려웠습니다.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제가 보내주신 자료를 논의 테이블에 전달해야 하는데,
보내주신 자료들의 맥락이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의 BDS에 대한 입장(“BDS는 아파르트헤이트 보다 심한 범죄행위”, “이스라엘문화에 대한 보이콧에 반대”) 이라고 판단하면 될까요?
관련하여 추가로 보내주시고자 하는 자료가 있다면 더 보내주셔요.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 서울인권영화제 보냄
사실 우리는 이미 내부에서 주한이스라엘대사관과의 미팅은 거절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대사관이 미팅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조금 더 문을 열어두었다.
2016년 4월 11일, 서울인권영화제는 <제3의 성(Third Person)> 프로듀서인 GumFilms(제작사)의 A에게 메일을 받는다.
2016년 4월 11일(월)
보내는 사람: GumFilms(제작사)의 A
받는 사람: 서울인권영화제, Go2Films(배급사)의 H, Go2Films의 H1, Sharon Luzon(감독)
제목: Re) 서울인권영화제의 <제3의 성(Third Person)>초청 취소
안녕하세요,
나는 영화의 제작자인 Aurit입니다. 나는 상영 취소와 관련해서 Hedva처럼, 그리고 감독 Sharon처럼 실망했습니다. 내가 실망한 주된 이유는, 영화 제작자들의 공동체가 어떤 목소리들을 “침묵”시킴으로써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잘 알고 있듯, 우리 영화는 사회에서 거의 모든 방식으로 주변화된 개인인 Suzan에게 목소리를 부여합니다. Suzan의 정체성은 다양한 의미에서 복잡합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인터섹스로서, 무슬림 아랍-이스라엘인으로서 말입니다. 그녀의 목소리와 이야기, 그리고 영화 속 다른 인물들을 모두 대중에 노출시키는 것이 우리의 주된 목표였습니다. 그것은 간단한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인터섹스, 그 중에서도 아랍 인터섹스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논의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Sharon 감독의 고집, 그리고 스스로를 드러내는 Suzan의 용기 덕분에 우리는 공공 펀드와 TV 방송사의 지원을 통해 영화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중요한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해준 지원금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당연하지 않고 용감한 선택이었습니다. 우리는 영화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인터섹스들에 대한 인식에 관하여 이 영화가 가져온/가져올 변화에 대해 자부심을 느낍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침묵시키는 곳이 결국 인권영화제라는 모순적인 상황에 있습니다. 진심으로 당신이 이 아이러니를 인식하길 바랍니다.
우리 지역의 이야기는 복잡합니다. BDS나 다른 이들에 의해서 말해지는 것처럼 단선적이지 않습니다.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닙니다. 만약 우리가 이스라엘 영화를 상영하지 않음으로써 점령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나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해결책을 수용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반대로 유혈이 낭자한 우리의 지역을 돕는 유일한 길은 모든 쪽에서 다양한 실제 목소리들을, 대화를 형성하는 목소리들을 듣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우리 영화를 상영 취소한 것처럼 어떤 입장을 취할 정도로 우리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이 그 영향과 메시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목소리를 침묵시키는 대신 대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당신이 우리의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대화를 촉진하는 기회로 여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영화 뿐 아니라 이스라엘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당신 입장에서 용감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당신이 섣부르게 어떤 입장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기에)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전해져야 하는 목소리들, 아이디어들, 이야기들을 위한 플랫폼을 형성하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재정 지원자들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겠습니다.
Gesher Film Fund에 대한 당신의 주장들은 그들에 대한 터무니없는 무시였습니다. Gesher(히브리어로 “다리”를 의미합니다)는 우리 사회 다양한 곳들의 목소리들을 지지합니다. 아랍, 베두인, 유대인, 여성 등 말입니다. 예를 들어 <제3의 성>처럼요. 그들의 카탈로그를 훑어봄으로써 그들이 다양한 영화를 지지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핵심은 당신이 아랍 무슬림 인터섹스에 중점을 둔 이스라엘 영화를 취소한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당신이 완전히 잘못 짚었다고 말하겠습니다.
A로 부터
우리가 마주한 문제는 핑크워싱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 안에는 ‘퀴어, 인권, 다양성, 아랍인, 교류, 대화’라는 단어들이 산재해 마치 이들의 주장이 그럴싸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스라엘 지역에 사는 무슬림 아랍 퀴어(중에서도 더 소외되는 인터섹스)를 다룬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니! 그것도 소위 ‘인권영화제’라는 곳에서 이런 목소리를 ‘침묵 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 메일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들이 바로 핑크워싱 전략의 주요 수사이다. 가장 흔하게는 ‘양쪽의 목소리를 모두 들어봐야 한다’는 주장부터, ‘점령과 상관 없는 퀴어의 이야기’라는 주장,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No to 핑크워싱을 비롯한 BDS 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이스라엘 퀴어들을 차별하는 행위이다’ 등. 이 메일에서 영화 제작자는 ‘다양성을 옹호하는 중립적인 플랫폼’으로 서울인권영화제가 기능하기를 요구하며, 심지어는 BDS 운동이 효과적이라면 자기도 지지하겠다는 말까지 서슴치 않는다. 마치 자신은 점령 현실까지 직시하고 있는 열려 있는 사고를 가진 사람이고 BDS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은 단편적인 사고를 가진 차별주의자처럼 느껴지도록 하여 이에 분노할 수 밖에 없다.
