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쉬운 정보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 '소소'의 백정연 대표
[기자가 만난 사람] 쉬운 정보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 '소소'의 백정연 대표
  • 김예준 수습기자
  • 승인 2021.05.24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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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작은 순간에도 소통이 잘되는 사회를 꿈꿔요"
소소한 소통의 백정연 대표에요 ⓒ 김예준수습기자
소소한 소통의 백정연 대표예요. ⓒ 고영기 근로지원인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5월17일 발달장애인을 위해 쉬운 정보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 소소한 소통(이하 '소소')의 백정연 대표님을 만나 인터뷰를 했어요. 백 대표님은 영등포구 문래동 사무실을 찾은 기자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현재 소소에서는 쉬운 정보 제작부터 각종 디자인과 홍보물 제작, 그리고 교육‧자문까지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어요. 또한 누구나 알 만한 생활 속의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고 안내하는 잡지 <쉽지>를 5호까지 발행했어요.


◆ 먼저, '소소한 소통'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지금은 소소한 소통 대표로 일하고 있지만, 소소한 소통을 설립하기 전에는 발달장애와 관련된 복지관이나 센터, 공공기관 등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어요. 그런 일을 하다가 마지막 직장에서 '쉬운 정보', 영어로 'easy-read'라는 것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이 '쉬운 정보'는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을 부르는 이름이기도 해요. 
그러면서 해외에는 얼마나 많은 쉬운 정보가 있는지 공부도 하고 마지막 직장에서 실제로 쉬운 정보를 만들어보면서 '이게 정말 우리나라에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후 정부에서 사회적기업의 창업을 도와주는 '한국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그 공고를 보자마자 운명처럼 '쉬운 정보 만들기'가 떠올랐어요. 이것을 사회적기업의 사업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2017년 소소한 소통을 설립하게 됐어요.


◆ 소소한 소통에서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함께 <쉽게 알아보는 코로나19> 안내서 등을 제작해, 대구지역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나눠주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소소한 소통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십시오.

◇ 저희는 발달장애인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여러 가지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바꾸는 일을 해요. 책, 노래가사, 지하철이나 버스노선도, 지하철이용 안내문, 날씨예보, SNS에 달린 댓글 등이 모두 정보이지요. 말하자면 저희는 이처럼 굉장히 다양한 정보를 쉽게 바꾸는 일을 해요. 
지금 <쉽게 알아보는 코로나19> 안내서의 예를 들어주신 것처럼 코로나19와 관련해된 말 중에는 비말감염, 잠복기, 확진자, 기저질환 등 어려운 전문용어가 아주 많잖아요. 소소는 이런 어려운 용어와 표현들을 그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쉽게 옆에 사진이나 그림을 같이 넣어서 짧고 쉬운 문장으로 설명하는 일을 하는 것이죠. 이렇게 글과 그림을 같이 보면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쉬운 정보라 하거든요. 저희 소소는 다양한 주제를 그렇게 쉬운 정보로 만들고 있어요.

생활 속의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고 안내하는 잡지 <쉽지>예요. ⓒ 휴먼에이드포스트

◆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쉬운 언어' '쉬운 정보'는 어떤 것인가요?

◇ 사실 그것은 정답이 없어요. 왜냐하면 사람마다 쉽다고 느끼는 기준이 다 다르기 때문이에요. 즉 각자가 가진 경험, 지식수준, 그리고 접해왔던 정보의 양 등에 따라 쉬운 게 다 다르잖아요. 쉬운 정보는 직접 그것을 보고 접하는 사람이 정말 쉽게 느껴야지 되거든요. 하나의 정보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다 쉬울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정보를 쉽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휘와 단어를 쉬운 단어로 쓰고, 짧은 문장, 쉽고 간단한 문법구조를 가진 문장으로 쓰는 것이죠.
또한 글로 다 전달되지 않는 정보는 사진이나 그림을 그려서 추가로 나타내는 것이 쉬운 정보라고 할 수 있어요.


◆ 최근에 출간한 『'쉬운 정보' 만드는 건 왜 안 쉽죠?』라는 책은 어떤 내용인가요?

