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전기차 SU7 출시. 연합뉴스중국의 전기차 공세가 무섭다. 글로벌 패권을 노리는 비야디(BYD)에 이어 '갓성비'로 유명한 샤오미까지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파격적인 가격으로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판을 흔들려는 조짐이다. 중국 '공룡'들의 잇따른 등장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도 한층 증폭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자업체 샤오미는 지난달 28일 자체 개발한 첫 전기차 모델인 'SU7'을 출시했다. 시작 가격은 21만5900위안(약 4000만원)으로 시장 예상치보다 낮게 매겨졌다. 포르쉐 타이칸에 맞먹는 외관과 성능을 자랑하지만, 가격은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경쟁 차량인 테슬라 모델3보다도 3만위안(약 550만원) 저렴하다.
SU7은 기존 전기차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성능으로 무장했다. 1회 배터리 충전으로 최대 700㎞를 달릴 수 있고, 15분만 충전해도 350㎞까지 주행 가능하다. 최고 속도는 시속 210㎞이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제로백은 5.28초다. 고성능 버전은 타이칸 터보의 최고 속도보다 빠른 시속 265㎞까지 낼 수 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SU7은 출시 4분 만에 1만대, 27분 만에 5만대가 팔린데 이어 하루 동안 총 8만8898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주문이 몰리면서 납기일도 기존 일정보다 지연돼 일부는 6개월 이후에야 납기가 가능할 정도다.
첫 출발부터 존재감을 과시한 샤오미는 향후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확장이 예상된다. 실제 레이쥔 샤오미 CEO도 SU7을 출시하면서 "샤오미는 크든 작든 경쟁의 왕이다"며 "샤오미는 2023년 연구개발(R&D)에 240억위안(약 4조5000억원)을 썼다. 앞으로 5년간 경쟁에 대처할 현금이 1300억위안(약 24조원) 넘게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샤오미의 등판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미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지난해 4분기 테슬라를 꺾고 글로벌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중국을 넘어 멕시코·브라질·헝가리를 거점으로 유럽과 북미·남미 등 시장에도 적극적인 침투를 구상하고 있다. 샤오미는 15년 안에 '세계 5대 자동차 제조사'로 거듭난다는 각오다.
중국 업체들의 국내 진출도 임박한 분위기다. BYD는 이제껏 국내에 전기 지게차나 전기 트럭 등 상용차만 내놨지만, 올해 안에 전기 승용차 출시를 목표로 현재 정부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에는 BYD코리아 신임 지사장 자리에 수입차 전문가를 앉히고, 인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신공장 설립을 검토중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중국 전기차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이에 대응하는 움직임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중국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유럽은 중국 전기차에 관세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빗장을 치고 나섰다. 중국 업체들의 파격적인 가격 할인에서 자국 업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같은 견제 카드도 장기적으로 중국 전기차의 확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이 보호무역 정책을 펴고 있지만 중국은 해외 생산기지 등으로 우회하는 방안을 이미 기민하게 마련하고 있다"며 "결국에는 고품질을 추구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본적인 방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