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모랄레스의 귀환, 남미 좌파의 승리

구정은 선임기자

아르세, 대통령 당선 확실시

1년 만에 막내린 우파 쿠데타

내년 에콰도르 대선도 주목

볼리비아 모랄레스의 귀환, 남미 좌파의 승리

볼리비아 대선에서 좌파 후보가 승리하면서, ‘원주민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60·사진)를 축출한 군부와 우파의 쿠데타 소동은 1년 만에 끝나게 됐다. 이번 선거 결과는 자원 국유화와 수익의 재분배, 빈곤 감소 등 모랄레스 정권이 펼쳤던 정책의 승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칠레 피노체트 쿠데타 이후 반복돼온 ‘좌파 집권, 우파 쿠데타’ 패턴이 더는 남미에서 작동할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모랄레스가 이끄는 사회주의운동(MAS)의 루이스 아르세 후보(57)는 19일(현지시간) 대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민주주의를 회복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전날 실시된 대선 출구조사에서 아르세는 52~53%를 득표해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지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위인 우파 후보 카를로스 메사는 30%대 초반 득표에 그친 것으로 집계되자 패배를 인정했다. 아르헨티나에 망명중인 모랄레스는 기자회견을 갖고 “예상치 못했던 역사적 승리”라며 “조만간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루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아르세는 모랄레스의 ‘후계자’가 됐으나 인생 경로는 많이 다르다. 수도 라파스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영국 워윅대에 유학했다. 1987년 볼리비아 중앙은행에 들어간 이래 관료와 학자로 인생 경력 대부분을 보냈다. 2006년 경제·재정장관에 발탁된 뒤 ‘에보노믹스’라 불리는 모랄레스 경제정책을 총지휘했다. 광업과 통신, 수력발전 등의 국유화 과정을 관리감독했으며 원주민 기금을 만들고 소비재 붐을 이끌었다. 그가 장관이던 기간에 볼리비아의 국내총생산(GDP) 은 3.4배로 커졌고 빈곤율은 38%에서 15%로 줄었다.

MAS의 승리는 남미 좌파 전체의 승리로도 여겨진다. 좌파 대통령을 자살로 내몰고 정권을 뒤엎은 1973년 칠레의 군사쿠데타는 남미 좌파 진영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 후 남미 대부분 나라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는 군부가 집권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도 ‘21세기 사회주의’ 정권들을 무너뜨리기 위한 우파들의 공작은 계속됐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흔들리지 않았고, 미국의 또 다른 숙적이던 모랄레스를 겨냥한 우파의 쿠데타극은 1년만에 막을 내렸다. 베네수엘라 좌파 학자 윌리엄 카마카로는 19일 싱크탱크 반구위원회(COHA) 웹사이트 글에서 “이제 원주민에 반대하고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쿠데타는 남미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적었다.

모랄레스의 귀환은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우파 정부엔 압력이 될 것이며 미국도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2월 치러질 에콰도르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의 좌파 정상들은 일제히 모랄레스와 아르세 후보에게 축하 인사를 보냈다고 텔레수르 등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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