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돌봄 🍉
별난고양이꿈밭의 여름방학
-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돌봄
글쓴이 : 박정경
삼형제 엄마. 별난고양이꿈밭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마감에 시달리는 글 노동자
'별난고양이꿈밭'(이하 꿈밭)은 발달장애아동 양육자들이 만든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발달장애아이들 돌봄을 하고 있지요. 아이들이 즐거운 돌봄, 의미 있는 돌봄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장애 유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지요. 새로운 아이가 올 때마다 아이의 특성을 파악하고 적응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아이도 마찬가지예요. 이렇게 퍼즐 조각 맞추듯 서로서로 경험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꿈밭을 설립하고 돌봄을 시작한 뒤 맞는 네 번째 방학입니다. 방학 기간은 우리에게 늘 새로운 도전이고, 어려운 숙제입니다. 많은 발달장애아동 가정에서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하지만, 꿈밭의 인력과 공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죠. 때문에 돌봄 이용자 모집 공고가 나면 하루 만에 마감되기도 합니다.
방학은 늘 부담되고 긴장되지만, 그간의 경험을 통해 돌봄 이용자도 만족하고 돌보는 우리의 부담도 더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돌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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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건강한 돌봄'을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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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밭은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움직이기에 좁은 활동실, 발달장애아동의 특성상 1:1 케어를 해야 하는데 반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 열심히 해도 임대료를 내기엔 늘 적자인 운영비 등등...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꿈밭의 자력도 중요하지만 도움을 좀 받아야겠다고 생각해, 지역 사회의 단체와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참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스스로를 가둬 두었던 편견들이 깨지고요. 이번 호에서는 지역 사회와 함께한 돌봄의 시도들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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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을에서 노는 아이들, 골목놀이터 - 우리동네 지역아동센터
꿈밭이 만들어질 때부터 인연이 되었던 우리동네 지역아동센터 안명희 센터장님이 여름방학 직전에 아이들과 함께 뛰어 놀아보자는 제안을 주었습니다. 10명의 발달장애아동이 청소년 멘토와 1:1로 짝을 지어서 2시간 가량 놀이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시작 전 꿈밭의 양육자들은 ‘힘들 거야’, ‘어떻게 두 시간을 하지?’ 하고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아이들이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보며 모두 놀랐습니다. 청소년 놀이활동가 양성과정 교육을 받은 우리동네 지역아동센터의 형 누나들은 우리 아이들을 잘 이끌어주었습니다. 회기를 거듭해 가면서 아이들은 시간을 알차게 채워가며 노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이러한 활동이 지속된다면, 우리 아이들도 마을의 골목에서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5회로 마무리되어 아쉬웠지만, 앞으로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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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주도 장애인재활협회 - 2022 전국 장애인 e스포츠 체험 캠프
작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제주도 장애인재활협회는 주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체육서비스인 e스포츠, 농구, 드론, 뉴스포츠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특별한 것을 계획했습니다. 바로 2022 전국장애인 e스포츠 체험 캠프로, 방학이 시작된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일주일간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모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꿈밭 돌봄 아이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다양한 VR 체험과 e스포츠 체험을 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었고, 전문 강사들이 함께해주어 아이들이 새롭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선물로 키보드 마우스 세트까지 받아서 다들 양손 가득 행복해했습니다.
이렇게 일주일 동안 약 15명의 꿈밭 어린이들이 함께했습니다. 꿈밭 실내 공간에서 돌봄을 하는 것도 좋지만, 지역 사회 행사에 참여해 다양한 체험을 해보는 것도 참 좋은 일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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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스포츠 체험캠프 - 소화기를 다루는 VR 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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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 탁구, 바다속 체험 등 다양한 e-스포츠 종목을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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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칠머리당 영등굿 전수관과 함께한 ‘신(神)나는 굿(GOOD)!’
'신나는 굿'은 영등굿 전수관에서 마련한 예술체험 프로그램으로, 전시회장 관람, 만들기 체험과 더불어 그림자극까지 참여해볼 수 있었습니다. 꿈밭에 평소 관심이 많으신 김남희 선생님(전래놀이 지도사, 노리장이 & 꼬까나무 대표)이 애써주셨지요.
그동안 발달장애 아동과 수차례 공연을 관람핬지만, 모두 실패한 경험이었어요. 하지만 이번 공연은 마치 발달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염두에 두고 만들기라도 한 듯, 아이들이 편안하게 즐기고 올 수 있었습니다. 점점 지역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설 자리가 늘어감을 느끼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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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경계선장애 아동의 돌봄 고민의 해결 방법을 찾다 – 성짓골 작은도서관
발달장애아동의 장애는 정도가 다양합니다. 비장애아동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경계선장애 아동부터 최중증 아동까지. 이들의 돌봄 요구는 매우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경계선장애 아동은 비장애 아동과의 통합 돌봄을 원합니다.
