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MZ) 세대의 새로운 아르바이트로 ‘베이비시터’가 주목받고 있다. 출산 경험 있는 중·장년 여성 전유물이던 돌봄 시장에 MZ세대가 뛰어들면서 판도가 변하고 있는 셈이다.

2016년 출범한 아이 돌봄 중개 업체 맘시터 회원은 69만명. 현재 이 중 43만1000명(62.4%)이 20~30대. MZ 세대(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란 얘기다. 2019년만 해도 MZ 베이비시터 회원은 21만8000명이었는데 3년 만에 2배로 늘었다. 학습·돌봄을 같이 하는 서비스 자란다 역시 전체 회원 26만8000명 중 MZ 세대 비율이 88%에 달한다. 중고거래업체 당근마켓에서 운영하는 구인·구직 서비스 당근알바 게시판에는 “베이비시터 일자리를 구한다”는 20대 구직자 지원이 줄을 잇고 있다. 당근알바 측은 “베이비시터 일을 하고 싶다는 20대 지원자가 1년 전보다 10배가량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MZ세대에게 베이비시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로는 ①(다른 일자리보다) 업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해 3~4시간 짧게 끊어서 일할 수 있고 ②최저시급보다 30% 이상 임금이 높다는 점이 꼽힌다.

“같이 무지개꽃 만들어볼까?” 24일 오후 4시 서울 하월곡동 한 아파트. 대학생 김채린(22)씨가 거실에서 정지민(4)양과 자석 블록 놀이를 하고 있었다. 형형색색 블록으로 꽃, 목걸이, 강아지를 만들자 지민양은 손뼉을 치며 웃었다. 둘은 아이스티를 나눠 마시고 지민양 방으로 가서 ‘도도 공주의 생일 케이크’ 책을 펼쳤다. 김씨는 이날 시간제 ‘베이비시터’로 지민양을 돌봤다. 오후 3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어린이집에서 지민양을 하원시키고 집에서 같이 놀아줬다.

김씨는 2년 전부터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PC방 등 다른 곳에서도 일해봤지만 “(베이비시터는) 수업 중간 비는 시간에도 짬을 내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베이비시터업계 관계자는 “(MZ 베이비시터들은) 취학 전후 아이들 등·하원을 책임지고 아이들과 함께 놀거나 공부를 도와주는데 하루 3~4시간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자격증(돌봄교사나 악기·외국어 회화 등) 보유와 경력에 따라 시간당 1만~6만원을 받을 수 있다. 현 최저시급(9160원)보다 많다.

20~30대 중에서도 대학생들이 많다. 맘시터 회원 중 30%(20만명)를 차지할 정도다. 맘시터 담당자는 “신생아·영아와는 다르게 유치원·초등생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놀아주고 공부도 봐줄 수 있는 20~30대를 선호한다”고 했다. 작곡 전공 대학생 최민지(24)씨도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보탠다. 주로 9시 수업 전에 끝낼 수 있는 ‘등원 시터’를 자주 하고, 아이들을 키즈카페에 데려가 같이 놀아주는 임무도 종종 맡는다. 그는 “놀이터나 키즈카페에서 아이들과 같이 뛰어다니는데 부모님들이 좋아하시더라”면서 “학교 시험이 있어 출근을 못하게 되면 (아이 부모에게) 양해를 구하는데 잘 받아주신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했던 최지영(29)씨는 ‘전공’을 살려 시간제 베이비시터로 전업했다. “주 20시간 정도 일해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다”면서 “돈이 필요하면 일하는 시간을 늘리면 되니 전보다 편하다”고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MZ 세대는 일하는 조건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 남다른 가치를 두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으로 부모들이 아이 1명에게 돈을 더 많이 쓸 수 있게 되면서 베이비시터 노동 환경이 좋아졌고 수요가 있으니 청년들도 몰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