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산업진흥원(SBA)은 서울의 중소기업 성장과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현장 정책 실행기관이다. 경쟁력 있는 중소벤처 확산을 위해 이미 궤도에 오른 기업 외에도 창업 단계의 기업을 키운다. 창업생태계에서 민간과 겹치지 않는 영역에서 민간과 함께 기업을 육성하며, 창업계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실현 중이다. SBA는 조직 내 ‘창업본부’를 두고, 스타트업 지원에 주력한다. 창업본부는 창업허브운영팀, 창업육성팀, 투자지원팀으로 구성됐다. <이로운넷>은 올해부터 업무를 총괄하는 이태훈 창업본부장을 만나 각 팀의 주요 역할과 성과를 들어봤다.

서울창업허브. 사진=SBA
서울창업허브. 사진=SBA

서울 소재 107개 스타트업이 입주한 공덕 ‘서울창업허브.’ 2017년 6월 문을 열어 704개 입주기업이 거친 공간이다. 서울창업허브는 SBA 창업본부 내 창업허브운영팀이 도맡아 운영하고 있다.

창업허브운영팀 구성원은 19명. 서울창업허브 관리와 입주기업 보육 외에도 서울 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민간기업과 연계한다. 국내든 국외든 특정 사업모델을 찾는 수요가 생기면 그에 딱 맞는 스타트업을 찾아 소개해주는 주선자를 자처한다.

이태훈 SBA 창업본부장. 사진=SBA
이태훈 SBA 창업본부장. 사진=SBA

스타트업-민간기업 연계하는 '플랫폼'

창업허브운영팀이 지원하는 우수 스타트업 중 IT·기술 관련 분야가 많다. 특히, 스타트업 중에서도 20억~50억원 정도 가치를 가진 기업을 지원하는 데 집중한다. 창업생태계 분석 결과 그 영역이 지원 사각지대라고 판단했다. 이태훈 본부장은 “예비창업가 단계를 지원하거나 기업가정신을 키우는 사업은 중앙정부에서 많이 만들었고, 시리즈 A 투자를 받으며 자리를 잡는 단계에는 투자시장에 1조원 정도가 풀려있다”며 “SBA 창업본부는 그 사이에 있는 기업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방법에는 공간 지원, 교육, 네트워킹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창업계의 플랫폼인 만큼 스타트업과 민간기업을 연결해주는 역할이 특화지점이다. 이때 연결은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돕는 방향이 아니다. 이 본부장은 “창업 분야에는 ’스타트업 컨설팅‘을 해주겠다고 나서는 곳들이 있는데, 우리는 이렇게 스타트업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컨설팅 기업을 찾는 게 아니라, 상호 도움이 될 수 있는 민간전문기관을 찾아 연결해준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향후 자기 사업에 도움이 될 스타트업을 찾아 키우고 싶어 하고, SBA는 서로의 니즈에 맞게 둘을 연결해줘 ’윈윈(win-win)‘ 효과를 기대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11월 글로벌 대기업인 OB맥주와 스타트업의 밋업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신생 벤처기업 ’리하베스트‘와 전략적 제휴로 이어졌다. 리하베스트는 음식 업사이클 전문 기업이다. OB맥주가 맥주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부산물로 리하베스트가 에너지바, 그래놀라, 시리얼 등 간편 대체식 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공동 협력하기로 협약한 것. OB맥주는 부산물을 쓰레기로 버리지 않고 활용할 수 있어 좋고, 리하베스트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좋다. 이 본부장은 “이런 긍정적인 파트너십을 계속 만들어 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오비맥주 구매/지속가능경영 부문 나탈리 보르헤스 부사장(왼쪽)과 리하베스트 민명준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27일 맥주 부산물 업사이클링 사업을 위한 상생 협약을 맺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OB맥주
오비맥주 구매/지속가능경영 부문 나탈리 보르헤스 부사장(왼쪽)과 리하베스트 민명준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27일 맥주 부산물 업사이클링 사업을 위한 상생 협약을 맺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OB맥주

이렇게 연결해주는 민간전문기관 중에 SBA가 특별히 협력하는 기관을 ’허브파트너스‘라고 칭하는데, 허브파트너스에는 ‘심사선발파트너스’와 ‘보육성장파트너스’가 있다. 파트너스로 선정되면 지원금 지급 등 혜택이 주어진다.

