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이모저모
인천시 미추홀학산문화원 - 양지원 지역문화팀장
아카이브센터
게시일 2022.04.18  | 최종수정일 2022.04.22

디지털 아카이브와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가는 아카이브 이모저모.
네 번째 이모저모에서는 미추홀학산문화원의 양지원 팀장님과 함께했습니다.
 
미추홀학산문화원은 인천시 미추홀구의 지방문화원으로 지역 문화 진흥을 위해 다양한 문화사업을 수행하는 곳입니다. 지역 중심의 문화사업을 하게 되면 지역과 주민과 관련된 다양한 기록을 생산하고 수집하게 될 텐데요, 그렇다면 지방문화원은 어떻게 디지털 아카이브를 하면 좋을까요? 아카이브센터 서비스를 이용하여 만든 미추홀시민아카이브 사례를 통해 함께 알아보아요! 


 
| 간단한 인사와 미추홀학산문화원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미추홀학산문화원의 지역문화 팀장으로 있는 양지원이라고 합니다. 미추홀학산문화원은 지방문화원진흥법에 의거하여 설립된 인천시 미추홀구의 지방문화원입니다. 2004년에 설립되어서 올해로 18년 차에 접어들었네요.

 
| 미추홀시민아카이브 소개 페이지에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이라는 문구가 인상깊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지역 문화라는 것은 단순히 연구자, 예술가와 같은 소수의 전문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에 사는 다양한 분들의 주체적인 참여를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미추홀시민아카이브는 시민들이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물론이고, 그 과정까지도 잘 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저희는 기존에도 지역을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 결과물로서 보통 책을 많이 만들었어요. 그런데 책을 만들다 보니까 다양한 사정으로 책에 수록되지 못하는 기록들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하나의 공연 작품을 만들게 되면 보통 그 공연의 결과물만 남게 되거든요. 그 결과물에 대한 기록은 보통 몇 장의 사진이나 공연 영상으로만 남게 되죠. 그런데 시민이 참여하는 공연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 역시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보통 결과물만 남게 되다 보니, 어떤 과정을 통해서 공연이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디지털 아카이브를 활용하게 되면 책과 같이 지면의 한계가 없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과정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요. 그리고 그 기록 행위 자체가 이 지역 문화를 일궈가는 일이잖아요.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우리 지역을 보다 더 풍성하게 담을 수 있게 되는 거죠. 나중에 지역 문화를 담은 원천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고요. 무엇보다 이러한 기록이 시민의 참여를 통해 만들어진 시민의 이야기라는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미추홀시민아카이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미추홀학산문화원 양지원 팀장
미추홀학산문화원 양지원 팀장



| 미추홀학산문화원은 왜 시민 기록 사업을 하는 건가요?

일반적으로 지역에 대한 기록들은 국가적 사건을 중심으로 기록되고, 보통 관 중심으로 만들어지잖아요. 그런데 민간의 기록, 그러니까 지역에 사는 시민들에 대한 이야기는 기록된 것이 많지 않아요. 특히 인천 미추홀구 같은 경우에는 근현대 시기에 역사적으로 다양한 사건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사건들에 대한 서술은 보통 관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지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는 담겨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미추홀구의 문화원으로서 미추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도록 잘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서 시민 중심의 지역 기록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기록하고자 하는 대상을 선정하시나요? 

현재는 주로 시기적으로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것들을 위주로 대상을 선정하고 있어요. 재개발되면 사라질 수 있는 마을에 대한 기록처럼요. 미추홀구에 그런 동네들이 많아요. 높이 올라간 아파트와 오래된 동네의 풍경이 공존하죠. 몇 년 뒤에는 오래된 동네의 풍경을 보지 못할지도 모르죠. 그래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을 놓칠 수 없는 것 같아요. 

 
| SNS 채널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계시던데요, 기록과 콘텐츠를 공유하는 측면에서 SNS와 비교했을 때 아카이브만이 갖는 장점이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SNS는 저희에게 관심 있는 팔로워들에게 지금의 이야기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 다시 찾아보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태그를 걸어도 잘 찾아지지 않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디지털 아카이브는 아카이브센터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분류 체계나 메타데이터 항목에 맞춰서 차곡차곡 쌓아놓으면, 언제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점이 좋아요. 자료가 필요할 때 바로 찾아서 활용할 수 있고요. 

그리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기존에는 이런 기록들이 내부적으로만 관리되었는데, 각자 기록을 정리하는 방식이 달라서 나중에 그 기록을 찾으려면 오래 일하신 분들의 기억에 의존을 해야 했거든요. 그런데 디지털 아카이브를 운영하고 기록을 정리하는 기준이 확립되니까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저희뿐 아니라 외부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고요. 


 
|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을 위해 아카이브센터의 솔루션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위해 여러 곳에 문의를 해보았는데, 생각보다 큰 비용이 발생하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아카이브센터를 알게 되었어요.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도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할 수 있었죠. 무엇보다 이미 디지털 아카이브를 위해서 구조를 만들어 놓은 아카이브 시스템 위에 서버, 전산, 보안, 백업 등의 IT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저희의 기록물들을 시스템에 맞춰서 쌓기만 하면 된다는 점이 좋았어요.   
만약 아카이브센터가 없었다면, 여전히 홈페이지 게시판이나 SNS에 그냥 올려놓는 정도였을 것 같아요. 

