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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시아 사회혁신가 인터뷰_#2] '중요한 것은 재미! ‘불요불급’한 복지를' 특별한 스킬이나 노력이 없어도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로

IRO2021.08.17 19:20

아시아 사회혁신가 인터뷰 시리즈는 아시아 곳곳에서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삶을 담습니다.* 해당 기사는 일본어로 제작 및 발행된 기사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발행되었습니다. 일본어 기사는 여기 (링크

장애인 헬퍼 파견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NPO 법인 <달이랑 바람이랑>. 2006년 설립 이래로 다양한 커뮤니티 행사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민 모두가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기요타 마사유키(清田 仁之)대표님에게 이 사업을 통해 어떤 세계를 만들어가고자 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복지 현장에도 ‘불요불급’한 것들을

’달’처럼 누군가의 힘을 빌려, 누군가의 길을 밝힐 수 있기를.

‘바람’처럼 즐겁고 부드러운 음악을 들려줄 수 있기를.

혼자서가 아니라 모두 다 함께 

[공식 홈페이지에 적힌 한편의 시와 같은 이 문장은 기요타 대표 본인이 직접 썼다고 한다.] 


 

- 기요타 대표님은 예전에 연극 단원이셨고, 개그와 한신 타이거즈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 대표님께서 NPO 법인 <달이랑 바람이랑(月と風と)>을 설립하시게 된 경위를 여쭤보고 싶은데요.   


 처음에는 규모가 큰 복지 시설에 취업해서 3년 정도 근무했는데, 뭔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어요. 정부 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는 시설인지라, 규정 이외의 것은 모두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복지라는 것은 필요하지 않고, 급하지 않은 그런  ‘불요불급’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필수적인 부분이에요.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고, 몸을 씻고, 잠을 자고.  

 

그렇지만 가끔은 누군가와 수다를 떨며 밥도 먹고, 목욕도 하고, 콧바람을 쐬며 밖에서 재미 있는 시간도 보내고 싶잖아요. 우리 생활이라는 게 불요불급한 것들로 가득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거죠. 코로나 사태로 다들 이 사실을 깨달은 게 아닐까 싶어요.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면 자연스레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복지 현장에서도 그런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NPO를 설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 NPO 법인 <달이랑 바람이랑>은 주로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요? 

 

‘헬퍼 파견’, ‘커뮤니티 만들기’, ’일자리 창출’ 입니다.  

 

헬퍼 파견은 수익원이 되는 사업으로, 현재 회원은 30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회원 중에는 중증 장애인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커뮤니티 만들기 사업으로는 장애 유무와 상관 없이 지역 주민이 즐겁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기획 행사이나 이벤트를 열고 있고, 2019년에 <후쿠루>라는 채리티 숍을 설립하며 일자리 창출 사업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부드러운 표정과 함께 서로가 가까워지는 시간’ 커뮤니티 만들기를 통해 기요타 대표가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 

[목욕을 끝내고 다 함께 찰칵]

 

- 기요타 대표께서 만들고 싶은 ‘커뮤니티’란 어떤 것일까요? 

 

지역 주민이 모두 모여 왁자지껄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장소를 많이 만들어가고 싶어요. 


같이 목욕탕에 가서 몸을 담그기도 하고, 예술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가지고 와서 같이 만들기도 하고, 절에서 서예 교실을 열기도 합니다. 

 

기분이 좋아지거나, 즐거워지면 모두 표정이 풀려요. 복지 현장에서도 이런 표정과 조우할 기회가 많이 있어요. ‘아, 기분이 좋은가 보다. 재미있나 보다’하고 느낄 때요. 그런 시간을 공유하면 서로를 더 가까이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개그 공연에 휠체어 마라톤까지 meets the 복지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지역 이벤트로

 [ meets the 복지 실행위원 멤버들] 

 

- 2017년부터 아마가사키시(尼崎市)의 위탁 사업으로 meets the 복지라는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이벤트인가요?

 

예전에는 복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였는데, 그렇게만 진행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기회에 복지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참가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 보고 싶었죠. 

 

기획을 짜다 보니 마침 시청 직원 중에 전직 코미디언이었던 분이 계셨어요. 그럼 개그 무대를 올려볼까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된 거죠. (웃음) 

 

- 복지 이벤트에 개그 공연이라니 신선한 조합이네요. 


장애인 중에도 ‘사람들을 웃기고 싶다. 빵 터트리고 싶다’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막상 입을 열기 시작하면 왠지 다들 진지한 자세로 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섣불리 장난스러운 발언은 못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그런 것이 가능한 자리를 만들게 되었어요. 

[개그 공연의 한 장면]


 

- 그 밖에 어떤 기획 행사가 있나요?

 

휠체어 마라톤이라는 행사도 있습니다. 휠체어 마라톤은 누군가가 뒤에서 밀면서 같이 달리게 되는데 참가자 본인이 밀어줄 사람을 직접 찾아와야 한다는 규칙이 있어요. 필요할 때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지요. 더불어 주저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한달에 한번 현대미술>의 한 장면. 맨 오른쪽에서 웃고 있는 사람이 기요타 대표]


 

- 커뮤니티 만들기 사업을 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개그 공연을 끝내고 뒤풀이를 할 때였는데 어떤 분께서 “기요다씨, 사실 저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물어보시는 거에요. 그럼 오디션에 한번 참가해 봐라 그런 시답잖은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마 그 분은 쭉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제까지 포기해 왔던 게 아니었을까요? 이번에 개그 공연에 도전하며 욕심이 생긴 것 같아서 그게 굉장히 기뻤어요.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여러 가지를 포기하면서, 점점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입을 닫게 됩니다. 제 기준에서 보면 너무 간단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포기해 버려요.  
 

