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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유예 뒤에 ‘미 국채금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적용을 유예한다고 밝힌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51.36p(6.60%) 오른 2,445.06로, 코스닥 지수는 38.40p(5.97%) 오른 681.79으로 마감했다. 이준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적용을 유예한다고 밝힌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51.36p(6.60%) 오른 2,445.06로, 코스닥 지수는 38.40p(5.97%) 오른 681.79으로 마감했다. 이준헌 기자

전 세계 금융시장의 ‘롤러코스터 반등’을 이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상호관세 유예 결정은 미국 장기국채의 ‘금리 급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관세 부과로 증시가 폭락하고, 가장 안전자산으로 분류된 미국 국채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자 화들짝 놀란 트럼프 정부가 화급히 관세 카드를 거뒀다는 것이다. 국채금리 급등은 미국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트럼프 정부의 목표에도 어긋나는 상황이다. 일단은 관세 유예로 위기는 넘겼지만 이미 신뢰가 무너진 만큼 미국 금융시장의 충격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관세 유예 뒤에 ‘미 국채금리’ 있다

보통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안전자산인 채권을 사들이면서 채권금리는 하락(채권가격 상승)한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의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 증시는 10% 넘게 폭락했지만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점진적으로 하락해 4일 3.8%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4일부터 갑자기 채권 금리가 폭등(채권 가격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하루 만에 0.20%포인트 넘게 급등, 장중 4.5%를 넘기며 급상승했다. 미국 30년물 기준 금리는 3거래일간 약 0.50%포인트 급등했다. 지난 1982년 이후 4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시장에서는 당시 미국 국채물량이 쏟아졌다고 추정했다. 갑작스러운 투매에 채권금리가 폭등(채권 가격 급락)한 것이다. 채권시장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시장 반응 때문에 유예한 건 아니었다”고 하지만 했으나 시장에선 상호관세 유예는 채권시장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미 국채금리 급등은 트럼프 정부가 의도하는 ‘재정적자 감축’에 역행한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트럼프 정부는 저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저금리가 필요하다. 특히 관세부과로 미국에 대한 신뢰가 악화되면 장기적으로 달러 자산의 수요가 감소해 장기채 금리 역시 낮아지기 어렵다. 트럼프 정부가 채권시장 ‘발작’에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국채와 달러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항복했다”고 말했다.

아시아 거래에서 미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뛰었다는 점에서 중국이 의도적으로 국채를 대량으로 매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 국채의 상당수를 쥐고 있는 중국이 투매를 단행해 미 국채 금리가 뛰는 등 불안장세를 보이자 미국이 우선 상호관세를 유예하면서 대응했다는 것이다.

중국을 예외로 뒀지만 상호관세를 유예하면서 미 국채 투매 현상은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상승폭이 축소, 10일 아시아거래에서 4.28%를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유예 발표 직후 “나는 (채권시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면 아주 멋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미 신뢰가 훼손된 데다 관세발 경기침체로 재정적자도 불어날 수 있는 만큼 불안장세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상호관세 유예에도 금리하락은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안전자산 신뢰 회복은 아직 요원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서 금리 하단은 올라왔을 것”이라며 “미국이 재정이나 통화정책을 펼칠 때 이전보다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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