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 계획 등을 담은 특별법 시행령에 ‘기능 중심 역세권 개념’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역세권을 단순히 물리적 거리로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업·업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 내용적 측면까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를 바탕으로 특별 정비구역 내 용적률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역세권 개발형’을 지정하게 된다.
6일 조선비즈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달 중 입법예고 예정인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시행령에 기능적 측면을 강조하는 내용의 새로운 역세권 개념을 도입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역세권 범주 문제는 이미 기본계획 수립 때부터 지자체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단순히 물리적 거리로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상업·업무 기능을 중심으로 한 기준을 시행령에 넣을 것”이라고 했다.
역세권 개념은 현행 법령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규정돼 있다. 다만 거리를 기반으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역세권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역세권은 ‘인근 및 주변지역 중 국토교통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지정’한 지역으로 요약된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는 ‘철도역 등으로부터 1㎞ 거리 내에 위치한 지역’으로 규정돼 있는데, 지자체 조례로 그 거리를 50% 범위 내에서 증감해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의 경우, 역세권 주택 및 공공임대주택 건립 관련 운영기준을 통해 ‘각 승강장 경계로부터 500m 이내’로 규정했다.
건설 현장에서는 역세권 개념이 자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관행상 ‘역세권=도보 10분’으로 통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걸어서 10분, 그러니까 500m 정도로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분양 대행업의 경우엔 조금 더 폭넓게 잡기도 한다. 특히 도심이 아닌 지방은 철도역에서 1㎞까지도 역세권으로 본다”라고 했다.
이에 국토부는 현행 역세권개발법 등에 규정돼 있는 역세권의 개념을 그대로 차용하지 않고, 특성 및 기능을 중심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일례로 거리상 역세권이라 해도 주거 기능만 있을 경우, 역세권이 아니게된다. 반면, 역세권에 인접해 있더라도 상업 기능을 하고 있다면 역세권 개발형으로 지정되고 용적률 상향 등 개발이 용이해진다.
특히 신도시 특별법은 역세권 개발법, 철도산업발전 기본법 등 보다 상위법이라는 점에서, 국회를 통과하면 관련 법안들 모두 같은 역세권 개념을 적용하게 된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은 노후계획도시에 도시 기능과 정주 환경 향상을 위한 체계적 정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법안이다. 특별법 적용 노후계획도시는 택지 조성 사업이 완료된 후, 20년 이상 된 100만㎡ 이상 지역이 대상이다.
성남분당, 고양일산, 안양평촌 등 주로 1기 신도시가 적용 대상이며, 수도권 택지지구, 지방 거점 신도시 등 전국 51개(수도권 24개 지역)가 해당된다. 특별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각종 지원과 특례 사항이 부여되는데, 역세권 등 일부 지역이 3종 일반주거지역(300%)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할 경우 상황에 따라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상향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무엇을 기준으로 하든지, 파격적인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결국 ‘특정지역을 제외하는 이슈’로 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미 특별정비구역 지정에서 제외된 몇몇 지자체들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용적률 인센티브는 주택 재건축 사업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민감한 문제다. 또 사업성을 판단하고 개발 계획을 세워야 하는 건설사들도 ‘역세권을 어떻게 볼 것이냐’ 문제를 놓고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개발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혼선을 피하려면 특별정비구역에 앞서 역세권 범위에 대한 정확한 기준 제공이 우선돼야 한다. 1기 신도시 중 현재 재건축 및 재개발을 추진하는 곳들이 수두룩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기능 중심 역세권도 추상적인 느낌이라 구체성이 담긴 기준이 시행령에 담겨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특별 정비 구역 지정시, 기초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도지사의 승인(특별시 및 광역시는 국토부 장관과 협의)을 받도록 돼 있다. 기본 권한은 지자체가 갖고 있고, 특정 지역을 역세권 개발형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여부에 대해 국토부가 한 번 더 판단을 하게 된다.
건설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전 세계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신도시 5개를 만들어낸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30년이 지난 지금 현재의 인구구조 및 재산권 변화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 재정비한다는 점에서 ‘기능 중심의 역세권 도입’은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선택·지정을 받지 못하는 ‘반대급부’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