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조, 타협 아닌 대립적 투쟁” 75%… “법 안지키고 파업” 65%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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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노조를 바꾼다]2030세대 노조 인식 설문
“권위적 운영” 67%, “정치화” 64%… “노조, 약자 아닌 기득권자” 24%
“근로자 대변해줄까 싶다” 인식도
“경제발전 기여” 51%… 역할 인정, 일자리 창출엔 65%가 “도움 안돼”

2030세대 75%가 노동조합(노조)의 투쟁 방식에 대해 ‘대립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또 노조의 파업 등 쟁의행위 빈도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80%가 넘었다. 특히 노조를 ‘사회적 약자’로 인식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10명 중 2명이 채 되지 않았다. 경제 발전이나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노조가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오늘날의 노조가 보이는 폭력적인 투쟁 방식과 파업 관행 등에 대해서는 큰 반감을 보인 것이다.

6일 본보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20∼39세 전국 성인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한 노조 인식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결과들이다.
●10명 중 8명이 노조 파업 빈도 및 방식 “개선해야”
MZ세대는 노조의 역할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노조의 경제발전 기여도’에 대한 질문에 긍정 답변(51.0%)이 부정 답변(49.0%)보다 오히려 많았다. ‘사회적 불평등 해소 기여도’에도 긍정적(60.5%)이란 응답이 부정적(39.5%)이란 응답을 앞섰다.


MZ세대들이 문제 삼는 것은 노조의 활동 방식이었다. 우선 노조의 ‘투쟁 방식’에 관한 의견을 묻자 응답자의 75.2%가 ‘대립적’이라고 답했다. ‘타협적’이라는 답변(24.8%)의 3배가 넘었다. 특히 파업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파업 빈도와 방식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각각 80.6%, 84.7%로 나왔다. 10명 중 8명 이상은 현재 노조의 쟁의 방식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응답자들은 ‘파업 현장에서 노조가 법과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64.5%가 ‘아니다’로 답했다. 이 때문에 ‘파업 방식이나 수준이 정당한가’에 대한 답변도 ‘아니다’(60.6%)가 ‘그렇다’(39.4%)보다 더 많았다. 노조 파업의 문제점으로는 불합리·무리한 요구가 30.6%로 가장 많이 꼽혔고 △불법 폭력행위(19.3%) △사회적 불편 야기(19.2%) △회사의 경제적 피해(10.9%) △정치적 편향성(8.7%) 등이 뒤를 이었다.

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설문 결과에 대해 노조가 불합리하고 무리한 요구를 관철하려 관행적 파업과 불법 시위 등을 선택한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국내 5대 기업의 한 임원은 “MZ세대 입장에서는 노조가 실질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도 짙다”며 “노동운동도 시대에 맞는 명분과 방향이 중요한데, 투쟁과 대립에 대해 MZ세대가 크게 반감을 가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용춘 전경련 고용정책팀장은 “MZ세대는 폭력과 불법에 상당히 거부감을 보인다. 노조가 본질에서 벗어나 정치적 이슈에 접근하는 대신, 노동 약자 보호 등 노동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MZ세대가 본 노조 ‘기득권자’ > ‘사회적 약자’
본보 취재에 응한 한 대학생은 “노동조합(노조)”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느냐는 질문에 ‘노블린’이라고 답했다. 게임과 영화 등에서 부정적이고 어두운 느낌의 캐릭터로 상징되는 ‘고블린’과 ‘노조’를 합성한 단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학생들은 “근로자를 정말 대변해줄까 싶다” “귀족노조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닌 것 같다” “무서운 아저씨들 같다” 등의 인식을 전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MZ세대는 노조를 더 이상 사회적 약자로 보지 않았다. 노조의 사회적 지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17.9%가 ‘사회적 약자’라고 답했다. 23.7%는 노조를 ‘기득권자’라고 답했고, ‘보통’이 58.4%로 가장 많았다. MZ세대 10명 중 8명은 노조를 사회적 약자의 범주에서 바라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노조 조직운영 측면에서도 응답자들의 67.2%는 ‘권위적’이라는 답을 내놨다. ‘노조가 정치적 행위에 참여하고 있다’는 응답이 63.6%였는데, 그 ‘노조의 정치화’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보는 비중이 73.5%로 나타났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MZ세대가 보기엔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노조원들은 특권계층이자 기득권”이라며 “폭력적이고, 이념적인 것을 싫어하는 청년들로서는 반감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3명 중 2명은 “노조, 청년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MZ세대들의 눈에 비친 노조는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였다. 노조의 경제·사회적 역할 중 ‘청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가’란 질문에 ‘부정적’ 답변은 65.3%, ‘긍정적’이란 답변은 34.7%였다. 특히 이 중 ‘매우 부정적’(21.3%)은 ‘매우 긍정적’(5.5%)의 4배에 가까웠다. 노조의 과도한 임금 상승 등 요구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보다는 기존 노조원들의 기득권 유지에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노조의 사회통합에 대한 기여도를 묻는 질문에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56.6%로 절반이 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김 팀장은 “기성 노조가 고용 세습,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년 연장, 과도한 성과급 요구 등 정규직 권익 보장에 적극적인 반면 노동 약자의 처우 개선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노조#대립적 투쟁#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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