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 상승 등에 수익률 뚝
이지스운용, 매수자 못 찾아
한화운용의 '강남 아남타워'
1년간 수익률 83% 고공행진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상품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상품은 수년간 부동산 자산 매각에 실패하며 채무불이행(EOD) 위기에 처한 반면, 공실률이 낮은 지역의 상품에서는 100%가 넘는 수익을 얻는 등 상품별 양극화가 심화된 모습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광진구 자양동 쇼핑몰 '몰오브케이'(건대CGV)에 투자한 '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94호'가 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다. 임대에서 발생하는 운영이익과 자산 처분 시 매각이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최초 설정한 지난 2018년 6월 당시 약 208억원의 최대 설정액을 채우며 조기 완판됐다. 하지만 공실률 상승으로 인한 임대료 저하, 자산 매각 난항,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194호 펀드는 만기 전 자산을 매각하고 청산돼야 했지만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각이 불발되며 펀드 만기와 자산에 대한 담보대출 기간을 각 2년씩 연장했다. 이지스운용은 지난해부터 매각공고를 내고 자문사를 선정해 잠재적 매수인을 접촉하는 등 자산 매각을 시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매수 희망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경쟁입찰을 진행했으나 응찰자는 없었다.
작년 말 기준 194호 펀드의 1년 수익률은 -15.01%를 기록했다. 해당 건물의 공실률이 40%에 달하고, 시장 임대료 하락으로 새로 임차인을 구하더라도 펀드 운용을 위한 필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이지스운용 측의 설명이다. 현재 펀드의 자금사정 상 다음 이자지급일(6월 25일)에 납부해야 하는 대출이자 재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이자를 납부하지 못할 경우 대출약정 상 채무불이행이 발생해 투자금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국내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299호' 역시 자산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9호는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명륜2가 '대학로CGV'에 투자했다.
이 상품은 당초 2022년 만기 예정이었지만, 매수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대출과 펀드 만기를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대출 금리가 선순위는 연 3.00%에서 5.50%로, 후순위는 연 4.50%에서 8.50%까지 치솟았다.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자산을 상시 매각 자산으로 전환해 지속적으로 잠재 매수자를 물색하고 있으며, 최적의 매각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오는 10월로 예정된 만기일까지 자산 매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 펀드 및 대출 만기 연장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스운용이 'CGV 건물' 두 곳에서 손실을 본 반면 일부 다른 자산운용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국내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상품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이 지난 2019년 설정한 '한화오피스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8호'는 지난 1월 기준 1년간 82.9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아남타워'에 투자한 이 상품은 98.7%의 높은 임대율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현재 당초 매입가격(1234억원)보다 높은 1400억원대에 자산매각을 진행하고 있어 청산 역시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이 지난 2020년 설정한 '우리G 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3호'도 작년 말 기준 5%대 수익을 냈다. 서초구 엔데버빌딩에 투자한 이 상품 역시 해당 건물이 공실률 0%를 보이는 등 안정적인 수익을 보였다. KB자산운용 역시 마포구 합정 메세나폴리스 오피스동에 투자한 'KB 와이즈 스타 일반 사모 부동산 투자신탁 제2호(적격)'에서 지난해 1년간 수익률 8.72%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14%까지 치솟았던 홍대와 합정동 지역 오피스 공실률이 지난해 말 10%까지 떨어지며 수익률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