 
미추홀학산문화원의 미추홀시민아카이브
미추홀학산문화원의 미추홀시민아카이브 (클릭시 해당 아카이브로 이동) 
 


| 이번에 ‘미추홀 사람들은 이 맛을 안다’와 ‘미추홀: 바다를 담다’라는 책을 발간하셨잖아요. 그런데 책과 굿즈에 QR코드로 미추홀시민아카이브를 연결해 주셨더라고요? 

시민의 이야기를 담은 미추홀구의 기록을 알리기 위해서 책을 만든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책은 너무 한정적이에요. 책을 가지신 분들만 기록을 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희가 이제 책을 다 배포해서 거의 없어요. 책을 통해 기록을 전달할 수 있는 범위가 끝난 거라고 볼 수 있죠. 책을 받지 못한 분들에게도 미추홀구에 이런 기록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책과 굿즈인 책갈피에 미추홀시민아카이브에 접속할 수 있는 QR코드를 새겨 놓았죠. 디지털 아카이브에 더 많은 기록이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고요.  

 
| 미추홀시민아카이브에 대한 시민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시민기록단분들이 모인 자리에서 미추홀시민아카이브를 보여드린 자리가 있었는데, 작년에 처음 지역을 기록해본 분들이 이걸 보시고 시민 기록을 하는 과정에서 ‘힘들었고 부침도 있었지만, 이렇게 올라온 것들을 보고 나니 지역에 중요한 일을 하는 것 같다, 자부심이 든다.’ 이런 이야기들을 해주셨어요. 또 다른 사례로는 저희가 지역에 있는 음식 사장님들 인터뷰를 했는데요, 인터뷰의 결과물로 책과 미추홀시민아카이브를 보여드렸는데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옆에 있는 아들도 불러가지고 보여주시고 (웃음). 자신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결과물을 보실 때 만족감을 느끼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가 더 뿌듯함을 느낀달까요.

 
| 현재 미추홀시민아카이브에 다양한 기록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기록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미추홀구에 승기천이라는 하천이 있었다고 해요. 지금은 하천 복개 공사를 해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승기천의 기억을 담기 위해 해당 지역의 동네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승기천에 대한 기억을 구술 수집을 한 적이 있어요. 여러 명의 어르신들을 찾아뵈었고 구술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승기천에 대한 기억을 정리한 영상을 제작했죠. 그런데 끝내 과거 승기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구하지 못해서 안타깝게도 과거 승기천의 형태를 영상에 담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나중에 저희가 어떤 보고서를 보게 되었는데, 그 보고서에 과거 승기천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들어가 있는 걸 저희가 발견했어요. 그 사진은 과거 어느 지역의 통장님께서 승기천에 대한 민원을 넣는 과정에서 찍은 사진이었어요. 겨울철에 승기천이 얼어서 문제가 된다는 내용이었죠. 당시의 민원 제기를 하기 위해 찍었던 기록이 지금은 당시의 승기천 형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된 거예요. 정말 귀한 자료인 거죠. 아마 그 통장님께서도 이 사진이 이렇게 귀한 기록물이 될 거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셨겠죠? 그 사진을 발견했을 때 굉장한 감동을 받았죠. 해당 사진은 미추홀시민아카이브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어요. 

이렇게 가치가 있지만 어딘가에 숨어있는 기록물이 더 많을 거에요. 그래서 앞으로도 꾸준하게 민간지역기록물수집 공모전을 해서 귀한 기록물을 수집하려고 해요. 어서 코로나19가 잠잠해져서 경로당같은 곳을 들려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런 사진들도 모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미추홀시민아카이브 '승기천 동계침수 사진현황' 기록물
미추홀시민아카이브 '승기천 동계침수 사진현황' 기록물 (사진 클릭시 해당 기록물로 이동)

 

이미 아카이브를 구축해보신 입장에서 현재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아카이빙이 쉽지 않은 작업인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지금 기록해야 할 것들을 놓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저희도 당장 활용하지 않은 자료 같은 경우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방치했는데, 지금은 어떤 사업을 하든 아카이브를 고려해서 기록을 생산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더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만약 아카이브의 필요성을 느끼시고,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 바로 지금 시작하시는 것이 지금의 것을 과거로 넘기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미추홀시민아카이브는 앞으로 어떤 아카이브가 되길 원하나요? 

아직은 저희 사업에서 나오는 이야기, 지역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아카이빙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좀 더 많은 지역의 이야기를 모으고 싶어요. 미추홀구 뿐 아니라, 인천시의 다른 지역구에도 디지털 아카이브가 만들어져서 각각의 아카이브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구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인천시의 아카이브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 인천시에 사는 아이들이 인천의 역사를 공부할 때 많이 참고하게 될 것 같아요. 학교 교육 과정에서 교재로 활용할 수도 있고요. 꼭 그게 아니더라도 우리가 사는 지역에 대해 궁금할 때 언제라도 들어가 볼 수 있는 그런 아카이브요. 학생뿐 아니라 학교 선생님, 학부모들도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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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r : 강선원, 현승인 
Interviewee : 양지원 지역문화팀장
일시 : 2022.03.18.금. 오후 2시
장소 : 미추홀학산문화원 
기획 및 편집 : 현승인, 강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