◇ 지난달 4월 24일이 소소의 창립 4주년이었어요. 4년 동안 이 일을 하다 보니까 실패도 하고 어려움도 경험했어요. 그런 시행착오 속에서 새롭게 배우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러다 보니 그런 경험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졌어요. 저희가 이런 쉬운 정보를 열심히 만들고 있지만, 세상에 발달장애인이 겪고 보는 정보는 너무 많은 거예요. 저까지 13명, 비교적 적은 인원이 그 정보를 모두 쉽게 바꿀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보를 더 쉽게, 더 빨리, 더 잘 만들려면 발달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사람, 즉 사회복지사, 직업재활사, 특수교사들이 쉬운 정보를 알고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쉬운 정보' 만드는 건 왜 안 쉽죠?』는 그렇게 해서 만든 책이에요. 그들이 이 책을 보고 쉬운 정보가 뭔지 이해하고 따라서 만들어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가이드북' 또는 '참고서' 같은 책이에요. 

 
◆ 소소한 소통에서 발달장애인이 출연하는 유튜브 라이브 토크쇼 '소소한 수다'를 기획하고 진행하셨어요. 벌써 3회차를 준비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소소한 수다'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 '소소한 수다'의 목적은 저희 고객인 발달장애인들과 소통하는 데 있어요. 사실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돈을 내고 <쉽게 알아보는 코로나19> 같은 안내서를 사보는 것은 아니에요. 그 안내서는 보건복지부에서 저희 소소에 비용을 제공해서 만들었지만, 이 안내서를 실제로 보고 활용할 사람이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에 소소의 고객은 발달장애인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고객을 잘 알아야 하잖아요, 그럼 자주 만나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직접 만나는 행사를 할 수 없으니까, 아예 온라인으로 자주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라이브 토크쇼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또 다른 목적은 발달장애인이 어려워하는 정보를 유튜브 '소소한 수다'에서 댓글로 자유롭게 물어보면 대답도 해주고 알려주려는 데 있어요.
한마디로 '소소한 수다'의 가장 큰 목적은 발달장애인과 자주 만나는 것이고, 그다음 목적은 발달장애인들의 삶과 그들의 생각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것이죠. 발달장애인들이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차별당한 경험이나 세상에 바라는 메시지 등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마음도 있고 준비도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소통과 만남을 통해 발달장애인을 항상 도와줘야 하는 사람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었어요.

백정연 대표와의 인터뷰에요 ⓒ 김예준 수습기자
백정연 대표가 기자와 인터뷰하는 모습이에요. ⓒ 고영기 근로지원인


◆ 소소한 소통을 통해 대표님이 이루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 회사이름 '소소한 소통' 속에 저희가 하고 싶은 일뿐만 아니라 저희가 하는 일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사회의 모습을 담고 싶어요. 그것은 발달장애인들이 일상을 행복하고 편안하게 산다는 건 화려한 게 아니라 그냥 매일매일이 즐거운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소통의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상의 작은 순간이 소통이 잘 되는 그런 사회였으면 좋겠다'라는 게 소소한 소통의 의미이자 저희 회사의 꿈이에요. 그래서 그 꿈을 언젠가는 꼭 이루고 싶고요. 그러기 위해선 저희가 매년 해야 하는 목표가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올해 저희 목표는 소소한 수다를 시작하는 것이었어요. 제가 이루고 싶은 가치는 발달장애인이 정말 작은 순간에도 소통의 어려움 없이 일상을 살 수 있는 사회가 오는 것이에요.


◆ 대표님은 한국장애인재단과의 인터뷰에서 15년의 사회복지사 경험과 지체장애인이신 남편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 기사를 읽고 느낀 점이 많았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 남편과 결혼한 지는 6~7년 되었어요. 제 남편은 휠체어를 타고 저는 걸어 다니지만, '제가 남편을 항상 도와줘야 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물론 도와줘야 되는 상황도 있어요. 남편은 휠체어를 타기 때문에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꺼낼 수 없어요. 하지만 앉아서 하는 일은 저보다 다 잘하거든요. 힘을 써야 하는 일, 장비를 조립하는 일 등, 제가 할 수 없는 일 중에 남편이 앉아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거든요. 사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는 누가 누굴 도와주는 관계는 아니거든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가지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많이 만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지 '휠체어를 타지만 혼자 할 수 있는 게 많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잖아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경험하지 못해서 잘못 알고 있는 것을 깨기 위해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많이 만나야 해요. 그래서 저랑 남편도 외출할 때는 가급적 일부러 지하철이나 버스 타고 다니려고 해요. 그래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니까요.

백정연 대표님의 말씀을 들으며 정보소외를 겪는 사람이 없는 사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없는 사회를 꿈꾸는 소소의 바람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기를 함께 응원하게 되었어요.
앞으로 소소가 더욱 성장해서 발달장애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를 바랍니다.

 

* 현재 김예준 수습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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