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의 f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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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휴지는 3칸만 사용하고 샤워 시간은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짧은 샤워시간에 맞춰 흥얼거리는 노래도 2배속이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낮에는 불을 끄고 생활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웹툰 <기후위기인간>에서 주인공 ‘구희’가 환경을 위해 벌이는 ‘궁상 절약 이야기’ 중 한 장면이다. <기후위기인간>은 구지민 작가(30)가 2021년부터 한 포털사이트에서 연재 중인 웹툰이다. 20대 취업준비생 구희를 통해 구씨가 일상에서 경험한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과 가치관 변화, 친환경적으로 바뀐 일상 등을 담았다.

웹툰은 탈 플라스틱과 탄소 중립, 공장식 축산 등 다소 낯설고 불편할 수 있는 주제를 구희라는 친근한 캐릭터를 통해 전달한다.

<기후위기인간> 의 작가 구지민씨가 서울 중구 정동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기후위기인간> 의 작가 구지민씨가 서울 중구 정동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대학에서 섬유디자인을 전공한 구씨는 환경을 주제로 작업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다.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기후 우울’을 경험하면서 웹툰을 구상하게 됐다”며 “웹툰을 통해 환경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기후 우울을 극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후 우울은 기후위기 상황을 보며 느끼는 불안과 스트레스·분노·무력감 등을 의미한다. 구씨는 무더위가 본격 시작되기도 전에 가동되는 이웃집 에어컨 실외기 소리에 환경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고 했다. 냉방중인 카페에서 벚꽃을 감상하면서도 기후 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해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개발로 터전을 잃고 아파트 단지까지 내려온 고라니와 마주쳤을 때는 당혹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구씨는 “환경에 무관심한 사람들에 화가 났고 혼자 힘으론 세상을 바꾸기 힘들다는 현실에 무력감을 느꼈다”며 “환경문제를 모른 척 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나’부터 바뀌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웹툰에서 환경을 위해 절약하는 구희는 구씨의 일상이 반영된 것이다. 그는 구희를 통해 “언젠가 ‘플렉스’(과시)나 ‘욜로’(현재 행복을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가 아닌 자원을 아끼기 위해 궁상떠는 일상이 트렌드인 세상이 오면 좋겠다”고 고백한다.

[이진주의 finterview]“환경을 모른척 할 수 없어” 만화를 그리기로 한 구지민 작가[플랫]

구씨는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기 위해 옷을 사지 않는 생활도 몇 년째 이어오고 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채식 식단을 추구한다. 식재료는 유기농 텃밭을 꾸려 공수한다.

“이렇게 작은 실천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스스로 의문을 품기도 하고 잘 지키지 못할 때도 있지만 덜 부끄러운 삶을 살고 싶어요. 불편한 일상에서도 지구를 지킨다는 보람과 즐거움이 있습니다.”

웹툰을 통해 환경작가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지난해 12월 ‘2022 서울국제기후환경포럼’에서 연사로 나섰다. 오는 4월에는 그린피스와 함께 ‘지구의 날’을 기념한 활동도 계획중이다.

기후위기인간

기후위기인간

최근에는 지난해까지 연재한 <기후위기인간> 시즌1~2를 묶은 단행본을 펴냈다. 구씨는 “올 하반기 시즌 3에서는 제주도 신공항이나 월성원전 등의 문제를 기후 위기와 연관지어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씨는 “웹툰을 통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힘을 얻었다. 기후위기 문제 앞에서 좌절하지 않으려면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로 다양한 공동체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그렇게 서로 격려하며 ‘지구 살리기’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진주 기자 jinju@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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