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겨울 다가오는데 텐트 철거…갈 곳 없는 이민자들

입력 2020.11.26 (10:50) 수정 2020.11.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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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프랑스 경찰이 파리 시내에 설치된 이민자 텐트를 강제로 철거하면서 과도한 폭력을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프랑스 정부가 이민자 정책을 강경 대응으로 바꾸면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데요, 지낼 곳을 잃은 이민자들이 떠돌이 신세에 처했습니다.

<지구촌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프랑스 경찰이 텐트 안에 있는 사람을 무시한 채 철거를 시작합니다.

텐트를 들어 올려 사람을 내동댕이치기도 합니다.

지난 23일 밤 파리 도심 광장을 불법으로 점거했다며 강제 해산에 나선 겁니다.

경찰은 저항하는 이주민들을 발로 차고 봉으로 때리는가 하면 급기야 최루탄까지 발사했습니다.

[에산/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 : "아프간에 살 때는 프랑스에 가면 더 나은 생활, 무엇보다 안전한 삶을 살겠지 싶었는데 생각과는 너무 다르군요."]

분노한 군중들은 광장에 모여 강제 철거 과정에서 경찰이 과도한 폭력을 사용했다며 비판했습니다.

폭력을 동원한 해산 과정은 고스란히 영상으로 찍혀 인터넷에 퍼졌고, 프랑스 내무장관은 진상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다르마냉/프랑스 내무부 장관 :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미 지난 밤 경찰에 48시간 안에 진상을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철거된 텐트 500동은 프랑스 난민지원단체가 오갈 데 없는 이주민들을 위해 설치해 준 것입니다.

쫓겨난 이주민 대부분은 내전과 테러로 얼룩진 아프가니스탄이나 소말리아, 수단 등 분쟁지역 출신인데요,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떠돌이 신세로 전락한 겁니다.

[시나 하마디/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 : "파리에 오기 전가지는 이런 상황을 생각도 못했습니다. 도착해 보니 이곳은 파리도 프랑스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은 지난주까지는 파리 외곽 생드니의 난민촌에서 생활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식 주택에 머무르지 못한 채 텐트를 치고 모여 살았는데요, 지난 17일,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새벽 경찰이 들이닥쳐 텐트를 철거했습니다.

그러고는 이민자들을 버스에 태우고 파리의 코로나19 검사소로 데려간 뒤 검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지난달 파리의 임시 이민자 대피소 10곳을 검사했더니 거주자 2명 중 1명꼴로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벌어진 일인데요.

머물 곳을 잃은 이민자들은 다시 파리에 텐트를 쳤다가 또 보금자리를 잃어버리게 된 겁니다.

텐트촌을 잇따라 철거하면서도 이들을 수용할 시설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니엘 시모넷/파리 시의원 :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정부는 난민을 위한 안전한 장소를 제공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도주의와 위생 모두 비상입니다."]

이민자들이 철새처럼 프랑스 이곳저곳을 떠돌기 시작한 건 지난해 프랑스 정부가 이민자 정책을 강화하면서부터입니다.

이민자 텐트촌 철거를 발표하고 의료서비스 등 난민 신청자가 누릴 수 있던 혜택을 축소했는데요.

이같은 정책의 변화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극우 세력의 확산을 저지하고 보수 세력을 껴안기 위해 좀 더 엄격한 이민자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난민촌의 위생과 치안이 문제가 되자 프랑스 정부의 대응은 더 강경해지는 분위깁니다.

텐트촌을 세웠다 철거됐다 반복하기를 여러 차례, 겨울은 점점 다가오는데 이민자들은 텐트촌 말고는 머물 곳을 찾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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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겨울 다가오는데 텐트 철거…갈 곳 없는 이민자들
    • 입력 2020-11-26 10:50:31
    • 수정2020-11-26 11: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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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찰이 파리 시내에 설치된 이민자 텐트를 강제로 철거하면서 과도한 폭력을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프랑스 정부가 이민자 정책을 강경 대응으로 바꾸면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데요, 지낼 곳을 잃은 이민자들이 떠돌이 신세에 처했습니다.

<지구촌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프랑스 경찰이 텐트 안에 있는 사람을 무시한 채 철거를 시작합니다.

텐트를 들어 올려 사람을 내동댕이치기도 합니다.

지난 23일 밤 파리 도심 광장을 불법으로 점거했다며 강제 해산에 나선 겁니다.

경찰은 저항하는 이주민들을 발로 차고 봉으로 때리는가 하면 급기야 최루탄까지 발사했습니다.

[에산/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 : "아프간에 살 때는 프랑스에 가면 더 나은 생활, 무엇보다 안전한 삶을 살겠지 싶었는데 생각과는 너무 다르군요."]

분노한 군중들은 광장에 모여 강제 철거 과정에서 경찰이 과도한 폭력을 사용했다며 비판했습니다.

폭력을 동원한 해산 과정은 고스란히 영상으로 찍혀 인터넷에 퍼졌고, 프랑스 내무장관은 진상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다르마냉/프랑스 내무부 장관 :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미 지난 밤 경찰에 48시간 안에 진상을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철거된 텐트 500동은 프랑스 난민지원단체가 오갈 데 없는 이주민들을 위해 설치해 준 것입니다.

쫓겨난 이주민 대부분은 내전과 테러로 얼룩진 아프가니스탄이나 소말리아, 수단 등 분쟁지역 출신인데요,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떠돌이 신세로 전락한 겁니다.

[시나 하마디/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 : "파리에 오기 전가지는 이런 상황을 생각도 못했습니다. 도착해 보니 이곳은 파리도 프랑스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은 지난주까지는 파리 외곽 생드니의 난민촌에서 생활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식 주택에 머무르지 못한 채 텐트를 치고 모여 살았는데요, 지난 17일,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새벽 경찰이 들이닥쳐 텐트를 철거했습니다.

그러고는 이민자들을 버스에 태우고 파리의 코로나19 검사소로 데려간 뒤 검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지난달 파리의 임시 이민자 대피소 10곳을 검사했더니 거주자 2명 중 1명꼴로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벌어진 일인데요.

머물 곳을 잃은 이민자들은 다시 파리에 텐트를 쳤다가 또 보금자리를 잃어버리게 된 겁니다.

텐트촌을 잇따라 철거하면서도 이들을 수용할 시설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니엘 시모넷/파리 시의원 :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정부는 난민을 위한 안전한 장소를 제공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도주의와 위생 모두 비상입니다."]

이민자들이 철새처럼 프랑스 이곳저곳을 떠돌기 시작한 건 지난해 프랑스 정부가 이민자 정책을 강화하면서부터입니다.

이민자 텐트촌 철거를 발표하고 의료서비스 등 난민 신청자가 누릴 수 있던 혜택을 축소했는데요.

이같은 정책의 변화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극우 세력의 확산을 저지하고 보수 세력을 껴안기 위해 좀 더 엄격한 이민자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난민촌의 위생과 치안이 문제가 되자 프랑스 정부의 대응은 더 강경해지는 분위깁니다.

텐트촌을 세웠다 철거됐다 반복하기를 여러 차례, 겨울은 점점 다가오는데 이민자들은 텐트촌 말고는 머물 곳을 찾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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