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컨테이너선, 어디까지 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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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물류가 오늘날 발전하게 된 배경에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혁혁한 변화의 계기는 ‘컨테이너(container)’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가 발전을 거듭하며 외쳐온 대표적인 키워드 중 하나가 ‘표준화(standardization)’인데, 컨테이너는 물류의 표준화를 가져온 일대 혁신으로 볼 수 있다. 컨테이너라는 표준은 컨테이너를 하역하고 이송하는 장비의 대량 생산과 일하는 방식의 일관화를 통해 막대한 효율성 개선을 가져왔다. 또한 화물을 컨테이너에 싣고 목적지까지 컨테이너를 운송, 보관, 하역하면서 소위 Door To Door 운송을 가능하게 했다.
컨테이너의 기원은 1956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사업가 Malcom McLean은 화물이 적재된 차량에서 일일이 인부들이 화물을 내려 배에 옮겨 싣는 걸 지켜보다, 아예 화물차에서 운전석과 바퀴를 떼어낸 화물칸을 기중기로 배에 싣고 뉴저지주 Newark항에서 텍사스주 Houston항까지 실어 나른 것이 컨테이너의 시초가 되었다. Malcom McLean은 톤당 화물처리에 드는 비용이 인부를 이용하던 5.86불에서 컨테이너를 이용하면서 16센트로 줄었다고 추산했다. 이후 1967년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으로 보급품을 적입한 컨테이너를 씨랜드社가 실어 나르기 시작한 것이 컨테이너 운송이 본격화된 계기가 된 것이다.
ⓒ 한국해양진흥공사
컨테이너는 크기에 따라 20피트(TEU단위: Twenty-feet Equiped Unit)와 40피트(FEU단위: Forty-feet Equiped Unit)가 대표적이고, 용도에 따라 드라이(Dry)와 냉동(Refrigerated), 개방형(Open Top), 탱크(Tank) 등 다양한 컨테이너가 있다. 컨테이너가 규격화되면서 해상운송을 위한 컨테이너 전용선이 건조되기 시작했고, 이들 선박이 부두에 접안하여 컨테이너 하역을 용이하게 하도록 컨테이너터미널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컨테이너는 해상뿐만 아니라 트럭과 열차에도 적재되어 육상을 통한 물류에도 표준화를 이끌어왔다. 특히, 해상운송을 담당하는 컨테이너선은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가능한 한 번에 많은 컨테이너를 실어 운송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이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져왔다.
학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나, 컨테이너선의 역사는 대체로 1965년 이전과 이후로 구분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1957년 미국 씨랜드社가 35피트짜리 컨테이너 226개를 적재할 수 있도록 개조한 컨테이너선 Gate Way City호를 투입한 것을 최초 1세대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35피트 컨테이너는 ISO(International Standardization Organization)가 표준규격을 제정하기 이전의 알루미늄 재질의 컨테이너였으며, 전용부두가 건설되기 이전이라 컨테이너선으로 개조한 선박의 갑판에 크레인을 장착하여 운항하였다.
씨랜드社는 1966년부터 컨테이너전용선인 Fair Land호를 대서양항로에 투입하면서 2세대 국제 운송시대를 열었다. 1967년에는 Madson Navigation社가 24피트짜리 컨테이너 464개를 적재한 컨테이너선을 일본과 북미 간 항로에 투입하면서 대서양에 이른 태평양 항로를 열었다. 이후 1970년까지 안벽에 크레인을 장착한 컨테이너터미널이 건립되기 시작했고, ISO는 20피트(TEU)와 40피트(FEU) 컨테이너를 표준규격으로 제정하였다.
1971년부터는 3세대 2,000TEU급 컨테이너선이 등장하였고 개발도상국에까지 터미널 건립이 확대되면서 공동으로 컨테이너터미널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1984년에는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세계 최대선형인 파나막스급(4,456TEU) 컨테이너선이 세계 일주 항로에 투입되면서 4세대 컨테이너선 역사를 활짝 열었다. 컨테이너도 40피트에 이어 45피트까지가 등장했고, 컨테이너선 대형화 추세에 따라 1988년에는 파나막스를 능가하는 포스트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996년 이후, 세계 각국을 배경으로 탄생한 컨테이너선 선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규모의 대형화와 항로 점유율 확대를 위해 선사 간 동맹이 활발히 결성되는 컨테이너선 5세대를 열었다. 슈퍼 포스트파나막스급으로 불리는 9,000TEU 컨테이너선이 등장했고, 미주와 아시아, 아시아와 구주를 잇는 직항로에 대형 선박을 투입하면서, 이들 미주, 구주, 아시아 각 중심 항구와 인접 항만을 연계하는 항로에 소형 선박을 투입하는 Hub & Spok 방식의 운송 형태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 2013~2019년도 세계 10대 초대형 경쟁 컨테이너선 표 >
ⓒ Alphaliner Weekly Newsletter, Vol.19, No.28, 2019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컨테이너선은 바야흐로 10,000TEU 이상의 초대형선 경쟁이 점화되었다. 2013년 Maersk사가 18,340TEU 초대형컨테이너선을 운항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초대형’ 시대는, 2020년 4월 우리 국적선사인 HMM의 23,964TEU Algeciras(알헤라시스)호 명명식을 계기로 정점을 찍게 된다. 2020년 Algeciras호 이전까지 단 몇 TEU라도 더 크게 건조하겠다는 선사들의 경쟁심이 드러난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 10대 초대형 컨테이너선 경쟁을 보면 그러하다.
< Algeciras호 >
ⓒ HMM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한 HMM의 Algeciras로는 당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으로 높이 324미터의 에펠탑이나 391미터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보다 긴 400미터 길이에 축구 경기장 4배 크기의 폭 61미터를 자랑한다. 총 2만3천9백6십4개의 20피트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데, 초코파이 70억 개 또는 5억 5천만 개의 라면을 실을 수 있으며, 이들 컨테이너를 일렬로 세우면 146킬로미터로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에 해당한다. HMM은 Algeciras호를 포함하여 12척의 초대형컨테이너선을 운항하면서 한진해운 파산으로 위기에 내몰렸던 우리나라 해운 산업을 다시 일으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 H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