2016년 4월 14일, 주한이스라엘대사관에서 또 다시 연락이 온다. 미팅 관련해서 긍정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건지 궁금하다고 했다. 상영 취소가 된 상황인데 다시 번복이 가능한지 궁금하다고 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주한이스라엘대사관에게 전화가 아닌 이메일로 소통하길 원한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2016년 4월 16일, Go2Films(배급사)의 H가 서울인권영화제에게 답장을 한다.
2016년 4월 11일(월)
보내는 사람: Go2Films(배급사)의 H
받는 사람: 서울인권영화제, GumFilms(제작사)의 A, Go2Films의 H1, Sharon Luzon(감독)
제목: Re) 서울인권영화제의 <제3의 성(Third Person)>초청 취소
서울인권영화제에게,
답장 감사합니다.
당신이 이야기한 지점들에 관하여:
1. 감사합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갈등에 관한 앎을 깊게 만들어가는 것은 중요합니다. 다만 나는 2주가 완전한 이해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이 편견에 갇히지 않고 열린 시각을 가진 채로 계속, 가능한 한 많이 공부하기를 바랍니다.
2. Go2Films은 지역 언론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고, 당신이 인용한 기사에 대해서는 우리도 알고 있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등록 비용, 상영료에 관하여 혼란스러운 정보를 담고 있지만, 상영 취소에 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정말로 우리는 약속한 바와 같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페이스북 페이지와 웹사이트에 아무것도 쓰지 않았고 인권영화제 친구들, 동료들에게 연락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메일의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 이스라엘, Copro, Gesher, 대사관에 대한 당신의 인식에는 유감스럽게도 너무 많은 오류와 무지가 있으며, 나는 그것에 대해서 쓰려고 시도하는 것조차 소용없다고 느낍니다. 정치적으로 굉장히 편협한 어떤 사람이 당신을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우리가 거기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며, 그저 안타깝게 여기고 심지어 당신을 좀 안쓰럽게 생각할 뿐입니다. 나는 당신이 그 사이트들을 구글링해서 열린 마음으로 더 공부하기를 바랍니다. 바로 첫 페이지에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당신이 진실을 알고 싶은지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상영료를 반환하기 위해서 당신의 계좌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는 그 돈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고정관념을 깨고, 타인에 대한 이해를 촉진하고, 열린 마음과 존중을 바탕으로 갈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들을 배급하는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우리가 선보일 수 있어 자랑스럽게 여기는 작품들 중 하나인 Dancing in Jaffa는 Gesher의 지원을 받았고 Copro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Jaff의 아랍 팔레스타인 아이들과 유대인 아이들을 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당신이 위 링크를 클릭해서 더 공부하기를 희망하지만 그 비전을 인용해보겠습니다.
이스라엘에 자리했지만, 우리의 영화는 결국 패러다임을 바꾸고 증오를 종식시키기 위한 한 사람의 희망적인 노력에 관한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증오를 다루는 일에 있어서 생기는 도전들에 대해 알리고, 그와 동시에 지독한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변화는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Dancing in Jaffa가 지리적,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는 것을 돕기를 희망합니다.
이 영화는 어린이들이 편견을 극복하고 서로 강한 개인적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게 하는 데에 예술, 그리고 특히 춤이 할 수 있는 강력한 역할을 보여줍니다. 그의 작품을 통해서 Pierre는 댄스 교실이라는 방법이 전세계적으로 쉽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모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Pierre는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재미있고 도전적인 툴을 만들었습니다. 증오는 어린 나이부터 생겨납니다. 우리가 상호 존중과 이해를 가르침으로써 그것을 일찍부터 잘라낼 수 있다면, 우리는 어린이들이 예술과 지역사회 활동을 통해서 틈을 메워나갈 수 있는 그들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지해줄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전세계 모든 나라, 모든 도시, 모든 학교에 댄스 교실을 만들고 변화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우리의 영화는 Jaffa에서 시작했지만 이 영화와 프로그램은 지리적인 경계를 초월해서 세계적으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에 당신이 스스로의 경계를 확장하여, 한쪽을 보이콧하지 않고 각자의 의견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열린 논의의 장을 가져오게 되기를 바랍니다.
