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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아닌 ‘주거권 정책’이 필요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한국에서 집을 가진 가구 중 상위 10%의 평균 주택 자산 가액은 11억300만원이다. 1년 새 1억2600만원 올랐다고 한다. 하위 10% 가구는 100만원 증가에 그쳐 2700만원이다. 상위 20%가 사회 전체 자산의 61%를 차지하고 있는 이 사회의 시소는 점점 더 가파르게 기울고 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시소 놀이에 참여할 수 없는 집 없는 사람들은 오른 전세금이나 월세를 마련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허공에서 저 홀로 부풀어 오르는 것이 아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감행하는 구입자, 높은 전세금이나 보증금, 월세로 구입자의 빚을 함께 감당하는 세입자, 이들이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아 매일매일 돈을 벌어 높아진 집값의 모든 구멍을 메우는 것이다. 집값 상승은 이들 모두의 노고를 동원하지만, 이익은 집을 소유한 사람이 독점한다.

집을 충분히 공급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2008년부터 10년간 공급한 490만호 중 250만호는 다주택자의 손으로 들어갔다. 60㎡ 이하 소형주택의 전국 평균 가격은 4억4000만원이다. 순자산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자산 순위 가운데 중간에 위치한 3분위 평균 자산은 2억원이다. 대다수 무주택 서민들은 집이 공급되더라도 집을 사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시장은 실패했다. 적어도 주택 영역에서 보면 그렇다. 고도로 금융화된 주택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끔찍할 것이다. 여전히 한국은 집값이 싸다고, 홍콩이나 샌프란시스코처럼 더욱더 올라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을 보라. 이대로라면 그들이 가리키는 도시의 처참한 주거 현실이 정말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다.

집 문제는 한국 사회의 거의 모든 것이라 할 만큼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일도 아니다. 결국 우리 사회 합의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연일 대출 규제와 ‘영끌 2030’을 한탄하지만, 영혼이 아니라 전생의 영혼을 끌어와도 집 살 도리가 없는 나는 영원히 달린다는 집값 상승 열차에 올라타는 것 대신 시장의 실패를 보완할 사회의 역할을 요구하고 싶다.

한국의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의 6%에 불과하다. 빠른 개발의 역사를 거치며 민간에 주택 공급을 전적으로 맡겨놓은 탓이다. 최근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공공임대주택 두 배로 연대’를 결성했다. 무주택가구는 888만가구인데 공공임대 재고량은 157만호뿐이다.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집 없는 이들의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고 민간 주택시장의 폭주를 견제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기초공사다.

세입자에게는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주거권’ 정책이 필요하다. 공공임대주택을 두 배 짓자. 두 배로 부족하면 네 배를 짓자. 오래된 낙담을 끝내고 새로운 운동장을 꾸리는 것, 집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달렸다. 우리의 민주주의에 세입자의 자리를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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