저희가 기획하는 이벤트에서는 하고 싶은 것을 모두가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누군가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얘기할 때 누구든 절대 부정하지 말자고 정했어요.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는 노동의 장을’ 채리티 숍 후쿠루

[후쿠루는 CO-OP(생활협동조합)안에 자리잡고 있다. 스태프의 근무 시간에 맞춰 운영되기 때문에 운영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각자 여러 사정이 있는 스태프들에게  ‘할 수 있을 때에 하면 된다’는 입장이 중요하다 생각되었기에 이런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 채리티 숍 ‘후쿠루’를 설립하게 된 경위는 무엇인가요.

 

장애인이 해보고 싶은 일 랭킹에 뭐가 상위에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 1위는 ‘결혼’, 2위는 ‘육아’, 3위는 ‘아르바이트’에요. 아르바이트라니, 의외라는 생각 안 드세요?

 

그래서 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즐거워 보여서라고 답하더군요. 아르바이트 정보 광고만 봐도 동년배 친구들이 신나게 일하는 분위기가 많기는 하지요. 

 

장애인들에게는 아르바이트 같이 ‘부담 없이 해볼 수 있는 노동’이라는 선택지가 없어요.  장애인 사업장처럼 일할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어요. 휠체어 생활을 하는 후지와라라는 분이 계신데, 장애인 작업장에서 월 100시간 일하고 월급을 2만원정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월급이 너무 적지 않냐며 말이죠. 

 

그 부분을 어떻게든 해보고 싶었어요. 그 분께 해보고 싶은 게 없냐 물어보니 패션에 관심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럼 채리티 숍을 열어보자고 한거죠. 
 

*채리티 숍은 ‘시민이 기부한 아직 사용이 가능한 물건을 자원봉사자 등의 협력으로 판매를 진행하고, 그 수익을 비영리 활동에 활용한다’는 구조. 일본 채리티 숍 네트워크(JCSN)공식 홈페이지에서 발췌.

 

클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아, 채리티 숍의 발상지인 영국을 시찰

- 런던으로 시찰을 갔었다고 들었습니다.


후지와라씨에게 채리티 숍의 원조가 영국이라고 하니, 한번 가봐야 하지 않겠냐 물어보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대답하더군요. 이유를 물으니,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본인이 외국에 나가는 일은 무리가 아니냐며.  

 

그 이야기를 듣고, 무슨 일이 있어도 데리고 가야겠다 결심했어요. 그래서 클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아서 영국에 다녀왔지요. 

 

- 현지에서는 무엇을 느꼈나요?
 

놀라운 점은 기부나 자원봉사 활동이 일상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영국에서는 최근 1주일동안 기부나 자원봉사 활동을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80% 이상이 그렇다라고 대답한다고 합니다. 

 

채리티 숍 역시 16,000 점포나 있어요. 국가 면적은 일본의 절반 수준인데 점포 수는 거의 편의점 숫자와 비슷할 정도에요. 
 

마치 편의점에 다녀오는 것 같은 일상적인 느낌으로 기부나 자원봉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진입 장벽이 정말 낮아요. 종교적인 배경도 있겠지만, 일본도 조금 더 폭이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복지 현장의 재미와 매력을 전하는 ‘통역’과 같은 역할도

- 기요타 대표가 NPO 법인 <달이랑 바람이랑>을 설립한지 어언 15년이 되었습니다. 그간에 느낀 변화나 과제,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복지라고 하면 진지하게 임해야 할 것 같은 심각한 분위기가 만들어지잖아요.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꼭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복지 현장에서는 마음이 찡해지는 인생의 드라마가 매일 펼쳐지고 있어요. 저희가 하고 있는 일에는 ‘통역’ 같은 역할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그런 풍요로움이나 즐거움을 전하고 싶어요.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니 예전보다 그런 매력을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실감은 들어요. 그렇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복지 현장에 발을 디뎌보자는 분들이 많아진 것은 아니지만요. 그 부분이 조금 답답하기도 합니다.

 

특별한 스킬이나 기술이 없어도, 엄청나게 노력하지 않아도 복지 NPO를 할 수 있고, 편의점에 들르듯이 부담 없이 기부나 자원봉사 활동, 자선 활동에 참가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계속 활동하며 서서히 저희 지역을 그렇게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 아시아의 사회혁신가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복지나 기부, 자원봉사 등의 사업을 무리하지 않고 담담히 해 나가고 있는 그런 단체가 있다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네요. 서로 배워 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진제공> NPO法人「月と風と」

 

◎NPO 법인 <달이랑 바람이랑>.:HPInstagramFacebook

* 해당 기사는 일본어로도 제작 및 발행되어 있습니다. 일본어 기사는 여기 (링크

* 해당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온라인 화의시스템을 사용하고 진행했습니다. 

 

일본어 원문 글 ㅣ 모리카와 유미

일본어-한국어 번역 ㅣ이은

정리・발행 ㅣ이로 ( 대표 우에마에 마유코) 

후원 ㅣ서울특별시 청년청 ‘2021년 청년프로젝트’ 

 

이로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1 이로 (IRO)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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