- H와 그 팀으로 부터
지금 다시 읽어도 굉장히 불쾌한 메일이다. 또 다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같은 위치에 놓는 정상화 ‘기법'을 사용한 메일을 보내왔다. 핑크워싱에 더하여 아트(예술)워싱을 통해 자신들이 BDS에 해당하는 조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려주는 메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보름도 채 되기도 전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점령을 정당화하는 입장과 언어의 레토릭을 모두 마주했다. 게다가 모든 메일에는 정말 놀라울 만큼의 조롱과 무시가 듬뿍 담겨있었다. 어쩜 이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
2016년 4월 22일, 서울인권영화제와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국내외 인권단체, 영화제들과 함께 이스라엘에 대한 BDS운동에 동참하는 공동선언을 조직하기로 한다. 이를 통해 인권의 언어로 이스라엘의 핑크빛 세탁기에 맞선다. 20개의 국내외 인권단체, 영화제가 동참한 공동선언문은 다음에서 볼 수 있다. http://hrffseoul.org/ko/article/2112 이 사건을 계기로 서울인권영화제는 이스라엘에 대한 BDS운동에 집중하게 되었다. 특히 BDS운동 중에서도 문화보이콧 운동으로 핑크워싱에 반대하는 활동을 꾸준히 펼쳐내고 있다.
H는 마지막 메일에서 “이메일의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 이스라엘, Copro, Gesher, 대사관에 대한 당신의 인식에는 유감스럽게도 너무 많은 오류와 무지가 있으며, 나는 그것에 대해서 쓰려고 시도하는 것조차 소용없다고 느낍니다.”라고 했지만, 우리는 보이콧 이라는 방법으로 끝까지 말걸기를 시도할 것이다. 공동선언문의 한 부분인 “이스엘식 ‘표현의 자유'와 그 문제점"을 다시 함께 읽는 것으로 배급사의 H, H1, 제작사의 A, 감독, 주한이스라엘대사관에게 못다한 답장을 대신한다.
<제3의 성(Third Person)> 상영 취소가 ‘아파르트헤이트보다 더 심한 범죄 행위’라고 비난한 이스라엘 대사관의 당당한 발언은 BDS운동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일반적인 이스라엘 옹호 주장을 더욱 구체적으로 비판해야 할 이유를 제공합니다. 성소수자와 여성을 대상으로 최근 한국 사회에서 불거진 혐오 표현 사례들이 ‘표현의 자유’의 의미를 한층 정교화하고 재구성할 필요를 알렸듯이 말입니다.
먼저 강조할 점은, 문화예술 분야의 BDS운동이 창작자 개인의 정체성(시민권, 인종, 젠더, 종교 등)에 근거하는 보이콧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창작자 개인의 성취와 자질뿐 아니라 창작물 자체의 예술적 가치 또한 보이콧 여부를 결정하는 데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BDS운동은 단순히 몇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보이콧이 아닙니다. 창작자 개인이나 창작물 자체의 내용이 아닌 그 창작물이 생산되고 지원·지지를 받는 권력 구조에 대한 저항이며, 그것에 주목하자는 의지의 요청입니다. 아무리 허울 좋은 작품이라도, 그것의 제작과 배포가 결과적으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빼앗는 권력에게 이로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지고 그것에 공모한다면, 내용에 앞서 그 구조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거대자본을 벗어난 창작 활동이 점차 어려워지는 요즘의 현실에서는 특히 어떠한 자본이 그 구조 안에 들어와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서울인권영화제가 <제3의 성(Third Person)>을 상영 취소하기 위해 제작에 들어간 지원금 출처에 주목한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점령-자본 권력은 문화 창작물의 제작·배급 과정에 매우 구체적으로 개입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이스라엘의 국가 이미지를 세탁하는 문화 기획의 주요 실행자로서 그동안 한국의 몇몇 영화제들에 이스라엘 영화 추천 목록을 보내고 행사 진행을 위한 비용 부담까지 약속해 왔습니다. 이스라엘 안에서는 어떨까요? 창작 및 해외행사 참여 비용을 외교부의 지원 사업으로 충당하려는 이스라엘의 예술가, 작가, 문화 노동자들은 지원금 수급과 함께 자신이 “문화예술을 통해 이스라엘의 긍정적인 이미지 창출에 기여하는 것을 포함해 이스라엘 정책상의 이익을 증진시킨다”는 기대 역할을 잘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부단하게 최상의 직업 서비스를 외교부에 제공할 것”을 서약하는 계약서에 서명해야 합니다.
이상의 현실에서 BDS운동, 그리고 서울인권영화제의 <제3의 성(Third Person)> 상영 취소 결정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대한 이스라엘의 점령, 차별, 박탈에 비폭력적으로 대항하기 위한 운동의 방법론입니다. 또한 우리에게 있어서는 연대의 기회입니다.
지금껏 서울인권영화제는 정부와 기업의 후원을 일절 받지 않는다는 활동 원칙을 고수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고 증진하는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러한 자부심은 점령과 인종차별을 정당화·은폐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고 ‘표현의 자유’ 개념을 멋대로 가져다 쓰는 이스라엘의 행태를 좌시할 수 없었던 가장 중요한 배경입니다. <제3의 성(Third Person)> 측과 이스라엘 대사관이 수차례 접촉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인권영화제를 설득하거나 협박하지 못한 것도 서울인권영화제가 지켜온 ‘표현의 자유’를 와해시키기엔 그들이 표방하는 ‘표현의 자유’가 단지 거대한 폭력을 가리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온당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식 ‘표현의 자유’에 반대하며, 서울인권영화제의 이번 <제3의 성(Third Person)> 보이콧을 시작으로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BDS운동 요청에 응답하고자 합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