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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이주민 리포트] ①제2의 '블랙핑크 리사' 꿈꾸며…그들이 몰려온다

송고시간2023-03-2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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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K컬처 스타'를 꿈꾸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들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하면 우리 문화예술의 다양성이 더욱 확장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를 위한 제도적 환경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비영리 국제교류단체인 아시아희망캠프기구가 진행하는 아이돌 연습생 양성프로그램인 '아코피아 아카데미' 오디션을 거쳐 K팝 스타의 꿈을 키워가는 이들이 연습에 매진하는 이날 현장에는 열정과 활기가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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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열풍에 '예술·연예' 비자 2014년 640명→2023년 1천703명

연기장학생 선발 경쟁률 25대1…"예술전공 유학생도 꾸준히 늘 것"

[※편집자 주 =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K컬처 스타'를 꿈꾸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들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하면 우리 문화예술의 다양성이 더욱 확장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를 위한 제도적 환경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연합뉴스는 K컬처에 반해 한국을 찾은 이주예술인들의 현황을 살펴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관련 제도 등의 개선점을 모색해보는 기획 기사 3꼭지를 제작, 사흘간 1편씩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이건희 인턴기자 = 지난달 28일 오후 5시께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건물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청소년 20여 명이 발성과 안무를 연습하는 소리로 떠들썩했다. 4층 건물 2개 층에 마련된 연습실마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유명 한국 아이돌그룹의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비영리 국제교류단체인 아시아희망캠프기구가 진행하는 아이돌 연습생 양성프로그램인 '아코피아 아카데미' 오디션을 거쳐 K팝 스타의 꿈을 키워가는 이들이 연습에 매진하는 이날 현장에는 열정과 활기가 넘쳤다.

K팝 스타를 꿈꾸며 독일에서 온 에밀리 치아라 에바 라임바흐.
K팝 스타를 꿈꾸며 독일에서 온 에밀리 치아라 에바 라임바흐.

[아코피아 아카데미 제공]

연습실에서 만난 에밀리 치아라 에바 라임바흐(21) 씨도 고향인 독일 보훔에서 K팝 가수의 꿈을 품고 지난해 10월 한국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고향에서 '화랑'과 '신입사관 구해령' 등 한국 사극 드라마에 푹 빠져 살았고, BTS 콘서트도 관람했다. 한국 친구를 사귀고, 한국어도 꾸준히 공부했다. 그 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코피아 아카데미를 알게 됐고, 1년여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을 털어 한국에 왔다.

그는 "나이가 많고 재능이 부족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그래도 괜찮다"며 "아이돌로 데뷔하지 못하더라도, 시간이 흘러 지금을 돌이켜 봤을 때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자평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 '한국서 데뷔 꿈꿔요'…'예술·연예' 비자 10년새 3배 증가

K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에서도 K드라마 소비가 확산하는 등 한국 문화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제2의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등을 꿈꾸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법무부가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예술흥행(E6) 비자를 받아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 활동을 하면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올해 1월 기준 3천883명에 이른다.

[제작 이건희]

[제작 이건희]

특히 예술흥행 비자를 받은 외국인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E6 비자는 ▲우리가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인 연기자나 가수, 연예인이 받는 E6-1(예술·연예) ▲유흥업소나 호텔, 유람선 등에서 공연하는 외국인이 받는 E6-2(호텔·유흥) ▲야구, 축구, 농구 등 프로 운동선수 등이 받는 E6-3(운동)로 나뉘는데 이 중 E6-1 비자가 크게 증가했다.

2014년만 하더라도 E6-2가 전체의 83.5%로 예술흥행 비자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이후 꾸준히 감소해 올해 1월 현재 1천909명까지 줄어들었다. 반면 E6-1 비자 소지자는 같은 기간 640명에서 1천703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E6-2 비자 소지자는 상당수가 유흥업소나 호텔 등에서 종사하는 탓에 성폭력 등 인권 침해를 당하는 일이 잇따르자 제8차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R)이 해당 비자 시스템의 개정을 권고했고, 정부도 공연기획사가 윤락행위를 강요하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할 경우 최대 3년간 초청을 제한하는 규제정책을 시행하고 사증 심사를 강화했다. 그 결과 감소세가 이어졌다.

에미상 감독상 받은 황동혁 감독
에미상 감독상 받은 황동혁 감독

지난해 9월 1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황동혁 감독(오른쪽부터), 배우 이유미, 작품을 제작한 싸이런픽쳐스 김지연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은 74회 에미상 드라마 부문에서 배우 이정재가 남우주연상을 받는 등 6관왕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배성희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지난해 12월말 발표한 '이주민예술인에 대한 정책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BTS,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전 세계가 한류 콘텐츠에 열광하고, 한국이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도약하고, 한국 문화의 위상이 입증되면서 한국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이주민 예술인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 조사관은 "E6-1 비자로 체류한 외국인은 과거 주로 아시아 국가에서 온 예술인들이 많았으나 최근 2∼3년에는 유럽 국가에서 한국을 찾는 예술인들이 급증했다"면서 유럽에서도 한류 콘텐츠의 경쟁력이 입증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유럽 출신 E6-1 비자 소지자는 2017년 146명에서 올해 1월 710명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게다가 3개월 단기 비자를 갱신하면서 한국에서 예술 활동을 하는 이들까지 합치면 실제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예술 이주민은 훨씬 더 많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제작 이건희]

[제작 이건희]

◇ K팝 외국인 스타 속속 등장…"꿈 이뤘지만, 이제 시작일 뿐"

K팝 분야에서는 이미 스타의 꿈을 이룬 외국인들이 있다.