심사선발파트너스는 SBA와 함께 입주기업을 뽑는 파트너로, 현재 47개 기관이 있다. 액셀러레이터와 VC(벤처캐피털)로 구성된다. 자격에는 허들을 둔다. 액셀러레이터는 30억 이상을 갖고 있으면서 최근 3년간 10개 기업 이상에 투자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VC는 200억 이상 펀드를 갖고 있으면서 투자를 실행 중이어야 한다.

보육성장파트너스에는 약 120개 기관이 있다. 말 그대로 스타트업을 보육하기 위해, 창업기업 발굴 및 육성 역량을 갖춘 곳이어야 한다. 이 본부장은 “대기업뿐 아니라, 보육을 해줄 수 있는 모든 국내외 기업을 포함한다”며 “2년 이상 우리가 설정한 KPI(핵심성과지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파트너스 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지 법인’ 설립 위해 해외 진출 거점 역할

서울창업허브는 올해 상반기 입주기업을 모집하며 “연내 투자유치 및 글로벌 진출 가능한 기업”을 모집대상으로 명시했다. 창업기업들의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것도 창업허브운영팀의 역할이다.

창업허브운영팀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플레이어와의 네트워크도 구축한다. 이미지=SBA
창업허브운영팀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플레이어와의 네트워크도 구축한다. 이미지=SBA

입주기업만 돕는 건 아니다. 서울 자체를 ‘풀(pool)’로 여기므로, 해외 진출 역량이 있다면 입주기업과 비입주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 해외 진출 전략은 공급을 먼저 하는 게 아니라 수요에 맞추는 방식이다.

이 본부장은 “우리 기준으로 선발해 해외로 내보내는 방법이 아니라, 역으로 해외 기관에서 원하는 기업을 SBA가 파악하고 국내에서 찾아서 소개해준다”고 설명했다. 수요에 맞는 기업을 찾으면 SBA가 그 기업에 대한 화상 브리핑을 해외 측에 하고, 상대방이 관심을 보이면 직접 찾아가 여러 관계자를 만난다.

작년에는 우리나라의 시리얼 제조 기술과 베트남의 식용곤충업체가 뭉쳤다. 이 본부장은 작년 베트남 현지에서 40개 기관을 만나 브리핑한 결과다. 베트남 기관은 인공지능(AI)·관광·농업·사물인터넷(IoT) 분야의 유망한 스타트업을 제안해달라고 요구했고, SBA가 추천한 기업 중 식품제조업체 ‘퓨처푸드랩’이 베트남의 ‘앤비푸드(AnVy Foods)’와 연계됐다. 두 기업은 메뚜기를 가공해 사료로 만든다.

SBA를 통해 식품제조업체 ‘퓨처푸드랩’이 베트남의 ‘앤비푸드(AnVy Foods)’와 협약했다. 사진=SBA
SBA를 통해 식품제조업체 ‘퓨처푸드랩’이 베트남의 ‘앤비푸드(AnVy Foods)’와 협약했다. 사진=SBA

이렇게 작년 한 해만 17개의 현지 법인을 만들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이 본부장은 “오히려 비대면으로 진행하다 보니 속도가 더 붙어 30개가 넘는 현지 법인 설립이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물리적으로 국경을 넘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코로나19로 화상 회의가 ‘뉴노멀’로 자리 잡아 소요 시간이 줄었다.

이 본부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스타트업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창업생태계를 연결하고, 글로벌 시장진출에 성공할 수 있도록 서울창업허브만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맞춤형 지원플랫폼을 통해 지원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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