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BDS, 분홍빛 점령에 맞서는 평화와 문화의 연대 (9)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20/09/14
지난 몇 달 간에 걸쳐 팔레스타인평화연대와 서울인권영화제는 우리의 핑크워싱 그리고 문화보이콧 경험과 전 세계의 다양한 사례들을 나누었다. 팔레스타인도 성소수자도 멀게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도 모르게 우리의 일상과 주변에도 핑크워싱이 들어와 있고 또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으로 이득을 취하는 기업들이 즐비하다. 가까운 어떤 편의점에서도 이스라엘산 과즙으로 만든 음료들을 손쉽게 마실 수 있고, HP 컴퓨터와 프린터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최근 이용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에어비엔비도 점령으로 이익을 보고 있다.
이스라엘과 관계를 끊고 팔레스타인과 연대를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일까? 언제까지 가해자의 서사와 입장을 듣고 헤아려가며 피해자를 불쌍한 취급하며 가해자들에게서 등을 돌리는 일이 괜찮다고 해야 하는 것일까? 수십 년에 걸쳐 스스로 억압에 저항하며 싸워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단순히 피해자로 일컫는 것은 큰 실례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전 세계에 이스라엘의 만행을 폭로하며 점령에 일조하지 않는 것으로 연대를 호소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요구는 그들의 자유와 평화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BDS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항상 쉬운 것만은 아니다. 에어비엔비 외에도 보이콧 대상인 익스피디아, 트립어드바이저 등 여행 사이트를 이용해야 하는 개인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재정이 언제나 빡빡한 작은 시민단체나 영화제 등에서 이스라엘 정부의 지원이나 BDS 대상 기업의 후원이 있는 경우 뿌리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서울인권영화제나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겪었던 것처럼 상영작의 감독 초청 비용을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전부 부담하겠다는 제안은 솔깃할 수 있다. 한편 창작자로서는 매년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각종 영화제에서 작품 상영을 철회해 달라는 팔레스타인 문화보이콧 단체의 요청을 수용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미지. 분리장벽 사진 위에 핑크색 칠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흐른다. 핑크색 칠 부분에는 “Queers against Israeli apartheid”(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하는 퀴어들)라는 글씨가 있다. 분리장벽에는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든 팔레스타인 사람을 향해 장총을 조준하고 있는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 용기를 내는 것이, 비록 큰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작은 연대의 순간이 된다. 변화는 그런 작은 연대의 순간들이 모여 생겨나는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때 큰 임팩트를 주기도 한다. 이런 선택의 순간이 자주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대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변화는 더디게도 아니면 조금 더 빠르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공개적으로 연대를 표명하는 일은 당연하게도 중요하지만 이것은 용기 내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BDS에 동참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항상 쉬운 일은 아니다. 동시에 이스라엘의 모든 악행들과 BDS 대상 기업들의 동태를 모두 살피기 어렵다. 그래서 BDS 운동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함께 감시하고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팔레스타인평화연대와 서울인권영화제가 함께하고 있는 작업이 이러한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문화보이콧을 중심으로 한 BDS가이드북 제작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BDS에 대해 알리고, BDS의 목적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실천방안을 공유하면서 다양한 방향으로 연대를 넓혀갈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팔레스타인 시민사회의 요청을 바탕으로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는 가이드북 제작과 더불어 워크숍을 통해 여러 사람들의 고민과 경험을 나누고 최종적으로 BDS 공동 선언을 통해 BDS의 힘이 더욱 커져 나가고 있다는 것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그리고 이스라엘에게도 어서 알리고 싶다.
[사진. 핑크색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핑크색 피켓을 들고 있다. 피켓에는 세탁물 취급표시 아이콘이 있으며 그 아래에는 You can't hide the aparthide"(당신은 아파르트헤이트를 숨길 수 없다)라고 쓰여있다.]
핑크워싱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기만적인 행위인지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이제 우리는 알 수 있다. 그것이 더군다나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있는 성소수자 정체성을 앞세운 것이라 더욱 추악하다.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피와 고통 위에 이스라엘이 분홍칠이든 무지개칠이든 아무리 짙게 한들 그 만행은 지워지지도 않을 뿐더러 더욱 많은 사람들의 아픔과 분노만 더해질 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스라엘이 지워버린 팔레스타인이 원래의 색을 찾을 수 있도록 연대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 이들이 계속 늘어가기를, 그래서 모두가 팔레스타인에 자유와 평화가 찾아오는 날에 함께 기뻐하기를 바란다.
* 문화보이콧을 중심으로 한 BDS 가이드북 미리 신청하기(11월 출간 예정) https://forms.gle/fuCR8Kzx1TeobGTn9
* 서울인권영화제X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No to 핑크워싱 부스는 이번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9월 19일, 온라인으로 만나요! https://sqcf.org/sqp2020_booth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