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리혜성 오던 날, 조선학자들의 붓은 바빴다…세계기록유산 추진읽음

이정호 기자

1759년 ‘성변측후단자’ 속 정밀 관측 기록

2025년 목표로 등재 노력…추진위 공식구성

조선시대인 1759년 작성된 ‘성변측후단자’에 핼리혜성 관측 내용이 기록돼 있다. 글뿐만 아니라 그림으로도 핼리혜성의 모습을 묘사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조선시대인 1759년 작성된 ‘성변측후단자’에 핼리혜성 관측 내용이 기록돼 있다. 글뿐만 아니라 그림으로도 핼리혜성의 모습을 묘사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1986년 관측된 핼리혜성이 긴 꼬리를 흩날리며 우주를 날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1986년 관측된 핼리혜성이 긴 꼬리를 흩날리며 우주를 날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핼리혜성은 17~18세기에 활동한 영국 천문학자인 에드먼드 핼리가 주기적으로 지구를 찾아온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이름도 핼리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게다가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긴 꼬리가 특징이다.

핼리는 1705년 발표한 저서를 통해 “과거의 관측 기록을 봤을 때 1682년 하늘에 출현한 혜성이 75~76년 뒤에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정한 주기를 두고 지구 근처로 찾아오는 혜성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관측 기술이 충분치 않았던 당시로서는 급진적인 생각이었다. 그런데 핼리혜성이 1758년 12월 말부터 실제로 하늘에서 관측되면서 그의 예측이 맞아 떨어졌다.

비슷한 시기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조선에서도 핼리혜성의 출현 위치와 모양 등을 자세히 관측했던 사실이 기록돼 있다. 바로 조선의 영조가 재위하던 시기인 1759년 작성된 국가 천문 기록서적인 ‘성변측후단자’다.

성변측후단자를 보면 1759년 왕실 산하의 천문 담당 관청인 ‘관상감’에서는 총 35명의 관료가 25일간 핼리혜성을 관측했다. 이동 경로와 위치, 밝기, 색깔, 형태, 꼬리 길이 등을 자세히 기록했다. 실제로 성변측후단자에는 핼리혜성을 두고 “북극에서의 각거리는 116도였다. 형태나 색깔은 어제와 같았다. 꼬리의 길이는 1척 5촌이 넘었다”는 등의 대목이 나온다.

글뿐만 아니라 혜성 꼬리의 모양, 주변 별자리와의 거리와 위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림도 실려 있다. 관측자의 이름도 명시돼 있어 신뢰성을 더욱 높인다. 이는 동양 최고 수준의 핼리혜성 관측 기록으로 평가된다.

성변측후단자의 존재는 당시 유럽뿐만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 있던 조선의 학자들도 비슷한 시점에 핼리혜성을 주목하고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처럼 조선시대에 국가 차원에서 공식 발간된 핼리혜성 관측 기록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일이 추진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23일 성변측후단자 속 3건의 혜성 관측 내용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겠다는 방침을 서울 연세대에서 개최한 학술대회를 통해 공식 발표했다. 등재가 추진되는 혜성 기록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건 핼리혜성이다.

성변측후단자를 보관하고 있는 연세대와 함께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천문학회, 한국우주과학회가 ‘성변측후단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회’를 구성한다. 목표로 하는 등재 신청 시점은 2025년이다.

이형목 추진위원장(전 천문연구원장)은 이날 학술대회를 통해 “성변측후단자는 장기간에 걸쳐 천체의 특별한 현상을 기록한 것”이라며 “이번 혜성 관측 기록은 세계 과학사에서 매우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은 훈민정음, 난중일기 등 16건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목록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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