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건휘 청소년유니온 사무국장

“공부 못하니 배달하지.”
최근 많은 공분을 샀던 한 학원 셔틀도우미의 말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하면서 배달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의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간단하게는 음식부터 교재, 옷, 생필품까지 우리 집만 보더라도 최근 한 달 동안 적어도 10명의 배달기사분이 다녀가셨다. 나 한 명의 거리 두기 일상을 지탱하기 위해 적어도 배달기사 10명의 노동이 필요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배달노동이 혐오와 비하의 대상으로 남아있었다는 사실이 참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해당 발언은 여러 매체를 통해 공론화되며 많은 이들이 배달기사분과 함께 분노해 주었고 응원해주었다. 덕분에 가해자가 직접 사과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배달노동자는 사회적 편견과 위험한 환경에 남겨져있다.

특히 배달산업이 성장하면서 유입이 증가한 청소년 배달노동자에게도 예외 없이 나타난다. 지난 10년간 청소년 배달노동자의 산재승인 건수는 사망 63명, 부상자 3천92명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25명의 청소년이 산재사고를 당했다. 또 군포시청소년노동인권센터와 사단법인유니온센터, 청소년유니온이 조사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가 58%에 달했으며 안전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54%에 육박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외 신청서를 작성했는지 물었을 때 모른다 57.7%, 작성했다 14.1%로 드러났다. 적용제외를 신청한 이들 대부분은 자신이 산업재해 보상보험이 가능한지조차 모르고 일을 했으며 사고가 발생하게 될 경우 대부분의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했다.

청소년 배달노동자를 향한 갑질과 편견은 고객으로부터만 발생하지 않았다. 면접조사를 통한 응답에 따르면 청소년 배달노동자는 일터에서 폭언, 폭행 등 각종 인권침해를 당하는 일이 빈번했다. 업체에서 임대(리스) 오토바이 수리 비용을 과다하게 청구하고, 이를 갚지 못하면 노예계약으로 보일 정도의 노동을 시켰다. 폭력을 못 이기고 도망가는 사람을 SNS를 통해 수배 내리거나, 사고로 탑승제한이 걸린 사람에게 오토바이 수리비를 명목으로 강제로 오토바이를 태우는 등의 믿을 수 없는 사례도 존재했다. 청소년 배달노동자들은 여전히 배달노동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부당대우나 차별을 받았을 때 도움을 요청해도 주변의 반응은 외면뿐이었다고 한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왜 배달하냐” “니들 양아치처럼 놀면서 오토바이 타는 거 모를 줄 알아?” 등의 편견을 참고 견뎌낼 수밖에 없었다. 배달노동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일하는 것에 대한 시선 역시 좋지 않았기에 청소년 배달노동자는 성인보다 노동실태가 드러나는 게 더욱더 어려웠다. 배달노동시장에 청소년 노동자가 유입되면서 현재 이들이 시장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어리고 잘 모른다는 이유로 더욱더 많은 짐을 떠안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와 토론회를 통해 피해 당사자에게 지역사회의 자원을 연결할 수 있었으며, 경기도 차원에서 실태조사를 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었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로 청소년 노동자의 문제도 다양하게 드러났다. 자신의 권리와 부당대우에 관한 대처방법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의 기회가 부족했으며, 청소년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해야 하는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사회의 편견에 시달렸던 어려움을 알 수 있었다. 청소년 노동실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실태조사와 토론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이들의 노동을 조명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을 연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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