태국 출신 리사가 소속된 블랙핑크나 멤버 9명 가운데 4명이 일본과 대만 등 외국인으로 구성된 트와이스 등이 잇달아 국내외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다양한 국적의 아이돌 그룹이 속속 등장했다.

블랙핑크
블랙핑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에는 '블랙스완'처럼 전원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그룹도 주목받고 있다.

이달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속사 연습실에서 만난 블랙스완의 스리야(20)와 가비(21)는 "포기하지 말고 꿈을 좇은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2020년 열린 온라인 오디션에 참가해 4천여 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합격, 이듬해부터 한국에 와 블랙스완에 합류했다.

첫 인도인 K팝 걸그룹 멤버로 잘 알려진 스리야는 "영미권 팝과 유사하면서도 의미 있는 가사와 열광적인 팬의 응원, 화려한 무대 등에 이끌려 K팝에 빠졌다"며 "K팝을 따라서 춤을 추면서 이것이 미래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꿈을 위해 홀로 한국에 가겠다고 하자 어머니가 크게 걱정하셨다"며 "대신 아버지가 몰래 허락해 주시면서 한국에 올 수 있었고, 뒤늦게 어머니께도 이 사실을 알렸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가족의 응원에 부응하며 금의환향해 인도 오디샤주에서 열린 '2023 국제하키연맹(FIH) 하키 월드컵' 개막식에서 축하공연을 하기도 했다.

스리야는 "큰 무대에 선 딸을 보고 싶다는 아버지의 꿈이 고향에서 이뤄졌다"며 "모국 팬 5만명이 모인 경기장에서 K팝 스타로 섰다는 사실도 감격스러웠다"고 뿌듯해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블랙스완 스리야(왼쪽)·가비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블랙스완 스리야(왼쪽)·가비

[촬영 이상서]

브라질계 독일인 가비도 "우연히 친구가 추천해준 방탄소년단의 '봄날'을 듣고 K팝에 빠졌다"며 "그들처럼 춤추고 노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 공부와 노래·춤 연습 등 빡빡한 일정이 힘들 때도 있고, 아는 사람이 많이 없어 외로울 때도 있었다"면서도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좋은 아티스트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가비는 "많은 히트곡을 내고 월드투어도 진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지금 지구촌 어딘가에 K팝 가수를 목표로 삼은 이가 있다면 '당신의 꿈을 따라가라'고 격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 개도국 대상 연기 장학생 선발 전형 경쟁률 '25대1'

서울드라마어워즈 참석한 아누팜 트리파티
서울드라마어워즈 참석한 아누팜 트리파티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가 지난해 9월 22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2022 서울드라마어워즈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K팝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면서 국내 예술대학을 찾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대외협력과 관계자는 "(한예종에는) 대중·상업 예술 전공이 없는 데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 최상위등급 자격을 요구하는 등 외국인 입시 전형의 문턱이 만만치 않다"며 "그럼에도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중남미 등 개도국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연기 장학생 선발 전형'의 경우, 꾸준히 25대 1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 중"이라고 전했다.

'오징어 게임'에서 이주노동자 '알리 압둘' 역을 맡아 유명해진 인도 출신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35)도 이 장학생 선발 전형을 통해 2011년 한예종에 입학했다.

학업계획서에서 유명 K팝 가수 등을 거론하거나 홍상수나 박찬욱 등 한국의 대표적인 감독을 좋아해서 지원하게 됐다는 내용을 쓰는 등 한류 영향을 받아 입학의 문을 두드렸다는 이들도 늘었다고 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발간한 '2022 지구촌 한류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 세계 한류 팬은 118개국 1억7천80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를 시작한 2012년(926만명)보다 무려 19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유럽의 경우 전년 대비 37% 불어난 1천320만명을 기록하며 모든 대륙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제작 이건희]

[제작 이건희]

김태환 한국이민정책학회 명예회장(명지대 법무행정학과 교수)은 "아이돌 가수나 배우 등을 꿈꾸고 한국에 오려는 외국인이 늘고, 이들을 통해 세계 진출을 노리는 기획사도 생긴다"며 "앞으로 E6 비자 취득자는 물론이고, 예술 전공 유학생도 꾸준히 늘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다만 해당 비자 소지자가 늘면서 허용 직종이 아닌 분야에서 일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이주 예술인의 권리 보장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게 사실"이라며 "비자 체계를 재정비하고 관련 제도와 법규를 꾸준히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shlamazel@yna.co.kr

※글 싣는 순서

①제2의 '블랙핑크 리사' 꿈꾸며…그들이 몰려온다

②부푼 꿈 안고 왔지만…부당대우에도 가슴앓이만

③그들의 꿈이 실현되면…"K컬처 다양성도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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