꿈밭도 통합돌봄을 지향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여력이 안 되어 늘 안타깝다고 생각하던 차에, 성짓골 작은도서관 홍순옥 사서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진행되는 '온기 나눔 돌봄' 프로그램에 발달장애아동들이 초대되었습니다. 우선 매주 1회 함께 활동하고, 적응 단계가 끝나면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가기로 했습니다. '골목놀이터'에 참여했던 어린이가 전래놀이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는데, '온기 나눔 돌봄'의 전래놀이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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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비장애형제의 즐거운 여름방학을 위해 – 어린이도서연구회 제주지회
발달장애 아동의 비장애 형제들은 자신보다 돌봄이 더 필요한 장애 형제가 있다는 이유로 집 안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기도 하지요. 이들에게도 온전하게 즐거운 여름방학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기획된 것이 발달장애아동 비장애 형제의 ‘놀이야 방학을 부탁해’입니다.
제주도교육청의 '교육회복을 위한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으로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에 어린이도서연구회 제주지회 ‘소리노리’ 강사팀이 함께했습니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게임하며 노는 열려라 마음상자, 요리왕 재미왕, 알쏭달쏭 큐브세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현재 진행중입니다. 참여한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정말 재미있는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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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요리로 즐거운 시간 - 놀이야 방학을 부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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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용담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용두암 게이트볼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어 체육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놀이 체육 프로그램을 1회 진행했는데, 에어컨이 없어서 아이들이 금세 지쳤습니다. 할 수 없이 8월 무더위는 피하고 9월부터 다시 하기로 했지만, 뜨거운 태양과 비를 피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은 무척 기쁜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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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동네 한 바퀴 – 원도심 일대 돌아보기
'동네 한 바퀴'는 말 그대로 동네를 돌면서 여러 가지를 경험하는 별난고양이꿈밭의 프로그램입니다. 이동하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되기 때문에 학기 중에는 하기 힘듭니다. 방학중에 매주 금요일 제주 원도심 일대에서 '동네 한 바퀴'와 놀이체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마침 7월 29일 금요일에는 2022 제주 사회적경제 한마당이 시작되어 그곳에 다녀왔습니다.
제주 사회적경제 한마당은 제주도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들이 모여 상품도 소개하고 사회적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입니다. 발달장애인 직업 훈련 기관인 일배움터에서는 빈 화분을 가져오면 식물을 심어주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초록초록한 식물을 보는 아이들의 눈에 잘 키워보겠다는 열정이 가득했답니다. 이 밖에도 룰렛 돌리기, 퀴즈 맞히기, 동전 던지기 등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이벤트와 상품 등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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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22 제주 사회적경제 한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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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뒤로, 성짓골 작은도서관을 방문해 도서관 체험과 만들기 활동하기, 동문시장에 들러 2000원으로 전날 부모님이 내준 미션을 수행하는 활동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활동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밖에 나가면 발달장애 아동들은 세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행동도 커지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집니다. 당연한 현상이지만, 이 때문에 선생님들은 바짝 긴장합니다. 이번 주에는 생활용품점에 들러 각자 1개씩 물건을 사고 계산해 보는 체험을 했는데, 한 아이는 바코드 계산기로 장난을 치고, 한 어린이는 계속 다른 물건을 사겠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꿈밭 선생님들이 많이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계산원 분들도 한숨을 쉬며 힘들어 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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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더 자주 나가야겠어요.”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돌봄 선생님의 말입니다.
자주 만나야 지역 사회가 서로를 이해하고 타협하는 지점이 생길 거란 얘기였는데요, 이 생각에 동감하면서도 서로 불편한 지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좋은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일수록 지역 사회와 발달장애 아이들 모두에게 좋겠죠. 우리 아이들에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혹시라도 세상을 경험 중인 우리 아이들을 만난다면 조금만 더 여유롭게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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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를 마친후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놀이체육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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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서로 돌봄으로 함께 응원하는 주말
주말에는 이용자 가족들과 함께 서로 돌봄을 합니다. 장소와 재료는 꿈밭에서 준비하고 참여자 가족들은 도움이 될만한 재능이 있다면 함께 나눕니다.
며칠 전에는 열무 김치를 함께 담갔습니다. 열무를 사고, 절이고, 양념을 만들어 담그는 전 과정을 함께할 수 있어 의미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양념 재료를 썰고, 갈고, 버무리는 과정을 함께했습니다. 비록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조금이나마 김치와 친해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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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치며
별난고양이꿈밭은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여러 방법을 찾으려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 살아갈 수 없고 서로 의존하며 살아갑니다. 우리 아이들도 건강하게 의존하며 또 서로를, 타인을 돌보며 살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아이를 한 명 키워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누군가 이야기했습니다. 꿈밭은 그 말에 깊이 공감하며, 아이들이 지역 사회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하여 건강하게 자립하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보려 합니다.
앞으로도 별난고양이꿈밭과 함께하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별난고양이꿈밭에서는 프로그램, 자원봉사 등 다양한 손길을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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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헌과 함께하는 주말 프로그램 - 도자기 만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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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8월도 이제 끝나갑니다.
얼마 남지 않은 여름방학 즐겁게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다음주에도 좋은 읽을거리로 찾아뵐게요!
오늘의 뉴스레터는 어땠나요? 좋았어요! 🤗ㅣ 아쉬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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